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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상호관세 부과 눈앞인데... 방산업계 "한미 국방상호조달협정 체결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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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상호관세 부과 눈앞인데... 방산업계 "한미 국방상호조달협정 체결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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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리투아니아 등 28개국 이미 체결
수출할 때 입찰가의 50% 가산 면제되면
상호관세 매겨도 관세 지금의 절반 수준


여한구(왼쪽)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3일 서울 종로구 한국무역보험공사 대회의실에서 제48차 통상추진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산업부 제공

여한구(왼쪽)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3일 서울 종로구 한국무역보험공사 대회의실에서 제48차 통상추진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산업부 제공


미국 행정부가 우리나라에 상호관세 25%를 부과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방 분야 자유무역협정(FTA)인 한미 국방상호조달협정(RDP-A)을 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은 이 협정을 맺은 국가에는 ‘미국산 우선 구매법(BAA)’ 적용을 면제하기에 상호관세의 피해를 상쇄할 수 있을 거란 예상에서다. 대미 수출 확대에도 협정 체결이 필요하다고 방산업계는 설명한다.

3일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 5월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제26차 한미통합국방협의체 회의 당시 국방상호조달협정 체결을 위한 논의가 이뤄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미 국방부와 지속 협의 중인데, 체결 시점을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앞서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2월 방산수출전략평가회의에서 국방상호조달협정을 연내(2024년) 체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미국의 검토가 길어지면서 지연돼왔다. 업계 관계자는 “미 국방부가 발표한 국가방위산업전략서(NDIS)의 핵심이 미국과 우방국들 간 글로벌 공급망 확보를 위해 국방상호조달협정을 확장하겠다는 것”이라며 “우리 정부가 의지를 갖고 적극 나선다면 조속한 체결이 가능할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수출 물류 측면에서도 유리해져


국방상호조달협정을 맺으면 방산 물자를 미국으로 수출할 때 미국산 우선 구매법 적용이 면제된다. 이 법은 미국산 원자재로 미국 내에서 65% 이상 제조되지 않은 외국산에 대해선 업체가 제시한 입찰가의 50%를 가산한다. 예를 들어 국내에서 생산한 탄알이 100원이라면, 미국 시장에선 이 법에 따라 150원에 팔아야 한다. 가격 경쟁력을 크게 떨어뜨리는 만큼 국내 업체엔 미국 시장 진출의 걸림돌로 작용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상호관세가 부과되면 100원짜리를 최대 175원에 팔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전문가들은 국방상호조달협정 체결 추진을 요구하고 있다. 25%의 상호관세가 부과돼도, 이 협정으로 50% 가산을 피한다면 관세가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낮아지는 셈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이 협정 제4장의 ‘양국은 국방 조달에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관세제〮세 의무를 서로 면제할 것을 규정한다’는 조항을 들어 상호관세 면제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심순형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국방상호조달협정 체결에 따른 상호관세 면제 여부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며 “실제 체결돼야 명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수출 물류 측면에선 분명 유리해진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는 “가령 방산업체 풍산은 5.56㎜ 소총탄을 평택 미군기지에 납품할 때 경주 안강공장에서 생산해 부산항을 거쳐 미국으로 보내 검수하고, 다시 평택항에서 받아 미군기지로 보낸다"고 설명했다. 국방상호조달협정을 맺으면 미국으로 보냈다 받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국내 시장 개방에 따른 걱정도


다만, 우려의 시각도 있다. 국방상호조달협정 체결로 미국 방산업체의 한국 시장 진출이 용이해져, 국내 방산업체가 역으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방위사업청 규정은 무기를 개발할 땐 국내 기술과 산업 기반을 우선 활용하고, 자체 개발이나 생산이 불가능할 경우에 한해 해외에서 도입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협정 체결로 미국이 이 규정의 개정을 요구하면 국내 무기 연구개발(R&D)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장원준 전북대 방위산업융합과정 교수는 “한쪽에 문제가 생기면 6개월 내에 협정을 종료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있다”면서 “이미 이집트와 리투아니아 등 28개국이 미국과 국방상호조달협정을 맺은 만큼 글로벌 4대 방산 강국을 목표로 하는 우리가 더이상 주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