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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축 선수들이라도 정상적으로 대기하고 있었다면 그나마 “곧 올라갈 것”이라는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지가 않았다. 나성범 김선빈이 차례로 종아리 부상을 당해 장기 결장이 예고됐고, 곽도규는 팔꿈치 수술이 확정된 상황이었다. 1군의 빈자리를 2군에서 메우는 게 일상이었다. 그리고 며칠 뒤, 5월 27일 광주 키움전에서 김도영이 시즌 두 번째 햄스트링을 부상을 당해 8주가량의 결장이 예고되자 위기감은 절정에 이르렀다.
이범호 KIA 감독은 매일 “이 공백을 어떤 선수로 메울 것인가”, “왜 이 선수를 선발 라인업에 포함했나”, “부진한 선수들의 원인은 무엇인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을 받아야 했다. 할 수 있는 대답조차 마땅치 않았을 때다. 그런데 거기서부터 뭔가 대반전이 일어났다. 7월 5일 광주 롯데전이 끝난 이후, KIA는 개막전 이후로는 처음으로 리그 단독 2위 자리에 올랐다. 42일 만에 8위에서 2위로 올라섰다.
5할 승률만 올라가면 다시 미끄러지고, 승패마진 +2가 좀처럼 손에 잡히지 않던 시기도 있었다. 그러나 KIA의 경기력은 점차 나아지기 시작했고, 5월 25일부터 7월 5일까지 35경기에서 21승11패3무(.656)를 기록하며 2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심지어 이 기간 동안 김도영 나성범 김선빈은 없었다. 말 그대로 있는 선수들이 버티고 버텨 만들어 낸 값진 성과였고, 그 있는 선수들 중에서는 시즌 개막 당시 주전이 아니었던 이들이 태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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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운드에서는 제임스 네일(해당 기간 평균자책점 2.48)과 아담 올러(3.25)라는 두 외국인 투수들이 분전하며 팀이 무너지지 않은 원동력을 제공한 가운데 전상현 조상우 정해영으로 이어진 불펜도 잡을 경기를 착실하게 잡아주면서 성적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여기에 새롭게 등장한 성영탁이 17경기에서 평균자책점 0.92, 신인 이호민이 8경기에서 1.93을 기록하며 불펜에 큰 힘을 보탰다.
부상 공백이 극심했던 타선에서는 최형우와 박찬호라는 핵심 선수들이 무게 중심을 잡아준 가운데 외국인 타자 패트릭 위즈덤도 해당 기간 OPS 1.016을 기록하며 힘을 냈다. 약점으로 여겼던 득점권에서도 조금씩 살아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오선우는 꾸준하게 타격에서 활약하며 팀이 한숨을 돌릴 수 있는 원동력을 제공했고, 여기에 고종욱이 19경기에서 OPS 1.076, 김호령이 33경기에서 타율 0.299로 맹활약하면서 상·하위 타선의 밸런스를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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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올 선수들도 있다. 나성범 김선빈이 부상을 털어내고 기술 훈련에 한창이다. 다음 주부터는 퓨처스리그(2군) 경기에도 나설 수 있을 전망이다. 후반기 첫 4연전 복귀 가능성은 미지수지만, 그 다음 시리즈에는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 이준영도 후반기 시작과 함께 복귀가 예정되어 있고, 8월에는 팀 전력의 핵심인 김도영도 복귀를 조준하고 있다. 물론 피 말리는 순위 싸움이 이어질 것이고, 1위가 될 수도 혹은 아래로 떨어질 수도 있겠지만 확실히 긍정적인 부분이 많다.
한편으로 이미 팀 전체적으로 엄청난 시련을 겪은 선수들이 이를 이겨낸 성공의 경험을 가지고 있기에, 앞으로 닥칠 그 어떤 시련도 의욕적으로 넘길 것이라는 희망도 준다. “그때도 이겨냈는데”라는 자신감이다. 그것을 젊은 선수들이 경험했다는 것도 긍정적이다. 이는 올 시즌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팀에 큰 자산으로 남을 것이다. 시련의 시기였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값진 한 달 반의 시간이었다. ‘팀 타이거즈’가 롱런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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