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권 정조준하는 3특검…여권 '개혁 드라이브' 탄력

한덕수·김건희·윤석열 줄소환
검찰개혁 명분·정국 주도권 확보 시동

이재명 정부와 함께 출범한 세 개의 특검이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12·3 비상계엄 사태를 겨눈 내란특검은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비롯한 당시 국무위원들을 잇따라 불렀고, 오는 5일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2차 조사를 예고하며 속도전에 나서는 모양새다. /뉴시스

[더팩트ㅣ국회=김세정 기자] 이재명 정부와 함께 출범한 세 개의 특검이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12·3 비상계엄 사태를 겨눈 내란특검은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비롯한 당시 국무위원들을 잇따라 불렀고, 오는 5일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2차 조사를 예고하며 속도전에 나서는 모양새다.

김건희 특검도 김건희 여사에 대한 출국금지를 신청했다. 윤석열 정권을 둘러싼 전방위적 수사는 진상규명이라는 명분과 맞물려 더불어민주당에 한동안 정치적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검 수사의 향배에 따라 정국 주도권을 더욱 공고히 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3일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내란·김건희·채상병 특검은 수사를 본격화했다. 조은석 특별검사가 이끄는 내란특검은 지난 2일 한덕수 전 총리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14시간 가까이 조사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 대한 참고인 신분 조사를 했고, 이날은 김성훈 전 대통령 경호처 차장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을 불렀다. 특검은 오는 5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해선 2차 조사를 실시한다.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각종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도 수사에 돌입했다. 수사 준비 기간동안 김 여사에 대한 출국금지를 신청한 데 이어 이날을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 삼부토건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3대 특검 중 첫 강제수사다. 특검은 주가조작부터 건진법사, 명태균 공천개입, 양평고속도로 특혜까지 4가지 의혹을 나눠 살펴볼 예정이다. 채상병 특검 역시 사건의 핵심인물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과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 등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전날에는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불러 조사했다.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의혹을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 관계자가 압수수색을 위해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부토건 사무실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서예원 기자

이처럼 세 특검이 윤석열 정부 핵심 인사들을 정조준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자 정치권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지호 민주당 대변인은 "내란 공범들에 대한 특검 수사가 활발하다"며 "내란 공범, 내란 대행으로 드러난 한덕수 전 총리에 이어 지금도 숨어있는 내란공범들을 모두 밝혀내 죗값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검이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로 내란세력을 모두 법의 심판대에 세워 혹독한 시기를 빛의 혁명으로 지켜주신 국민께 보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국민의힘은 수사와 관련한 반응은 자제하고 있다. 다만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혁신위원장에 4선의 안철수 의원을 지명하면서 "국민의 뜻을 온전히 받들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면서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계엄 사태에 재차 고개를 숙였다.

세 특검의 수사 강도가 높아지면서 정치권은 그 어느 때보다 거센 파장 속에 휘말릴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특검 수사를 통해 윤석열 정부의 도덕성 훼손과 국정 운영 능력 부재를 부각시키는 한편, 이재명 정부 출범 초반 개혁 드라이브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국정 정상화를 기치로 내건 이재명 정부로서는 전 정권의 권력 남용과 공권력 왜곡 사례를 바로잡는 일이 정치적 명분 확보는 물론, 향후 개혁 입법 추진의 동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검찰개혁을 둘러싼 논쟁이 예고된 가운데 특검 수사는 이재명 정부와 여권의 개혁 과제에 제도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남용희 기자

특히 검찰개혁을 둘러싼 논쟁이 예고된 가운데 특검 수사는 이재명 정부와 여권의 개혁 과제에 제도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윤석열 정부 시절 제기된 의혹 상당수가 검찰에 의해 축소되거나 수사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이 이어진 상황에서, 특검이 그 공백을 메우고 있다는 인식이 여권 내부에 자리 잡고 있다. 검찰의 한계를 드러냄으로써 개혁의 필요성을 부각시키는 것이 국정 동력 확보의 결정적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여당 안팎에서는 특검 수사가 진전을 보일수록 검찰개혁 입법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란 기대감이 감지된다.

다만 수사 국면이 예상보다 길어진다면 국민에게 피로감을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김상일 정치평론가는 "내란 등에 대한 진상규명이 있어야 그걸 기준으로 국민통합을 해나갈 수 있고, 빨리 정리가 돼야 국정운영의 성과를 낼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수사가 오래간다면 피로감으로 변질될 수 있어서 그때부터는 국정을 운영하는 쪽에 책임이 돌아가게 돼있다"라고 했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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