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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열전](33) 김현아 한림대 성심병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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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열전](33) 김현아 한림대 성심병원 교수

서울맑음 / -3.9 °
물렁뼈에 관해서는 해외서도 ‘단단한 연구’ 인정
◆ 류마티스·골 관절염 전문 치료 효율성 연구에 주력

◆ 논문 100여편 국내외 발표…일본 젊은과학자상 받기도

◆ “임상자료 축적에 어려움…국비지원 등 후원 있어야”


한림대 성심병원 류마티스내과 김현아 교수(49)는 ‘류마티스내과’를 전공한 의학자로서 골관절염(퇴행성 관절염) 연구에도 주력해 이 분야에서 선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기초과학 연구와 함께 임상연구도 병행, 기초 논문과 임상 논문을 해외 저널(학술지)에 동시에 게재하는 흔치 않은 연구자로 손꼽힌다. 지금까지 100여편의 논문을 국내외에 발표했다. 이중 다른 논문에 대거 인용되는 논문이 상당하다. 일찌감치 한국의 류마티스 연구를 대표하는 의학자 중 한 명이 되었다.

연구 성과는 2000년에 꽃을 활짝 피운다. 그해 11월 ‘류마티스 관절염에서 연골세포의 괴사’ 논문으로 대한의학회가 수여하는 ‘분쉬의학상’을 수상했다. 1회 젊은 의학자상이다. 기존 관절염 진행 과정에 대한 연구들이 연골세포를 둘러싼 관절의 기질(기본 물질)이 녹아 없어지는 점에 초점을 맞춘 반면 김 교수는 연골세포 자체에 초점을 맞추어 류마티스 관절염의 관절연골에서 세포 괴사가 일어난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밝혀냈다. 이 연구결과는 권위를 자랑하는 미국류마티스학회 학술지 ‘관절염과 류머티즘(Arthritis & Rheumatism)’에 게재되었다.

류마티스 관절염 기초·임상 연구의 권위자인 김현아 교수가 한림대 성심병원 연구실에서 포즈를 취했다.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류마티스 관절염 기초·임상 연구의 권위자인 김현아 교수가 한림대 성심병원 연구실에서 포즈를 취했다.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더욱이 같은 해에 일본류마티스학회에서 ‘관절연골에서 기질 소실과 연골세포 괴사와의 관계’ 논문으로 ‘젊은 과학자상’을 받았다. 매년 전 세계 연구논문을 공모해 우수 논문에 주는 상이다.

김 교수의 연구 열정은 2007~2010년 아시아 최초로 ‘표준 방사선 기법과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도입한 골관절염 지역사회 코호트 구축’ 연구를 개인이 수주한 연구비로 수행한 데서 잘 드러난다. 코호트란 통계적으로 동일한 특색이나 행동양식을 공유하는 집단을 말한다. 이를 통해 골관절염의 병인과 진행, 통증 발생 원인에 관해 다양한 연구결과를 도출하고 있다.

외래진료실에서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의 손가락 관절 변형을 살펴보고 있는 김현아 교수.  한림대의료원 제공

외래진료실에서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의 손가락 관절 변형을 살펴보고 있는 김현아 교수. 한림대의료원 제공


“요즘 연구분야를 확장해 류마티스 관절염의 임상연구, 특히 ‘활성도지수’를 기준으로 치료 효율을 최적화하는 비교효과 연구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환자 데이터를 축적하는 것 자체부터가 쉽지 않은 연구인데, 힘들지만 환자 진료와 의학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신념으로 하고 있죠. 진료도 그렇지만 연구비나 연구장비가 외국보다 많이 열악해 국가적인 지원이 더 늘어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 교수 특유의 끈기와 내공으로 이룩한 연구결과는 최근 대한류마티스학회지에 실리면서 다른 질환에 비해 많이 불리했던 ‘류마티스 관절염의 보험급여 기준’을 완화하는 데 중요한 논거를 제공했다. 올해 대한류마티스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우수논문상으로 선정됐다.


김현아 교수가 차세대 관절염 치료제 개발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며 동물 실험을 하고 있다.  한림대의료원 제공

김현아 교수가 차세대 관절염 치료제 개발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며 동물 실험을 하고 있다. 한림대의료원 제공

김 교수는 1989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서울대병원에서 인턴, 레지던트를 거쳐 1994년 내과전문의를 취득했다. 1994~1996년 서울대병원 류마티스내과 전임의(펠로)를 했다. 류마티스내과 분과전문의가 된 1997년부터 2000년까지 서울대병원 외래교수(현 연구교수)로서 기초연구 및 환자 진료를 담당했다.

해외연수(1996~1997년)는 남편인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정천기 교수가 미국으로 연수를 갈 때 같이 가서 관절염 기초연구를 했다. 연수기간에 겪은 일들을 토대로 미국 생활에서 일어나는 부정적인 문제를 파헤친 책(<나는 미국이 싫다>)을 써서 큰 화제를 모았다. 2000년 3월 한림대 성심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요원으로 임용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한림대 성심병원 연구동 회의실에서 김현아 교수가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한림대 성심병원 연구동 회의실에서 김현아 교수가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1989년 1월 졸업식을 앞두고 의대 선배와 준비도 없이 결혼을 했어요. 결혼도 일찍 한 데다 인턴 때 출산을 하는 바람에 수련 과정에서 고생을 많이 했어요. 힘이 들어 그만두고 싶거나 나태해질 때 자수성가한 아버지의 꾸지람과 남편의 조언이 없었다면 현재 저의 모습은 없었을 겁니다.”


한림대 성심병원 류마티스클리닉은 ‘인덱스(Index)를 근거로 하는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 치료 프로토콜’ 서비스를 제공한다. 환자의 활성관절 검사를 포함하는 객관적이고 체계적인 치료 성적을 진료 때마다 산출하고 이를 기본으로 처방을 조절해 완치 내지는 근치를 도모하는 과학적인 프로그램이다. ‘진단 6개월 내 근치’를 목적으로 한다.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4년째 이 시스템을 유지해 여러 가지 값진 임상 데이터들도 도출하고 있습니다. 하루 환자가 100명에 육박하는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이런 시스템을 유지하다보니 진료가 점심시간은 물론 오후 6시를 넘겨 끝나는 일도 비일비재하죠. 임상연수의 상당수 연구가 국책연구비 지원이 거의 전무한 상황에서 이뤄지고 있는 점과 좋은 치료제를 적극 사용할 수 없는 의료현실이 빨리 개선돼야 할 것입니다.”

자기 할 일을 다한 뒤 하늘의 뜻을 기다린다는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여기에 김 교수의 삶의 지표와 인생철학이 담겨 있다. 한림대 성심병원 정기석 병원장(호흡기내과)은 “김현아 교수는 류마티스 관절염의 관절연골에서 세포 괴사가 일어난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밝혀내는 등 지속적인 연구와 논문 발표로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실력파 의사”라며 “병원 내에서 학술위원장을 맡아 의사들의 연구실력 향상을 선도하고 있고, 진료와 연구뿐만 아니라 류마티스 환자들이 효과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현행 의료체계 및 보험제도의 개선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 김현아 교수가 말하는 류마티스 관절염 진단과 치료

류마티스 관절염을 포함해 강직성 척추염, 라이터증후군, 루푸스, 쇼그렌증후군, 경피증, 근육염, 베체트병, 섬유근통 증후군 등 전신적으로 생기는 자가면역성 질환들을 ‘류머티즘’이라고 한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인체의 면역기능에 이상이 생겨 외부의 이물질에 대해 몸을 방어해야 할 면역계가 오히려 자신의 몸을 공격해서 생기는 병으로 알려져 있다.

관절 부위에 만성 염증이 생기고, 때로는 근육, 폐, 피부, 혈관, 신경계, 눈에도 이상이 생길 수 있다. 20~50대에 흔히 발생하고 남자보다 여자가 3배 이상 많다.

한림대 성심병원 류마티스내과 김현아 교수는 “발병 2년 내에 치료를 받지 않으면 완치가 어려운 만큼 조기 진단,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환자의 20%는 약물치료를 잘하면 재발하지 않는다. 하지만 환자의 20% 정도는 병이 나았다가 몇 년 뒤 재발하고 낫기를 반복한다. 이런 환자들은 관절의 파괴나 기능장애가 거의 없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가벼운 경과를 보이는 환자들은 대개 처음에 염증이 생긴 관절 수가 2~3군데로 매우 적은 경우다.

나머지 60% 정도는 경과가 매우 긴 만성 관절염으로 진행된다. 류마티스 인자가 양성인 경우, 류마티스 결절이 있는 경우, 특정 유전자가 검출되는 경우, 젊은 여자 환자의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경과가 길고 심할 가능성이 높다.

김 교수는 “당뇨병이나 고혈압처럼 류마티스 관절염도 완치는 어렵다 하더라도 꾸준히 치료하고 병을 잘 조절하면 통증이나 염증 없이 잘 지낼 수 있다”면서 “첫 발병 후 1~2년 안에 관절 손상이 많이 진행되므로 경험 있는 류마티스 전문의에 의한 조기 진단과 치료가 매우 중요한 만성질환”이라고 설명했다.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 중 효과가 빨리 나타나는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제나 스테로이드제는 장기간 복용할 경우 위장관 장애를 비롯해 여러 가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조심스럽게 사용해야 한다.

특히 스테로이드는 무분별하게 남용하면 뼈를 망가뜨리고 당뇨, 내분비 기능의 파괴, 결핵 등 수많은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

질병 경과를 조절해주는 항류마티스제제는 신속한 진통효과는 없는 대신 장기간 복용하면 관절이 변형되는 것을 막아주는 효과가 있다.

최근에는 류마티스 관절염 염증의 원인이 되는 물질(사이토카인)이나 세포에 작용해 획기적인 효과를 나타내는 생물학적 제제가 많이 개발되어 임상에 사용되고 있다.


<박효순 기자 anytoc@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