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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호도 이정후가 안타깝다… 결국 벌어둔 것 다 까먹었다, MLB 경력 중대 기로 넘길까

스포티비뉴스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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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호도 이정후가 안타깝다… 결국 벌어둔 것 다 까먹었다, MLB 경력 중대 기로 넘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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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5월 1일(한국시간)까지 이정후(27·샌프란시스코)의 시즌 타율은 0.319였다. 이 시점까지는 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득점 생산력을 보여주는 중견수 중 하나였다. 조정득점생산력(wRC+)이 150 이상으로 올라가 있던 시기도 있었다.

그러나 7월 5일 현재 이정후의 시즌 타율은 0.244다. 두 달 남짓한 사이에 타율이 0.075나 하락한 것이다. 시즌 최저치였던 7월 1일 타율은 0.240으로 거의 8푼을 깎아 먹었다. 5월 월간 타율이 0.231로 타격 그래프가 하락세를 타더니, 6월 한 달 동안은 0.143까지 떨어졌다. 이정후의 6월 OPS(출루율+장타율)는 0.551로, KBO리그와 메이저리그를 통틀어 월간 타율이 2할이 안 되는 시기는 개인 경력에서 처음이었다.

이정후는 전형적인 콘택트 히터다. 골라 나가기보다는 쳐서 나가는 스타일이다. 요즘 이론에 따르면 이런 스타일의 타자들은 운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한창 좋을 때도 있고, 한창 나쁠 때도 있다. 기복이 크다. 많은 콘택트 유형의 선수들에게서 보이는 현상이다.

벌어놨던 기록은 이제 까먹었고, 사실상 원점에서 출발한다. 통계전문사이트 ‘팬그래프’가 집계한 이정후의 조정득점생산력(wRC+)은 100으로 떨어졌다. 딱 리그 평균이다. 그렇게 높았던 wRC+가 평범한 수준으로 돌아온 것이다. 물론 중견수 수비에서 공헌하는 바가 있기는 하지만 시즌 초반 방망이를 생각하면 아쉬운 대목이다.


물론 여전히 긍정적인 지표들도 있다. 이정후의 헛스윙 비율은 리그 상위 3%고, 삼진 비율도 리그 상위 5%다. 타구의 질을 고려한 기대 타율은 0.279로 자신의 시즌 타율보다 3푼 이상 높다. 앞으로 더 나아지는 타격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타구의 질이 전반적으로 나빠진 것도 사실이다. 6월 들어 하드히트(시속 95마일 이상의 타구)가 줄어들었다. 여기에 상대 수비 시프트가 견고해지면서 잘 맞은 타구도 야수 정면으로 가는 경우가 많았다.

핵심은 바깥쪽 대처다. 이정후의 타격 그래프가 떨어지기 시작한 5월 이후로 상대 투수들의 바깥쪽 승부가 집요해지고 있다. 바깥쪽 공을 잡아당기면 정말 좋은 타이밍에서 맞지 않는 이상 좋은 방향성을 보여주기 어렵다. 땅볼이 될 확률이 높아진다.


이정후는 올해 한가운데 들어오는 공에 대해서는 여전히 좋은 콘택트 비율과 하드히트 비율을 유지하고 있으나 바깥쪽 공의 땅볼 비율이 높은 것이 수치에서도 분명히 잡힌다. 또한 바깥쪽 공에 대한 배트스피드도 몸쪽보다 떨어지고, 그러다 보니 강한 타구를 만들어내는 것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단 수치적으로 약점이 드러났으니 상대 투수들의 공략도 집요해지고 있다. 이정후로서는 타격 실마리가 풀리지 않으니 심리적으로 쫓길 수밖에 없고, 이에 한가운데 들어오는 실투도 놓치는 모습이 드러나고 있다. 악순환의 사이클이다.


선배이자, 메이저리그를 먼저 경험한 강정호 또한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이정후의 바깥쪽 문제를 지적했다. 강정호는 최근 업로드한 분석 영상에서 이정후의 스윙 자체가 나쁘지는 않지만, 타격을 할 때 손이 먼저 나오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하체가 단단하게 지지가 된 뒤 타격이 시작되어야 하는데 방망이가 먼저 나오니 힘을 받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 경우 한가운데 공은 그럭저럭 좋은 타구를 날릴 수 있다. 다만 바깥쪽은 정타를 날리기가 쉽지 않다는 게 강정호의 분석이다. 배트 스피드라도 빠르면 상관이 없겠지만, 이정후는 배트 스피드가 빠른 편은 아니라고 봤다. 실제 이정후의 배트 스피드는 리그 하위 9% 수준이다. 강정호는 상대 팀의 이런 공략이 계속된다면 타격 폼의 교정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문제는 지금이 시즌이 한창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타격 메커니즘을 확 뜯어 고치기는 힘들다. 조금조금씩 수정하면서 버텨야 하는데, 샌프란시스코 타격 파트도 어떤 문제인지를 인지하고 있을 만큼 점차 바뀌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일단 약점을 어느 정도 극복하고 쳐 내면, 투수들을 자신의 유리한 쪽으로 강요할 수 있다. 실마리를 빨리 찾을 수 있다면 성적을 끌어올릴 수 있는 시간은 충분히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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