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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는 왜 '진료비 표준수가제' 반대하나: 펫 보험 명암 [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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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는 왜 '진료비 표준수가제' 반대하나: 펫 보험 명암 [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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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이스라엘 나포자 석방에 외교역량 최대 투입"
[조서영 기자]
펫 보험 시장이 ‘블루 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사진 | 연합뉴스]

펫 보험 시장이 ‘블루 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사진 | 연합뉴스]


국민 10명 중 3명이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세상. 반려동물 양육 인구가 1500만명을 돌파하자 펫 보험 시장도 덩달아 부상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 "동물병원 진료비 표준수가제를 도입하겠다"고 약속한 후엔 시장이 더 뜨거워졌다. 하지만 "진료비 표준수가제가 능사는 아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반려 인구 1546만명(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2024년 기준). 전체 인구의 30%에 육박하는 수치다. 증가세도 가파르다. 2022년 반려동물 양육 인구는 1262만명이었는데, 3년 만에 22.5% 늘어났다.


펫 보험 시장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국내 펫 보험 계약은 2022년 7만2000건에서 2024년 16만2000건으로 2.3배가 됐다. 보험사가 보험계약자로부터 받는 보험료(원수보험료)도 같은 기간 177.4% 급증했다(288억원→799억원).


그런데도 아직도 여력이 충분하다. 국내 펫 보험 가입률은 1.7%에 불과하다. 스웨덴(40.0%), 영국(25.0%), 노르웨이(14.0%) 등 유럽 국가들의 가입률과 비교하면 국내 시장의 잠재력은 충분하다. 펫 보험 시장을 '블루오션'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이유다.


이를 보여주듯 출범을 앞둔 펫 보험전문사들도 있다. 반려동물 전문 보험사 '마이브라운'이 가장 앞에 서 있다. 이 보험사는 6월 11일 금융위원회로부터 보험업 영위 본허가를 획득했다. 마이브라운 관계자는 "지난해 금융위원회로부터 예비 허가를 받은 후 자본금 납입, 인력 충원과 물적 설비 구축 등을 통해 본허가 요건을 충족했다"며 "7월 중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펫 보험사 '파우치보험준비법인'도 보험업 예비 허가를 준비하고 있다. 파우치보험준비법인은 국내 첫 장기 펫 보험상품인 '펫퍼민트'를 개발한 메리츠화재 출신 서윤석 대표가 이끌고 있다.


서윤석 파우치 대표는 "현재 보험업 예비 허가를 받기 위한 요건을 대부분 갖춘 상태"라며 "반려동물 의료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을 고도화해 반려동물 산업 전반의 혁신을 이끄는 기업으로 성장하는 게 목표다"고 포부를 밝혔다.



펫 보험 시장이 들썩이는 요인은 또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내 동물병원에 '진료비 표준수가제도'를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는 점이다(5월 21일 SNS). 진료비 표준수가제란 동물병원에서 진행하는 치료·검사에 표준화한 진료비를 적용하는 제도다. 표준수가제가 없는 지금은 동물병원마다 자율적으로 진료비를 책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같은 치료를 진행하더라도 병원에 따라 진료비가 크게 다르다. 보험사 입장에서도 문제다. 평균 진료비를 산정하거나 손해율을 예측하기 어려워서다. 그래서 보험의 보장 범위와 한도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반대로 표준수가제를 적용하면 전국 모든 동물병원이 동일한 기준의 진료비를 부과하고, 이는 보험사들이 보험료를 산정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 더 많은 보험 계약자와 사업자가 시장에 유입될 수 있다는 거다. "표준수가제를 도입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약속이 시장의 관심을 불러모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표준수가제는 별 탈 없이 도입될까. 아니다. 표준수가제를 현실적으로 도입하기 어렵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국민건강보험제도를 근거로 수가를 책정하는 사람 의료와 달리 동물보험은 '민간'이 주체라는 게 이유다.


수의계도 반대하고 있다. 지난 1일 부산에서 열린 대한수의사회 위원회 위원장 간담회에선 진료비 표준수가제가 화두에 올랐다. 대한수의사회는 "동물병원마다 임대료, 인건비, 의료장비, 진료 수준 등이 다른 상황에서 진료비를 통일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면서 "동물 진료 서비스의 하향 평준화가 우려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표준수가제가 만병통치약인 것도 아니다. 국내 동물병원의 진료체계 표준화가 미흡하다는 건 고질적 문제다. 병원간 기록을 공유하는 전자시스템이 없는 건 대표적 사례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동물 진료 표준을 공개하긴 했지만, 법적 의무가 없는 '권장 사항'일 뿐이다.


고은희 한국소비자원 책임연구원은 "진료체계가 표준화하면 비용 예측이 용이해져 반려동물 보험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소비자가 늘어날 것"이라며 "다양한 범위와 가격대의 보험상품도 출시돼 선택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반려동물 등록제 역시 개선할 점이 있다. 동물보호법 제15조 1항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의무적으로 등록해야 하지만, 그 대상은 반려견뿐이다. 반려묘 등 다른 동물의 등록은 의무가 아니다. 진료비 표준수가제를 도입하기 전에 진료체계 표준화, 반려동물 등록제 등의 작업을 선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건 이 때문이다.


김경선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반려동물 보험을 활성화하기 위해서 정부는 진료체계 표준화와 진료기록부 발급 의무화 등을 통해 반려동물 진료기록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동물병원별로 상이한 질병명과 진료 명칭을 표준화하고 이를 동물병원에서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제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펫 보험을 둘러싼 의견은 극단에 서있다. 블루오션이란 주장과 고질적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과연 국내에서도 펫 보험 시대가 열릴 수 있을까.

조서영 더스쿠프 기자

syvho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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