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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일 아니다”…李대통령이 재난 선재대응 강조한 까닭 [이런정치]

헤럴드경제 서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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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일 아니다”…李대통령이 재난 선재대응 강조한 까닭 [이런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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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다음날 안전치안점검회의 개최
“예측되는 사고에 엄정히 대응할 것”
“신경쓰면 피할수 있는 재난 꽤 많다”
방문계획 없이 이태원 현장 찾기도
오송참사 가족 등 200명 만남 예고
이재명 대통령.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헤럴드경제=서영상 기자] “내 가족, 내 부모가 그렇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못 한다. 공무원들에게 뭘 해주면 정신 바짝 차리고 잘할까, 그걸 한 번 검토해 달라.”(6월 12일 이재명 대통령)

미국 텍사스주 홍수 피해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잇따른 공개발언을 통해 재난·재해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어 주목된다. 집중호우·태풍·산사태가 잦아지는 여름철 재난 관리체계를 선제적으로 강화하고, 안전 인프라에 대한 정부 리더십을 부각하겠다는 취지다. 또 고공행진하는 지지율 속 대형 사고가 터지면서 정부책임론으로 확대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고 ‘선제적 예방 정부’라는 이미지를 공고히 하기 위함으로 분석된다.

이 대통령의 이같은 기조는 취임 후 곧바로 시작됐다. 취임식에서는 사회적 참사의 진상을 명확히 규명하는 것에 대해 강조했으며, 취임 다음날인 5일에는 곧바로 안전치안점검회의를 열고 “예측되는 사고, 사건이 발생하는 경우 앞으로 엄정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사람들이 사망하거나 중대한 사건이 발생하는 경우, 신속히 원인을 분석해 막을 수 있었는데 부주의나 무관심 등으로 발생한 경우 엄정하게 책임을 묻자”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우리가 조금 신경 쓰면 피할 수 있었던 재난 재해, 사고도 꽤 많다”며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 청주 오송 지하차도 참사 등의 특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의 오랜 행정경험에서 나온 일화도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 시절) 관내 지도에 색깔을 달리해 올해와 작년, 그 전의 수해 지역 스티커를 붙여보니 조준 사격의 탄착 지점처럼 한 군데 몰렸다”라며 “같은 지점에 같은 유형의 사고가 계속 발생하더라”고 전했다.


치안 사고와 관련해서도 “고의적인 범죄행위를 막기 쉽지 않지만, 교통사고는 발생하는 지역에 많이 발생하고, 우범 지역이라는 것도 있을 것”이라며 “시간과 영역에 따라 피해를 예방하는 것도 어느 정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는 인허가 (관련 부서) 이런 데는 우수한 인력을 배치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관계된 안전 부서에는 반대로 하는 그런 경향이 있었지 않나 싶다”며 “가급적 이권이 관계되는 영역보다는 국민의 생명·안전이 관계되는 영역에 좀 더 유능한 인재를 배치하는 등의 개선을 하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이같은 취지에서 이 대통령은 이달 16일에 오송 참사 희생자 가족을 비롯해 대형 참사 유가족 200여 명과 만날계획도 갖고 있는 것으로 대통령실은 전했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 2주기를 맞이해 대화의 시간을 갖으며 재난 예방과 관련해 다시한번 강조하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은 앞서도 지난 12일 서울 한강홍수통제소를 찾아 장마철 수해 대비 홍수 예∙경보 시스템을 강조한 뒤 곧바로 이태원 참사 현장을 찾기도 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태원 방문 계획은 당초에 없었으나 이 대통령이 갑자기 목적지를 틀어 일정을 급하게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태원을 찾은 이 대통령은 참모진과 함께 참사 현장을 찾아 국화꽃을 헌화하고 묵념하며 한참을 머물렀다.


이처럼 이 대통령이 재난에 예민한 데는 과거 지자체장 시절 다양한 사건·사고를 겪으며 정치적 위기에 처했던 순간도 있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한 정치 평론가는 “이처럼 국민들의 안전을 강조하는 것은 실용주의와 민생 안정을 최우선으로 삼겠다는 이재명 정부의 철학과도 궤를 같이 한다”면서 “여기에 성남시장, 도지사 등을 거쳐오며 대형 재난 사건이 발생하는 경우 큰 지지율 하락을 불러올 수 있다는 위험성 또한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전했다.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을 맡고 있던 2014년 10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판교테크노밸리 야외 공연장 인근 지하주차장 환풍구 덮개가 무너져 관람객이 추락한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16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부상을 입었다. 세월호 침몰 사고 후 6개월만의 참사였던 만큼 관심이 집중됐다.

이 사고로 당시 경찰은 수사본부를 설치해 진상파악에 나섰지만 성남시 공무원 중 혐의점이 발견된 관계자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