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했던 부상은 아니었다. 김태형 롯데 감독은 “오늘 하루를 조금 쉬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체력적으로 지친 감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 5월까지 절정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엇던 전민재는 6월 들어 22경기에서 타율 0.210에 그쳤다. 7월은 타격감이 더 좋지 않았고, 수비에서도 실책도 자주 나오면서 경기력 저하 조짐이 뚜렷했다.
하지만 김 감독은 탓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김 감독은 “많이 뛰었다”는 말로 오히려 전민재를 감쌌다. 전민재는 두산 소속이었던 지난해 100경기에서 276타석을 소화했다. 수비 이닝은 627이닝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전반기가 끝나기도 전에 70경기에서 266타석에 들어섰고, 수비 이닝은 544이닝에 이른다. 선수가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부하다. 당연히 지칠 수밖에 없다는 게 김 감독의 두둔이었다.
지금까지 해온 것만으로도 충분히 잘해주고 있다는 게 김 감독의 확신이다. 전민재는 올 시즌을 앞두고 두산과 2대3 트레이드 당시 정철원(26)과 더불어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당시까지만 해도 두산으로 넘어 간 김민석이 아깝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전민재는 실력으로 이 트레이드 성과의 균형추를 롯데로 기울게 하고 있다. 시즌 70경기에서 타율 0.310, 3홈런, 24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748을 기록하면서 오랜 기간 고민이 깊었던 롯데의 유격수 자리에 새로운 옵션으로 떠올랐다.
김태형 감독은 오랜 기간 두산 감독으로 재직하며 두 선수의 어린 시절을 함께 했다. 정철원의 경우는 김 감독의 과감한 중용이 없었다면 스타로 클 수 없었다. 트레이드로 내준 선수들이 아깝기는 했지만, 김 감독 머릿속에는 두 선수의 ‘사용법’이 훤하게 나와 있었다. 그리고 잘 쓰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두 선수가 없는 롯데 로스터는 이제 상상하기 어렵다. 떠난 선수들의 성공을 신경 쓸 이유는 없다. 롯데가 잘 쓰고 있다는 것 자체 만으로도 트레이드가 잘 됐다는 결론이 가능하다.
부임 2년 차를 맞이하는 김태형 감독은 부임 전 기대했던 대로 롯데의 체질을 상당 부분 바꿔놨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른바 ‘고인 물’들이 상당 부분 사라졌고, 새로운 물들이 흐르면서 롯데가 점차 탄력을 받아가고 있다. 세부 지표를 보면 불안한 부분이 있고, 주축 선수들이 부상으로 많이 빠졌다는 것을 고려하면 현재 순위(공동 2위)는 김 감독의 지도력 없이는 불가능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실제 롯데 더그아웃의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는 이야기가 관계자들 사이에서 자주 나온다.
여기에 외국인 선수들도 수준급으로 잘 뽑았다. 2년 연속 200안타에 도전하는 빅터 레이예스가 현 프런트의 작품이고, 시즌 중 찰리 반즈의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급하게 데려온 알렉 감보아는 첫 7경기에서 평균자책점 2.11의 호성적을 거뒀다. 시즌 전 영입한 터커 데이비슨도 나쁜 선수는 아니다. 2군에서도 여러 좋은 선수들을 올려 보내면서 팀 선수층이 강해지고 있다. 서로를 워낙 잘 아는 김태형 1군 감독과 김용희 2군 감독 등 1·2군 코칭스태프 사이의 임무 분담, 그 사이에 낀 프런트의 호흡이 잘 맞아 돌아간다는 평가다. 롯데의 호성적은 기록과 숫자로만 보려고 하면 결코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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