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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동 대법원 모습.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
선거 닷새 전 단체대화방에 올린 지지율 변동 그래프에 투표 당일의 예상 지지율이 포함됐더라도 실제 행해진 여론조사가 아니므로 공직선거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지난달 5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년기 전 강릉시 부시장과 김아무개씨에게 벌금 8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무죄 취지로 서울고법 춘천재판부로 돌려보냈다.
김 전 부시장 등은 지난 2022년 6·1 지방선거를 닷새 앞둔 5월27일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 ‘강릉시장 지지율 변동’이라는 제목의 여론조사 지지율 그래프를 올렸다. 이 그래프에는 실제 조사결과(5월 16∼25일)와 함께 투표일(6월1일) 당일의 예상 지지율도 포함돼 있었다. 검찰은 이들이 ‘선거일 6일 전부터 선거일의 투표 마감시각까지 선거에 관해 지지도, 당선인을 예상하게 하는 여론조사의 경위와 그 결과를 공표하거나 인용 보도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는 공직선거법 제108조 제1항을 위반했다고 봤다.
김 전 부시장 등은 여론조사 결과 공표 금지 기간 전에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라는 점을 명백히 밝혔고, 단순히 이를 분석해 만든 그래프를 전송한 것이라서 새로운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1·2심은 이들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여론조사 분석기관, 대상, 방법 등이 불포함돼 여론조사 결과 공표금지 기간 이전에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라는 점이 정확하게 제시되어 있지 않고, 오히려 이 사건 그래프는 여론조사 결과 중 일부만을 인용해 선거일까지의 지지율을 그래프 형태로 만든 것으로 보이는데, 투표일의 예상 지지율까지 포함돼 있어 이를 본 사람의 입장에서는 여론조사 결과 공표금지 기간이 포함된 여론조사 결과로 오인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며 이들에게 8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 역시 같은 이유로 공직선거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공표나 보도가 금지되는 ‘여론조사의 경위와 그 결과’는 공표·보도 금지기간 중의 날을 조사일시로 해 실제 행해진 여론조사의 경위와 그 결과로 한정된다”고 판단하며 원심의 판단이 잘못됐다고 봤다. 대법원은 “5월25일까지의 결과값은 실제 행해진 여론조사의 결과값이기는 하나 공표·보도 금지 기간 전의 날을 조사일시로 한 것이고, 조사일시도 명시돼 있다”며 “26일부터의 결과값은 공표·보도 금지 기간 중의 결과값이기는 하나 실제 조사가 행해진 여론조사의 결과에 기초한 것이 아니라 지지율 예상치를 표시한 것에 불과하다”고 봤다. 이는 공직선거법 제108조의 여론조사의 의미를 ‘실제 이루어진 여론조사’로 한정해 해석한다고 명시한 대법원의 첫 사례에 해당한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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