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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통령의 30일, 언론이 묻고 국민에게 답하다' 기자회견에서 출입기자들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5.07.03. bjko@newsis.com /사진= |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30일 기념 첫 기자회견은 때로는 진지했고 때로는 유쾌했다. '대통령의 30일, 언론이 묻고 국민에게 답하다'란 제하의 기자회견에서 이 대통령은 취재진의 질문에 귀기울이면서 친구에게 설명하듯 유머와 예시를 섞어가며 최대한 솔직하게 자신의 생각을 털어놨다.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은 오전 10시부터 생중계로 약 2시간 동안 진행됐다. 당초 100분으로 예상됐었지만 추가 질문이 더해지며 예정보다 시간이 길어졌다. 이날 △민생·경제 △정치·외교·안보 △사회·문화 등 분야에서 총 15개의 질문이 나왔고 대통령의 모두발언과 마무리발언으로 회견은 시작과 끝을 맺었다.
이날 기자회견은 '각본없는' 회견이란 점에서 과거 대통령들의 기자간담회와 차별화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도 당초 '무각본' 구상이었지만 효율적 진행을 위해 당시 청와대 측이 기자들로부터 예상 질문을 파악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회견 전에 참모진에 '예상 질문을 받지 말라'고 수 차례 지시하며 '진짜' 자유로운 기자회견이 되도록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유정 대변인은 이날 회견 시작에 앞서 식순을 설명하며 "가깝게, 폭넓게, 새롭게 소통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의 '대통령의 30일, 언론이 묻고 국민에게 답하다'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이 질문을 위해 명함을 뽑고 있다. 2025.07.03. bjko@newsis.com /사진=고범준 |
누가 질문할지도 예측불허였다. 통상 홍보소통수석이나 대변인이 질문자를 지목하지만 이날은 이 대통령이 직접 "오른쪽 맨 뒤에 있는 분"이라거나 "이번에는 왼쪽에서 합시다"라는 식으로 지목했다. 이날 현장에는 내신기자 119명, 외신기자 28명이 참석했다.
회견장 입구에는 이날 대통령실 출입 기자들의 명함을 넣어두는 상자가 있었는데 기자 간사단이 이 함에서 명함을 뽑아 질문자를 선정하는 신선한 시도도 있었다. 첫 번째 당첨자에 이 대통령은 "이거 뭐 주택 추첨하는 것도 아니고"라거나 "로또 이런 게 돼야 하는데"라는 말로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날 좌석은 대통령을 중심으로 반원형으로 배치됐다. 대통령과 가장 앞자리에 앉은 기자들과의 거리는 약 1.5미터(m)에 불과했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통령의 30일, 언론이 묻고 국민에게 답하다' 기자회견에서 출입기자들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5.07.03. bjko@newsis.com /사진=고범준 |
이 대통령은 중간 중간 자신의 경험담, 농담을 섞어가며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예컨대 대북관계를 어떻게 가져갈지를 묻는 질문이 나오자 "제가 변호사 일을 할 때 부부갈등 상담을 많이 했다"며 "자세히 들여다보면 오해가 오해를 낳고, 갈등이 갈등을 낳고, 불신이 불신을 낳아 감당 못하게 되는 경우가 있더라. 그래서 제가 부부클리닉 같은 데 가서 남녀 역할을 바꿔보라고 했다. 클리닉을 다녀온 부부는 다시는 (상담)오지 않는다. 역할을 바꿔보니 이해되는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 대목에서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현장에 함께 하지 못한 8명의 지역 언론인이 온라인으로 참가해 원격으로도 질문, 답변을 주고받기도 했다. 옥천신문 기자와 대화할 때 이 대통령은 "옥천신문은 제가 시민운동 할 때도 아주 모범적 사례로 많이 언급했던 신문"이라며 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날 이 대통령은 질문하는 기자들의 이름을 직접 호명하면서 친근감을 보여주기도 했다.
"국가 공무원의 1시간은 (국민 숫자인) 5200만 시간의 가치가 있다"고 강조하며 숨 가쁘게 한 달을 달려온 이 대통령은 "저희가 인수위원회 없이 시작하다보니 혼선도 많고 준비도 완벽하지 못해 어려움이 많다"며 "주변 참모진들이, 죄송하지만 위성락 국가안보실장께서 코피를 쏟고 (다른 참모들은) 살이 빠져 얼굴이 해쓱해진 것을 보니 미안하긴 한데 우리 공직자들이 힘들어한 만큼 곱하기 5117만배의 효과가 있다는 생각으로 잘 견뎌 달라 부탁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루가 24시간이 아니라 30시간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꽤 있다"고 하자 일부에서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이 발언에 맞춰 TV 중계 화면에 잡힌 일부 참모진은 당혹스런 표정을 짓거나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AFP=뉴스1) 송원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통령의 30일, 언론이 묻고 국민에게 답하다’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AFP=뉴스1) 송원영 기자 |
이날 회견장에는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 김용범 정책실장,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우상호 정무수석, 전성환 경청통합수석, 류덕현 재정기획보좌관, 하준경 경제성장수석, 봉욱 민정수석, 문진영 사회수석, 이규연 홍보소통수석, 하정우 AI(인공지능)미래기획수석, 권혁기 의전비서관, 김남준 부속실장, 이민주 국정홍보비서관, 황인권 경호처장 등 고위 참모진이 총출동했다.
이날 기자회견 후일담도 전해졌다. 우상호 정무수석은 이날 오후 용산 브리핑룸에서 "어제(2일) 참모진과 기자회견을 준비하면서 (대통령이) 이렇게 길게 답하지 않기로 했는데 약속을 어기셔서 제가 항의했다"며 웃어 보였다.
우 수석은 이어 "대통령께서 상세히 설명하고 싶었다고 했고 (길게 답하지 않는게) 내 맘대로 안 되더라고 하시더라"라며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답변드렸다고 (내부적으로) 평가된다. 전체적인 맥락, 흐름도 나쁘지 않았다. 최대한 국민들과 소통한 것으로 평가한다. 가능한 한 자주 언론인들과 소통하겠다는 약속을 지킬 것 같다"고도 했다.
[서울=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통령의 30일, 언론이 묻고 국민에게 답하다' 기자회견에서 출입기자들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2025.07.0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고범준 |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통령의 30일, 언론이 묻고 국민에게 답하다' 기자회견에서 출입기자들 질문을 받고 있다. 2025.07.03. bjko@newsis.combjko@newsis.com /사진=고범준 |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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