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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명을 죽인 범죄학 박사과정생, 그를 가르친 연쇄살인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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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명을 죽인 범죄학 박사과정생, 그를 가르친 연쇄살인 전문가

서울맑음 / -3.9 °
3년 전 인근 대학 학생 4명 살해한 대학원생
선고 앞두고 검찰과 유죄 협상… 종신형 받을 듯
석사 지도교수 "예의 발랐던 제자… 연락해보고파"


미국 아이다호대 학생 4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브라이언 코버거가 2일 아이다호주 에이다카운트 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 아이다호대 학생 4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브라이언 코버거가 2일 아이다호주 에이다카운트 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범죄학 박사과정을 밟다가 가까운 대학 학생 4명을 살해한 혐의로 미국 전역을 충격에 빠뜨렸던 브라이언 코버거가 사형 선고를 면하려고 검찰과 유죄 협상을 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영국 BBC방송과 로이터통신의 2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1급 살인 혐의로 기소돼 이달 23일 선고 공판을 앞둔 코버거는 유죄를 인정하는 대신 사형 선고는 면하는 방향으로 검찰과 협상했다. 유죄 협상은 피고인은 선고 전 유죄를 인정하고 검찰은 그 대가로 형량 감경 등 혜택을 주는 절차로, 코버거는 이에 따라 종신형을 선고받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재판 없이 처벌이 확정된다면 코버거의 살인 동기 등 범행을 둘러싼 핵심 의문은 풀리지 않을 전망이다.

코버거는 2022년 11월 13일 오전 아이다호주 소재 아이다호대 학생들이 자취하는 학교 근처 임대주택에 침입해 여성 3명과 남성 1명을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범행 47일 만에 고향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체포된 코버거는 당시 28세로 워싱턴주립대에서 형법학·범죄학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었다. 아이다호대와 워싱턴주립대는 주 접경에 위치해 차로 15분 거리다.

그간 코버거 변호인단은 사형 선고를 피하기 위한 방편으로 코버거가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 진단을 받은 적이 있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ASD는 신경 발달에 문제가 있어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로, 이런 환자에게 형사 책임을 온전히 지워 사형에 처하는 것은 비정상적 처벌이라는 게 변론 요지였다. 하지만 올해 4월 CNN 등 외신들은 담당 판사가 "ASD는 형량 감경 요인은 될 수 있어도 사형의 결격 사유는 아니다"라며 코버거에게 사형을 선고할 가능성을 열어뒀다고 보도했다.

코버거는 '다중살인을 저지른 범죄학도'라는 충격적 면모뿐 아니라 사제관계로도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연쇄살인 연구로 미국에서 가장 저명한 학자인 캐서린 램슬랜드 박사 밑에서 공부한 적이 있어서다. 코버거는 램슬랜드가 법심리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필라델피아 디세일스대에서 2022년 형사사법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램슬랜드 교수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누군가는 연쇄살인범의 수법을 배우려고 내 수업을 들을 수 있다는 가능성은 염두에 두고 있다"면서도 "코버거는 매우 예의 바르고 남을 존중했으며 진지하게 진로를 고민하는 학생이라 그런 우려를 전혀 하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그는 코버거가 석사 학위를 받은 후로는 연락한 적이 없다면서 "언젠가 그와 다시 연락해 그를 더 깊이 이해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민기 인턴 기자 alsrlsk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