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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보호사에 “강아지 밥만도 못 한” 유통기한 없는 냉동도시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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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보호사에 “강아지 밥만도 못 한” 유통기한 없는 냉동도시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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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보호사들에게 제공된 냉동도시락 모습. 전국돌봄서비스노조 강원지부 제공

요양보호사들에게 제공된 냉동도시락 모습. 전국돌봄서비스노조 강원지부 제공


“정부가 지정한 ‘요양보호사의 날’에 유통기한도, 제조표시도 없는 개밥만도 못한 냉동도시락을 받았습니다. 한 끼 식사라고 부르기조차 민망한 수준입니다. 이는 질 낮은 급식제공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자 인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입니다.”



4일 오전 강원도 원주에 있는 ㄱ요양원 앞에서 최은주 전국돌봄서비스노조 강원지부장이 목소리를 높였다. ㄱ요양원은 어르신 100여명이 생활하고 있는 지역 최대 규모의 장기요양기관이다.



그런데 이 요양원이 지난 1일부터 사내 급식 형태로 제공되는 점심식사를 중단하고 진공 포장된 냉동도시락을 제공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이 도시락은 냉동 진공포장된 상태로 전자레인지에 해동한 뒤 제공되고 있으며, 별도의 반찬이나 국도 없이 일회용기 한곳에 모두 섞어놓은 형태다.



최 지부장은 “7월1일은 요양보호사의 노고를 기리고 처우개선을 촉구하기 위해 제정된 기념일이다. 이렇게 뜻깊은 날에 요양원 쪽은 고마움을 표시하기는커녕 ‘개밥만도 못하다’는 비아냥이 나올 정도의 도시락을 제공했다. 이런 것을 밥이라고 내미는 것은 인간에 대한 모욕이자, 돌봄노동에 대한 조롱”이라고 날을 세웠다.



유통기한조차 없는 정체불명의 냉동도시락을 제공받은 요양보호사들은 “이 밥은 고양이·강아지 밥만도 못해요”, “고양이·강아지도 이렇게는 먹지 않아요”, “이런 도시락 먹다가는 영양실조 걸리겠어요. 너무 형편없어요”, “이런 도시락은 처음 봐요” 등과 같은 반응을 보이며 반발하고 있다.



전국돌봄서비스노조 강원지부가 4일 오전 강원도 원주시 ㄱ요양원 앞에서 냉동도시락 거부 투쟁을 벌이겠다고 밝히고 있다. 전국돌봄서비스노조 강원지부 제공

전국돌봄서비스노조 강원지부가 4일 오전 강원도 원주시 ㄱ요양원 앞에서 냉동도시락 거부 투쟁을 벌이겠다고 밝히고 있다. 전국돌봄서비스노조 강원지부 제공


노조 쪽은 이번 조처가 지난해부터 지속된 요양보호사의 업무 전가 문제에 대한 보복 조처라고 판단하고 있다. 요양원은 조리실 업무과중 등을 이유로 요양보호사들에게 어르신들이 식사한 뒤에 남은 잔반을 털어내는 ‘잔반털기’ 업무를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요양보호사들은 잔반처리는 요양보호사의 고유 업무가 아닐 뿐 아니라 이런 식으로 업무가 가중되면 어르신 돌봄의 질이 하락할 수 있다며 이를 거부하고 있다.



최은주 전국돌봄서비스노조 강원지부장은 “요양원은 즉시 냉동도시락 지급을 중단하고, 정상적인 식사를 제공해야 한다. 잔반처리 업무 강요를 중단하고, 괴롭힘과 노조탄압에 대해서도 사과하라. 요양보호사의 업무범위와 권리를 보장하는 안전하고 공정한 노동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냉동도시락 거부 투쟁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요양원 쪽은 “식당을 운영 중인 위탁업체 쪽에서는 잔반 처리를 요양보호사 쪽에서 해주지 않으면 업무가 가중돼 요양보호사 식사까지는 준비할 수 없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도시락을 제공해야 하는데 단가가 2700원이다 보니 금액에 맞춰 준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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