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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 보이즈 부활 시켜!"…'케데헌' 인기로 재조명된 버추얼 아이돌?! [엔터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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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 보이즈 부활 시켜!"…'케데헌' 인기로 재조명된 버추얼 아이돌?! [엔터로그]

서울흐림 / 23.5 °
우리가 사랑하는 스타와 인기 콘텐츠, 그 이면의 맥락을 들여다봅니다. 화려한 조명 뒤 자리 잡은 조용한 이야기들. '엔터로그'에서 만나보세요.


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한 장면. (출처=유튜브 채널 '소니 픽처스 애니메이션' 캡처)

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한 장면. (출처=유튜브 채널 '소니 픽처스 애니메이션' 캡처)


저숭라라(저승 나라)에서 당장 부활시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의 열기가 여전히 뜨겁습니다. 공개 13일 차인 2일까지도 넷플릭스 영화 부문 글로벌 1위를 굳건히 유지했는데요.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이 인기가 체감됩니다. 애니메이션 속 장면이 클립 영상으로 돌아다닐뿐더러 노래 커버, 챌린지, 팬 아트가 속출하면서 실제 아이돌 못지않은 인기를 자랑하는 중입니다.

말도 안 되는 성과까지 기록했습니다. 빌보드를 뚫은(?) 건데요. 최근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사운트트랙 앨범이 '빌보드 200' 차트 8위로 진입하더니 각 음원이 '핫 100'에도 진입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K팝 애니메이션 OST가 해당 차트에 이름을 올리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최고의 K팝 아이돌 그룹에도 쉽지 않은 일이죠.

이렇다 보니 뜻밖의 공감도 나왔습니다. 2D 애니메이션인 '케이팝 데몬 헌터스' 캐릭터와 무대, 이야기가 폭발적인 인기를 끄는 만큼 2D 캐릭터들을 좋아해 온 이른바 '오타쿠'들을 이해할 수 있다는 취지였습니다. 또 반대로 2D 캐릭터만을 좋아하던 팬들도 '아이돌 팬들을 이해하게 됐다'고 고개를 끄덕였죠. 여기서 더 나아가 여전히 '비주류'로 인식되던 '버추얼 아이돌'의 서사도 재조명받게 되는 '덕후' 통합의 장(?)이 펼쳐져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사진제공=넷플릭스)


헌트릭스에 완패한 사자 보이즈…그러나 대중은 '혼문' 내줬다?


극 중 3인조 걸그룹 헌트릭스 멤버 루미·미라·조이는 무대 아래에선 악령들을 때려잡는 사냥꾼으로 맹활약합니다. 악령들은 이들에 대항하기 위해 보이 그룹 사자 보이즈를 결성하는데요. 리더 진우부터 애비, 베이비, 미스터리, 로맨스 등 5명의 멤버들은 현실의 아이돌 기본 구성(?)을 똑 닮아 있어 눈길을 끕니다. 전형적인 아이돌상 멤버부터 탄탄한 근육을 자랑하는 멤버, 귀여운 외모와 달리 저음을 지닌 랩 담당 멤버, 장발로 묘한 매력을 보여주거나 팬 조련에 특화된 멤버까지… 실로 매기 강 감독은 빅뱅, 방탄소년단(BTS), 몬스타엑스, 에이티즈, 스트레이 키즈,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등 다수의 한국 아이돌 그룹에 영감을 받았다고 설명한 바 있죠.

사자 보이즈는 청량한 콘셉트의 데뷔로 단숨에 인기를 얻는데요. 이후 첫 번째 컴백에서는 확 달라진 저승사자 콘셉트로 입이 쩍 벌어지는 무대를 선보였죠. 헌트릭스가 이들을 처치하지 못했다면, '혼문'이 열려 악령들이 인간 세상을 점령하는 건 시간문제였습니다.

극 중에서 사자 보이즈는 헌트릭스에 완패했지만요. 현실 세상은 사뭇 다릅니다. 주인공 헌트릭스만큼이나 사자 보이즈가 큰 인기를 자랑하고 있죠. 팬들은 헌트릭스, 사자 보이즈의 MR 제거 영상에 열광하고 애정이 담긴 팬아트도 정성껏 그려 공유합니다. 리액션 영상도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하는 중입니다.


OST도 이례적인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미국 빌보드가 1일(현지시간) 발표한 최신 차트에 따르면 '케이팝 데몬 헌터스' OST 앨범은 메인 앨범차트 '빌보드 200' 8위로 데뷔했는데요. 이는 올해 발매된 OST 앨범 가운데 첫 '톱 10' 진입입니다. 특히 사자 보이즈의 '유어 아이돌(Your Idol)', 헌트릭스의 '골든(Golden)'은 빌보드 싱글차트 '핫 100'에서 각각 77위와 81위를 기록했죠.

세계 1위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에서도 이를 포함한 수록곡 다수가 '데일리 톱 송 글로벌' 100위 안에 진입했습니다. 3일(한국 시간) 기준 스포티파이의 '데일리 톱 송 글로벌' 차트에 따르면 '골든'은 3위, '유어 아이돌'은 7위에 올랐습니다. '하우 잇츠 던(How It's Done)'이 12위, '소다 팝(Soda Pop)'이 13위였죠.

국내에서도 꾸준히 수치가 오르고 있습니다. 2일 기준 멜론 일간 차트에서 71위를 차지하면서 꾸준히 순위를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음원이 세계적으로 호응을 받자 가요계에서도 이를 바탕으로 각종 커버에 나섰습니다. 트와이스 멤버 정연, 지효, 채영은 헌트릭스의 '테이크 다운'에 맞춰 안무를 선보였고요. 극 중 진우의 목소리를 연기한 배우 안효섭은 '프리(Free)' 커버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에이스 준희는 강렬한 분위기의 '유어 아이돌'을 커버했습니다.

특히 사자 보이즈의 데뷔곡 '소다 팝'은 극 중 챌린지와 함께 묘사된 노래라 실제 챌린지도 압도적으로 많은데요. 유키스 케빈, 제로베이스원 석매튜·한유진·박건욱·성한빈·김규빈, 르세라핌 홍은채, 투어스 도훈·경민, 라이즈 소희·앤톤, 피프티 피프티 문샤넬, 클로즈유어아이즈 전민욱·장여준, 아이칠린 지윤·주니·이지, 파우 요치·홍, 온앤오프 효진·승준·와이엇 등이 상큼한 '소다 팝' 챌린지에 참여했죠. 최근 완전체로 라이브 방송을 진행한 BTS 멤버들도 "'케이팝 데몬 헌터스' 봤냐"는 스몰 토크를 나눠 눈길을 끌었는데요. RM은 '소다 팝(Soda Pop)' 가사도 흥얼거렸습니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자신들의 노래 '이터널리(Eternally)'를 '케이팝 데몬 헌터스' 버전으로 말아왔습니다. 한복 차림으로 격한 퍼포먼스를 선보여 사자 보이즈가 연상되는 모습이 담겼는데, 이 영상을 매기 감 감독이 SNS에 공유하며 고마움을 표했죠.


이에 네티즌들은 "말세다. 이미 혼문은 털렸다", "빨리 '골든' 스트리밍해서 혼문을 지키자", "'유어 아이돌' 한 번 들으면 혼문이 걱정돼서 '골든'을 두 번씩 듣고 있다" 등의 반응을 보여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버추얼 아이돌 그룹 플레이브가 제34회 서울가요대상에서 본상을 받았다. (사진제공=블래스트)

버추얼 아이돌 그룹 플레이브가 제34회 서울가요대상에서 본상을 받았다. (사진제공=블래스트)


"데뷔해주세요"…'케데헌' 인기에 재조명된 버추얼 아이돌


헌트릭스와 사자 보이즈는 화면 속 캐릭터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음원은 물론 무대 영상, 커버 콘텐츠, 챌린지까지 실제 K팝 아이돌과 유사한 방식으로 팬덤을 형성하고 콘텐츠 생태계를 구축해나가고 있는데요. "진짜 데뷔했으면" 등 팬들의 소망도 작지 않습니다.

이런 흐름은 자연스레 버추얼 아이돌의 재조명으로 이어졌습니다. '실존 인물이 없는 애니메이션 캐릭터도 이 정도의 몰입감을 자랑하는데 실존 기반의 버추얼 아이돌은?'이라는 질문이 뒤따랐기 때문이죠.

2021년 데뷔한 이세계 아이돌의 인기를 시작으로 적지 않은 버추얼 그룹이 팬덤을 형성하게 됐습니다. 일본, 중국 중심으로 인기를 끌던 '버추얼 유튜버'들의 등장과 흥행도 잇따랐고 이들을 활용한 다양한 콘텐츠가 개발됐으며 이는 브랜드·기업 홍보로도 자연스레 이어졌죠.

그러나 흔히 말하는 '주류'의 문턱은 높았습니다. 여전히 대중은 '버추얼 아이돌? 캐릭터 아니냐'는 잔혹한(?) 의문을 지우지 못한 건데요. 플레이브를 중심으로 이 견고한 색안경에도 금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2023년 데뷔한 플레이브는 버추얼 아이돌 시장에서 전례 없는 성과를 거둔 팀입니다. 지난해 2월 두 번째 미니앨범 '아스테룸 : 134-1(ASTERUM : 134-1)' 초동(앨범 발매 첫 일주일간 판매량)은 56만 장을 넘어섰는데요. 여기에 올해 2월 발매한 세 번째 미니앨범 '칼리고 파트. 1(Caligo Pt. 1)'으로 초동 103만8308장의 판매고를 기록하면서 커리어하이와 함께 밀리언셀러를 달성했습니다. 밀리언셀러 등극은 버추얼 아이돌 최초일뿐더러 K팝 보이그룹 중에서는 12번째 팀으로 이름을 올린 기록입니다.

K팝 특유의 성장 서사, 멤버 간 케미스트리, 라이브 방송이나 팬미팅을 포함한 소통은 일반적인 아이돌 그룹과 다르지 않습니다. 여기에 고도화된 모션 캡처 기술과 실시간 라이브 시스템이 더해지면서 실존 인물 기반의 버추얼 아이돌은 새로운 아이돌 유형으로 자리잡게 됐죠.

버추얼 아이돌 그룹 플레이브가 일본 쇼케이스 무대에 임하고 있다. (사진제공=블래스트)

버추얼 아이돌 그룹 플레이브가 일본 쇼케이스 무대에 임하고 있다. (사진제공=블래스트)


아시아 투어까지…글로벌 행보에도 박차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인기는 대중이 버추얼 아이돌을 눈여겨보는 뜻밖의 계기로도 작용한 모습입니다. 가상의 캐릭터인 헌트릭스와 사자 보이즈 멤버들이 좋은 노래, 멋진 퍼포먼스로 가능성을 증명했다면 버추얼 아이돌은 여기에 실존성까지 더해 팬들과의 감정적 연결 고리를 강화, 몰입도를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실로 플레이브는 다음 달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 돔(옛 체조경기장)에서 개최하는 단독 콘서트를 시작으로 데뷔 2년여 만에 첫 아시아 투어에 나섭니다. 서울을 시작으로 일본, 대만 등에서 공연할 예정인데요. 버추얼을 넘어 현실 무대에서의 영향력을 확장해가는 플레이브의 행보에 기대가 모입니다.

K팝 산업이 애니메이션을 포함해 영화, 게임 등 각종 지식재산권(IP)을 기반으로 확장되는 흐름 속에서 버추얼 아이돌 역시 비주류 장르에서 빠르게 탈피하고 있는데요. 플레이브를 필두로 K팝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무사히 안착할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이투데이/장유진 기자 (yxxj@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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