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시는 5일(현지시각) 센강에 공공 수영장 세 곳을 개장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
프랑스 파리 센강이 100여년만에 사람들을 품에 안았다. 1923년 이래 줄곧 수영이 금지됐던 이 곳에서 5일(현지시각), 강변을 따라 갖춰진 수영장이 재개장한 것이다.
“얼마나 기쁜지! 이 곳이 파리에요. 상상해 봐요!”
파리 4구의 센강 생루이섬 쪽에 마련된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던 76살의 파리지앵 마르티네 로팽이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아침 8시 전부터 차츰 모여든 파리 시민과 여행자들은 개장 시간이 되자마자 설렌 표정으로 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부표 안으로 녹색빛 물결을 가로지르는 이들은 수영을 하거나, 그저 물 속에서 더위를 식히는 등 센강에서의 하루를 즐겼다.
수영장은 에펠탑 인근, 노트르담 대성당이 있는 생루이섬 쪽, 파리 동부 등 세 곳에 설치됐다. 각 구역엔 탈의실과 샤워실이 설치됐고, 해변용 쉼터가 마련돼 150∼300명이 수건을 깔고 쉴 수 있도록 했다. 평균 수심은 3.5미터 가량이다. 8월31일까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이 공공 수영장엔 인명 구조 요원도 배치됐다. 파리시는 수질을 매일 점검해 수영장 운영 여부도 결정하기로 했다.
1923년 극심한 수질오염으로 센강에 ‘수영 금지령’이 내려진 뒤, 100여년만에 수영장 재개장이 가능했던 건 2024년 파리 올림픽의 공이 컸다. 1988년 당시 파리 시장이었던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이 수영 금지를 철회해야 한다고 처음 주장한 뒤 17년이 지나 그의 꿈도 이뤄진 셈이다. 지난해 올림픽에서 트라이애슬론 3경기(남녀 개인전, 혼성 릴레이)와 오픈워터스위밍(마라톤 수영) 남녀 경기, 패럴림픽의 트라이애슬론 경기 등을 센강에서 열기로 하면서, 파리시는 대대적인 강물 정화 작업에 들어갔다. 지난해 7월 안 이달고 파리 시장과 올림픽 조직위원회 위원들은 센강의 안전을 증명하기 위해 직접 강물에 뛰어들기도 했다. 이를 위해 든 예산만 14억유로(약 2조2460억원) 가량이었다.
파리시는 올림픽 이후에도 수질 관리에 힘을 써 일반 대중을 위한 수영장을 열었다. 이달고 시장은 이날 “폭염은 계속 심해질 것”이라며 안전한 수영장을 조성하면 “동료 시민들이 보다 행복하고, 의심의 여지 없이 더 평화로운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은 보도했다.
재개장한 수영장의 수질은 큰 관심사였다. 파리시 수질 담당 관계자는 대장균과 장구균 박테리아 모니터링 결과, 수영장에서 검출된 대장균은 기준치보다 10배, 장구균은 25배 이상 낮다며 수질은 “매우 우수하다”고 통신에 말했다. 파리시에선 17명으로 구성된 팀이 강 수질을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하루 두 시간에 한 번씩 점검 중이라고 한다.
베를린/장예지 특파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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