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평산 우라늄 정련공장 폐수 문제에 대한 우려해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전문가들이 4일 강화도 현장에서 시료를 채취하고 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제공 |
북한 평산 우라늄 정련공장에서 발생한 폐수가 서해를 통해 한국으로 유입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정부가 4일부터 특별 실태조사에 나섰다. 이날은 파주, 강화, 김포 일대의 10곳에서 시료를 채취한 뒤 2주 동안의 분석을 거쳐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조사는 북한 황해북도 평산군에 있는 우라늄 정련공장에서 나온 폐수가 예성강 하류를 통해 서해로 흘러나와 김포-강화-파주 일대에서 ‘핵 오염’을 일으킨다는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평산의 우라늄 정련공장은 광산에서 캐낸 우라늄 광석을 선광하고, 산과 알카리로 처리해 우라늄 정광(옐로우 케이크)로 만드는 곳이다. 우라늄 정광은 천연 우라늄의 순도를 높이기 위해 우라늄 광석에서 화학처리를 통해 불순물을 제거한 노란색 분말이다. 이것을 다른 핵물질 생산시설로 옮겨 고농축 과정을 거쳐 우라늄 핵폭탄을 만드는 데 쓴다. 이 정련공장에서 나온 폐기물에서 누출된 오염된 폐수가 서해로 유입되고 있다는 주장이 최근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이 지역 해수욕장들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주민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전날 통일부 정책실장 주재로 원자력안전위원회, 해양수산부, 환경부, 국방부, 국가정보원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관계부처회의를 개최했고, 4일부터 합동 특별 실태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전문가들은 이날 북한 지역에서 유입되는 예성강 하구와 가장 가까운 강화도 및 한강하구 등에서 지점별로 20ℓ 시료통 3개와 2ℓ 시료통 2개에 시료를 채취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시료통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분석실로 옮겨져 세슘, 우라늄과 중금속 오염 여부에 대한 정밀 분석 과정을 거친다. 정부는 2주 뒤 분석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우라늄 폐수’에 대해 과도한 공포를 가질 필요가 없으며, 정부가 과학적 조사와 분석을 꾸준히 실시해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원자력 분야 전문가인 이춘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초빙전문위원은 “폐수가 방류되는 침전지는 광석에서 우라늄을 분리하고 남은 것을 저장하는 곳이니, 고체는 대부분 돌가루 등의 광석 찌꺼기이고 액체는 산과 알카리 등이 섞인 물”이라며 “여기서 오염수가 누출되어도 우라늄처럼 무거운 성분은 가까운 곳에 대부분 가라앉고, 우리 쪽 지역에는 가벼운 성분인 산, 알카리 폐수가 주로 도착하기 때문에 우라늄 폐수라고 과도하게 우려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서해 일부 해변에서는 방사능 수치가 약간 높에 나오기도 하지만, 인체에 해를 미칠 수치까지 올라간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전문위원은 “꾸준히 측정을 계속하고 과학적으로 분석해 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원자력안전기술원의 분석 결과 북한에서 온 것으로 확인되면 북한에 이에 대한 대응을 요구하는 방안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2019년에도 이와 관련한 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통일부는 “이번 실태조사는 2019년에 실시했던 조사에 비해 조사 정점과 조사 범위, 조사 참여 기관을 확대해 보다 철저한 조사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사 정점은 2019년 6개에서 10개로 늘어나고, 조사 범위 역시 우라늄에서 우라늄·세슘·중금속으로 확대된다는 것이다. 조사 참여기관도 기존 원자력안전위원회에 해양수산부와 환경부가 새로 참여한다.
통일부는 “조사가 이번 일회적 조사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당분간 매월 감시를 지속하는 등 정기 감시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계부처 협의체를 지속 운영하여 수시 소통해 나감으로써 국민적 우려 사안에 대해 즉시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정부는 유관기관 간 협력을 통해 북한 우라늄 정련공장을 포함하여 북한의핵 활동 관련 동향을 면밀히 주시·분석하고 있으며, 우리 국민의 건강과 안전, 환경에 대한 우려가 발생하지 않도록 앞으로도 관계부처가 공동으로 면밀히 대응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박민희 선임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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