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마을의 진화 l 한광야 지음, 성균관대학교 출판부, 3만4000원 |
도시는 ‘마을 또는 동네’의 덩어리다. 좋은 도시는 좋은 마을에서 시작한다. 20세기 중반부터 세계적인 도시들에서 중앙 정부의 하향식 행정에 대한 저항과 함께, 시민 참여와 주민자치가 활성화되면서 ‘마을의 가치 찾기’가 하나의 학문적 주제로 떠올랐다. 한국에서도 지난 10여년간 전국 단위의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시민들이 오래된 마을의 정체성을 재발견했고, 보행권 중심의 생활권과 생활 상권의 중요성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한때 이상적으로 여겨졌던 ‘직장·주거 분리’의 가치도 다시 ‘직장·주거 근접’으로 변화하고 있다.
도시설계·계획 전문가인 한광야 동국대 교수(건축공학부)는 ‘도시마을의 진화’에서 세계적인 도시들의 옛 도심에서 대표 얼굴로 자리 잡은 뒤 지속해서 성장·재생해 온 9개 도시마을의 변화 과정을 소개한다.
1부에서는 격자형 도로체계와 도시 블록 위에서 성장해 온 대도시 도시마을 사례들을 살펴본다. 주민들이 설립한 도서관과 클럽하우스인 아테네움을 중심으로 형성된 영국의 비컨힐과 찰스 강변 간척지에 들어선 선형공원을 중심으로 형성된 보스턴의 백베이, 그리고 바르셀로나의 드레타 데 레이삼플레, 도쿄의 긴자와 마루노우치를 들여다본다. 2부에서는 마을의 역사성을 보유한 정원공원을 중심으로 저층 주택과 고층 주거 타워가 스퀘어와 보행 체계로 연결되며 성장해 온 마을들을 소개한다. 런던의 블룸스버리와 필라델피아의 리튼하우스 네이버후드, 뉴욕의 그리니치빌리지가 그 주인공이다. 3부에서는 교토의 히가시야마, 브뤼헤와 암스테르담의 베긴회수녀원 블록을 다룬다. 특히 3부 마지막 장에서는 조선 시대 문묘와 성균관의 마을로 형성된 서울의 명륜동-혜화동을 돌아본다. 근대 이후 문화주택과 근대 한옥이 어우러져 지식인 마을을 이루고, 1970년대 서울 확장 이후 학교들이 이전하며 마을 경관과 정체성이 지속적으로 변화해 온 이곳에서 상가·학교·종교·복지시설을 어떻게 보전하고 재개발해야 하는가를 이야기한다.
지난 10여년간 도시마을의 변화상을 탐구해 온 지은이는 “도시에서 삶의 만족도를 높이려면, 일상의 무대인 마을이 좋아져야 한다”며 “살고 싶은 마을의 모습이란 주민들의 부단한 관심과 노력의 결과”라고 말한다.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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