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오선우의 수비 포지션에 주축 선수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 영향이 컸다. 오선우는 주로 1루 혹은 코너 외야를 보는 선수다. 그런데 이 포지션은 KIA에 확실한 주전 선수들이 있거나, 혹은 외국인 선수로 대체하기 가장 쉬운 자리들이었다. 실제 올 시즌 개막전 당시 1루는 외국인 선수 패트릭 위즈덤의 몫이었고, 나성범 이우성이 코너 외야를 보고 있었다.
활용성을 높이기 위해 수비 포지션도 여러 가지를 봤지만, 한 포지션에 적응하지 못한 까닭인지 공격에 비해 수비에서는 그렇게 좋은 평가를 못 받던 시절도 있었다. 특히 1루의 경우는 루틴 플레이가 많은데 순간적으로 판단이 어긋나면 주자나 타자가 살 수도 있다. 이것에 익숙해지는 시간은 분명히 필요하다.
그런데 3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는 오선우의 수비가 KIA를 위기에서 건져내는 장면이 있었다. 그간 오선우가 주로 빛났던 장면이 공격이라면, 이날은 수비였다. 묘기와 같은 장면이 나왔고, 이것이 팀 승리에 크게 공헌했다.
8회 한 번 뜨끔한 상황이 있었다. 선두 오태곤이 3·유간을 빼는 듯한 타구를 날렸다. 여기서 유격수 박찬호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공을 잡아 역동작으로 1루에 던졌다. 박찬호가 아무리 탄력이 좋은 선수라고 해도 송구 거리도 긴 데다 역동작이라 송구가 1루수 글러브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1루수 오선우의 앞까지 간신히 온 것만으로도 훌륭했다.
그런데 여기서 오선우가 다리를 쭉 찢어 공을 건져냈고, 간발의 차이로 아웃이 됐다. SSG에서는 혹시 발이 떨어지지 않았을까 싶어 비디오 판독을 요구했지만 오선우의 왼발은 1루에 붙어 있었다. 인체의 신비를 보는 듯한 장면이었다. 키가 큰 선수가 다리까지 완전히 찢어 앞으로 나갔기에 더 빨리 캐치를 할 수 있었다. 키가 작은 선수였다면 설사 최대한 다리를 찢었다고 해도 세이프가 될 수도 있었다.
만약 오태곤이 살았다면 KIA로서는 골치가 아플 수밖에 없었다. 무사 1루에, 발 빠른 주자에, 최근 안 맞고 있다고는 하지만 기량이 뛰어난 타자이자 이날 안타도 각각 있었던 기예르모 에레디아와 최정이 뒤에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플레이로 SSG 공격의 맥이 풀렸고, 끝내 KIA는 3-2로 이기고 위닝시리즈를 달성할 수 있었다.
의도적으로, 뭔가 자신의 기술을 믿고 한 플레이가 아니라는 것이다. 어떻게든 잡겠다는 일념 하나가 초인적인 힘을 만들어냈고, 여기에 운도 조금 따랐다. 오선우는 “어렸을 때부터 유연한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스트레칭을 많이했다. 하지만 나는 지금 천천히 다리를 찢으라고 한다면 찢지 못한다”고 인정하면서 “경기에서 어떻게든 막아야한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다리가 찢어진 것 같고, 아프다는 느낌도 없었다”고 웃어보였다.
오선우는 2일까지 시즌 62경기에서 타율 0.296, 8홈런, 31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28을 기록하며 KIA 타선에서 없어서는 안 될 선수가 됐다. 추후 나성범이 돌아와도 따로 자리를 만들어줘야 할 정도의 존재감이다. 오선우도 좋은 개인 성적과 팀 성적이 함께 하는 시즌이 되길 바라고 있다. 오선우는 “내일부터 3위 싸움에 중요한 롯데전을 앞두고 있다. 롯데에게 강했던 기억이 있어 최대한 집중하면서 경기를 치르고 싶다”면서 “주말 시리즈가 끝났을 때 팀이 3위에 있었으면 좋겠고, 전반기가 끝났을 때 최대한 높은 곳에서 마무리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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