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슬 약사·작가 |
그렇다면 이런 정책은 왜 나온 걸까. 지난 민주당 정부의 부동산 실책을 복기(復棋)해, 임기 초부터 강경하게 대응했단 주장은 아마 절반 정도만 맞을 테다. 더 근본적인 원인은 민주당 지지층의 핵심 세력이 변화했단 점이다. 부동산과 같은 실물자산보단 주식이나 코인과 같은 금융자산으로 자산을 축적한 ‘개미 진보’가 등장해서다. 2025년 3월 발표된 예탁결제원의 상장법인 주식 소유자 현황 자료를 살펴보자. 국내 상장주식 개인 소지자는 1410만 명인데, 그중 44.5%가 민주당의 핵심 지지층인 40·50 세대다. 이재명 정부가 임기 초부터 코스피 5000시대를 외친 이유다. 반면, 주택시장은 상황이 좀 다르다.
김주원 기자 |
부동산을 본격적 투자 수단으로 삼으려면, 적어도 2주택 이상을 보유해야 한다. 여러 변칙적 상황은 있어도, 실거주할 주택 1채는 필요해서다. 2023년 주택소유통계에 따르면, 세대 내 다주택자 비율이 15%를 넘는 유이(唯二)한 세대가 50대와 60대다. 이들이 바로 재건축·재개발 등으로 자산을 늘려온 ‘토건 보수’의 실체다. 서울의 신규 주택 공급이 여러 이유로 막힌 상태에서, 이들이 매물을 틀어쥐면 부동산 가격은 계속 오른다. 같은 50대라고 하더라도 금융 상품으로 자산을 쌓고, 소위 ‘상급지 부동산’으로 옮겨가길 바라는 이들 혹은 아직 집이 없는 40대 민주당 핵심 지지층의 이익과는 극도로 상충한다. 그러니 지난 정부와 같은 이념화된 부동산 정책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집값 상승을 꺾을 강한 규제책이 나온 것이다.
이번 부동산 정책은 한국 정치의 축이 바뀌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영·호남 갈등 같은 지역주의나 안보 이념을 중심으로 한 갈등 축이 아닌 개인의 ‘자산 포트폴리오’가 정치의 새 전선(戰線)이 됐다. 어설프게 엮은 성별·세대 갈등에 기대기보단, 어떤 자산을 보유한 유권자 집단의 효용을 극대화할 것인지에 대한 냉정한 계산과 집행이 주된 정치 쟁점이 된 거다. 좋든 싫든 이게 5년간 마주해야 할 이재명 대통령식의 실용주의 정치의 요체다. 보수 역시 그에 맞는 실용적 해법을 찾아내야만 한다.
박한슬 약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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