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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힘에 의한 평화

머니투데이 강기택산업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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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힘에 의한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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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적으로 강력한 군을 유지해야 한다. 경제력을 통해 우리에게 협력하는 국가에게는 보상하고 협력하지 않는 국가에는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다.(중략)군대에 돈을 쓰는 것은 현명한 투자이기도 하다. 군이 보유하는 비행기와 선박, 그리고 모든 장비를 누가 만들까? 바로 미국의 노동자들이다.'(도널드 트럼프, '불구가 된 미국')

미국의 국방비 증액 요구는 다목적 포석이다. 자국의 군사 지원 부담을 덜면서 동맹국의 군사력을 키운다. 러시아와 중국이 국방비 지출 확대로 대응하는 건 이들 국가의 '재정압박'을 의미한다. 미국을 거스르는 동맹국에는 관세나 제재 등의 패널티로 의도를 관철한다. 국방비를 늘린 동맹국에 자국산 첨단무기를 수출해 경제적 이익을 챙긴다.

미·중 패권 다툼,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 등 지정학적 요인으로 전세계가 '군비 확장'의 시기를 맞은 지 오래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군사비 지출은 전년 대비 9.4% 늘어났다. 냉전 종식 이후 가장 큰 폭이며, 10년 연속으로 증가한 것이다. 최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회원국들이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여 2035년까지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5% 수준까지 끌어올리기로 한 것에서 보듯 흐름은 지속될 것이다.

타의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독일은 국방비 지출 목표 달성 시점을 기존 계획보다 6년 앞당긴 2029년으로 제시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유럽에서 가장 강한 군대'를 내세우며 군사력 증강을 도모해 왔다. 국방비를 방산 투자 확대와 경기 부양의 수단으로 쓴다는 것이다. 지난해 독일의 국방비 지출은 세계 4위(GDP 대비 1.9%)로 영국(6위)과 프랑스(9%)를 넘어섰다.

미국은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동맹국에도 같은 논리를 들이댄다. 백악관은 지난달 26일(현지 시간) 한국, 일본 등 아시아 동맹국도 국방비를 올려야 한다고 했다. 유럽 지역에서 러시아가 견제대상이라면아시아 지역에서는 중국과 북한이 대상이다.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치르느라 힘이 소모된 러시아를 나토가 감당하게 하고, 보다 아시아에 집중하려는 게 미국의 스탠스다. 주독미군(3만5000명)보다 주일미군(5만5000명) 병력이 진작에 더 많아진 데는 이런 이유가 있다.

스페인이 국방비 증액에 대한 거부의사를 밝히자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2배 부과하겠다고 언급한 사례에서 드러나듯 동맹국은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다. 일본은 미국의 주문이 무리하다는 입장이지만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가 방위비를 2027년까지 GDP의 2%로 늘리기로 했고, 방위상 출신으로 군사력을 강조해 온 이시바 시게로 총리도 이 기조를 이어왔다. 일본의 올해 방위비는 역대 최대고, 자위대는 공격형 군대로 변신을 꾀해 왔다. 어느 시점에서 절충점을 찾을 것이다.


한국의 국방예산 규모는 2016년 38조 7995억원에서 올해 61조 2469억원으로 커졌다. 전세계적 추세를 좇아왔고 2023년의 중기 국방계획에 따라 점증하게 된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국방비 증액은 주권사항'이라는 원칙과 미국의 요구 사이에서 접점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전향적으로 사고한다면 군사력 강화와 방위산업 경쟁력 확보, 관세협상의 레버리지 활용, 경기진작 등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각국의 국방비 증액은 새 정부의 '방산 세계 4대 강국 진입' 비전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다. 글로벌 방산시장 점유율은 미국(43%), 프랑스(9.6%), 러시아(7.8%), 중국(5.9%) 등의 순이며, 한국은 2.2%로 10위에 머물러 있다. 수출 컨트롤타워 신설, '방산수출진흥전략회의'의 정례화, 군·산·학 협력을 통한 인재양성과 기술개발, 방산기업에 대한 세제와 금융 지원 등의 실무적 조치와 함께 정상외교를 통해 K 방산의 퀀텀점프를 일궈 내는 것은 곧 정부가 성공하는 길이다.



강기택 산업1부장 aceka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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