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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6억원 이상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하는 고강도 대출 규제를 시행한 이튿날인 2025년 6월29일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
이재명 정부는 2025년 6월27일 ‘긴급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통해 첫 번째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고, 6월28일부터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결정은 최근 서울 아파트값이 21주 연속 오르면서 ‘부동산 불장'이 현실화됨에 따라, 초강력 대출 규제에 집중한 금융 중심의 대책이다. 사실 대선 후보 시절 내내 시장에 인위적 개입은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천명했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는 그만큼 시장의 과열을 방증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예외 없이, 즉각 시행한 대출 정액 제한
가장 핵심적인 조치는 수도권과 규제지역에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최대 한도를 6억원으로 일괄 제한한 것이다. 이는 개인소득이나 주택가격과 무관하게 적용되는 전례 없는 규제로, 정부가 한 명당 주담대 한도를 제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주택 이상 보유자가 추가 주택을 구매하거나, 1주택자가 기존 주택을 처분하지 않고 추가 주택을 매입할 때는 주담대를 원천 차단했다. 1주택자의 경우 기존 주택 처분 기간도 기존 2년에서 6개월로 대폭 줄였다. 이뿐만 아니라 주담대를 받은 경우 6개월 이내 전입이 의무화되고, 이를 위반하면 대출금이 전면 회수되고 향후 3년간 주택 관련 대출이 제한된다. 이는 갭투자를 원천 차단하려는 조치라 할 것이다.
앞에서 열거한 조치들은 과거의 부동산 정책과는 그 수위와 방식에서 전혀 다른 접근을 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단 정책의 집행 시기부터가 다르다. 과거 부동산 정책들은 거래가 예정된 사람들에게 갑작스러운 정책 변화로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일정 기간을 두고 집행했다. 하지만 이번 조치는 발표 하루 뒤인 다음날부터 즉각 시행하는 방식을 택했다.
다주택자에 대한 접근 또한 이전 정책들과는 전혀 다르다. 실생활에서는 투기성으로 다주택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의도치 않게 다주택자가 될 때도 있다. 고향의 부모 집을 상속받아 다주택자가 되거나, 입주 날짜 내지 매매 날짜가 맞지 않아 일시적으로 다주택자가 된 사람도 많다. 피치 못할 상황에 놓인 사람들을 배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과거에는 다양한 예외 규정이 존재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1주택자가 기존 주택을 처분하지 않고 추가 주택을 매입할 때는 주담대를 원천 차단한다는 것이 정책 기조다. 논란을 불러일으킬 측면이 다분히 있음을 알면서도 강력한 정책을 전격적으로 제시했다. 그만큼 최근 부동산 분위기가 뜨거웠고, 지금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이전의 진보 정권과 비슷하게 부동산에 끌려가다 돌이킬 수 없는 집값 상승 국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 이런 용단을 내리게 했을 것이다.
다행히도 시장의 반응과 여론은 그리 부정적이지 않다. 이제 시간을 벌었다. 따라서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할 시점이다. 추가 대책이 필요한 이유는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에 길을 터주기 위함이다. 이번 규제는 고소득자의 ‘영끌'과 다주택자의 추가 주택 구매를 원천 봉쇄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으로 실수요자인 무주택자도 대출 한도가 제한됨으로써 내 집 마련이 더 어려워지리라는 우려도 만만찮게 제기된다. 더불어 수도권 쏠림 현상을 차단하고 주저앉는 지역경제를 되살릴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는 것도 이재명 정부가 피하지 않아야 할 과제다.
지역 균형발전 위한 청사진이 필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새 정부에 제안하고 싶다 . 이번 6·28 부동산 대책이 어떤 의미에선 폭력적이다 할 만큼 고강도 정책이었고 , 이로 인해 선의의 피해자에게서 ‘ 욕 ’ 먹을 각오를 하고 집행했던 것처럼 , 근본적 대책을 제시하는 데도 욕 먹을 각오를 해보면 어떨까 ?
2003년 참여정부가 수도권 쏠림 현상을 막고 지역 균형발전을 달성하기 위해 추진했던 ‘ 혁신도시 ’ 정책을 예로 들어보자 . 혁신도시 사업은 국가균형발전과 수도권 집중 완화를 목표로 ,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과 지역 성장 거점 도시 조성을 위해 추진된 대형 정책사업이었다 . 현재 전국에 10 개 혁신도시가 육성 중이다 . 하지만 혁신도시 사업이 애초의 목적인 ‘수도권 집중 완화’에 기여했다고 평가하는 사람은 없다 . ‘10개의 서울 다 어디로 갔냐’는 자조만 있을 뿐이다.
만약 과거로 돌아가 혁신도시 를 두세 개만 지정해 선택과 집중을 하고 해당 도시라도 서울 사람들이 이사하고 싶을 만큼 살기 좋은 도시 , 경제적 기회가 넘쳐나는 도시로 육성했다면 어땠을까 ? 대기업의 지방 이전으로 실제 거주자까지 이전하는 ‘수도권 집중 완화’가 가능하려면 이전하는 도시에 더 쾌적한 시설과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서 울보다 열위에 있는 시설물을 조성하고 이전을 강요했을 때는 누구도 쉽게 호응할 수 없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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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6월30일 한 시민이 서울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
서울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국제도시로서의 위상이 높다. 영국 경제연구소 ‘옥스퍼드 이코노믹스’가 발표한 ‘2025 글로벌 도시 지수’에서 서울은 세계 15위로 아시아에서는 도쿄(9위)에 이어 두 번째로 순위가 높다. 일본 모리기념재단이 도시 경쟁력을 평가해 매년 발표하는 ‘글로벌 파워 도시 지수’(GPCI·Global Power City Index) 에서도 서울은 2024년 6위에 올라, 런던(1위), 뉴욕(2위), 도쿄(3위), 파리(4위), 싱가포르(5위) 다음으로 높은 수준의 경쟁력을 가진 도시로 평가받았다. 달리 말하면 대한민국의 경제 규모, 정부 재정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전국 10개 지역에 서울과 유사한 수준의 혁신도시를 조성한다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는 의미다.
하지만 여전히 서울 이외 지역에서 서울과 같은 국제적 도시를 조성하는 공급 중심의 근본적 대책이 필요한 이유는 앞서 열거한 런던, 뉴욕, 도쿄보다 서울 특정 지역의 집값이 더 높은 수준으로 형성됐기 때문이다. 도이체방크 리서치 인스티튜트가 69개 도시를 대상으로 실시한 ‘세계 물가 지도 2025’ 조사에 따르면, 서울의 1㎡당 아파트 가격이 2만2875달러(약 3106만원)로 영국 런던(2만953달러)과 미국 뉴욕(1만8532달러)보다 높았다. 미국만 해도 로스앤젤레스, 보스턴, 시애틀, 플로리다 등이 산업별 역할을 분점하며 인구와 집값을 분산하고 있다. 영국 역시 잉글랜드·스코틀랜드·웨일스·북아일랜드라는 4개 구성국가로 이뤄져, 지역 거점 대표 도시들이 있다. 뉴욕, 런던만 고집할 필요가 없는 구조를 한국도 만들어야 한다.
단순한 공급 정책을 넘어선 ‘도시 조성’
지금처럼 민주화된 사회에서 특정 지방자치단체는 배제하고 선별된 지자체 두세 곳만 집중 투자와 육성을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다. 배제된 지자체 주민들로부터 욕먹을 각오를 해야 할 뿐만 아니라 정치적 희생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번 부동산 대책에 국민도 수긍하는 분위기다. 그렇다면 이후 정부는 또 한 번 욕먹을 각오로 이전과 유사한 수준이 아니라 진짜 차별화된 근본적인 정책을 제시해야 하지 않을까.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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