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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 울리는 '꼼수' 안 통한다…'상법 개정' 선진 자본주의 첫 단추

뉴스1 한유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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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 울리는 '꼼수' 안 통한다…'상법 개정' 선진 자본주의 첫 단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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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개정 통과]"대주주만 바라보던 기업, '모든 주주' 공평하게 대하자"

유명무실 사외이사·감사위원회 독립성 강화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상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재적 298인, 재석 272인, 찬성 220인, 반대 29인, 기권 23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2025.7.3/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상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재적 298인, 재석 272인, 찬성 220인, 반대 29인, 기권 23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2025.7.3/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한유주 기자 =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번 상법 개정은 '오너'의 입김이 강한 국내 상장사 경영진도 '거수기' 역할만 하지 말고, 제대로 경영해서 주가로 평가 받는 선진 자본주의로 나아가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경영 활동에서 기업의 성장 가치를 믿고 투자한 주주와의 소통을 강화하라는 바람도 담겨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증시가 재평가 받기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 의무' 명문화·전자주총 강화

이번 상법 개정의 핵심은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의무'를 명문화한 것이다. 상장 기업의 이사가 대주주로 대표되는 회사의 이익만 추구하지 말고, 모든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상법 개정 목소리는 '쪼개기 상장' '불공정 합병 비율 논란' '제3자 배정방식의 유상증자' 등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떠안는 문제가 연이어 발생하며 무르익었다. 경영진들이 대주주의 이익을 위해 '거수기 노릇'만 하는 것이 과연 맞느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해당 조항은 인위적인 주주가치 훼손에 피해를 본 일반 주주들에게 사법 구제의 길을 열어준 것이 핵심이다.

앞으로 기업 이사회는 '주주 이익'을 지금보다 더 우선할 수밖에 없다. 이사회 의결 과정에서 주주 이익을 해칠 가능성이 있는지 검토하는 절차가 추가되고, 기관투자자 중심의 IR도 개인투자자와 소액주주를 포괄하는 방향으로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


재계에선 '기업 헌법' 격인 상법에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가 추가되면 배임죄 소송이 남발하거나 경영 활동이 위축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지만, 여당 역시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침해하려는 것은 아니란 입장이기 때문에 추후 관련 입법 논의도 이뤄질 전망이다.

'전자주주총회 강화'도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조항이다. 정관에서 제외하지 않는 한 상장사는 현장 주주총회와 전자주주총회를 함께 열도록 했고, 자산 2조원 이상의 상장사는 전자주주총회 개최를 의무화했다.

그간 상장사 3곳 중 2곳이 '슈퍼 주총데이'에 몰릴 정도로 쏠림이 심해 소액 주주의 의결권 행사를 어렵게 한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전자주주총회가 활성화되면 동시에 여러 회사가 동시에 주총을 여는 '슈퍼 주총데이' 때도 주주들이 제약 없이 의결권 행사를 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3%'룰 강화·사외이사제→독립이사제

사외이사와 감사위원회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조항들도 포함됐다.

우선 감사위원 선임과 해임 시 적용되는 '3%룰'을 강화했다.

'3%룰'은 감사를 선임할 때 특정 주주가 지분의 3%까지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1962년 상법 제정 당시 마련됐다. 독립성이 보장돼야 하는 감사를 뽑을 때 최대 주주의 의견이 과도하게 반영되는 것을 막기 위한 취지였다.


그러다 2020년 감사위원회 도입 당시 감사위원이 사내이사냐, 사외이사냐에 따라 내용에 차등을 두면서 복잡해졌다.

사내이사인 감사위원을 뽑을 때는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합산해 3%까지만 의결권을 인정하는 반면, 사외이사인 감사위원 선출 시에는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각각 3%씩 인정하기로 했다.

최대주주(5%)와 특수관계인A(7%), 특수관계인B(4%)인 사례를 예로 들어보면, 사내이사인 감사위원 선임 시에는 총 지분 16% 중 3%만 의결권 행사가 가능하다. 반면 사외이사인 감사위원 선출 시에는 각각 3%씩 총 9%의 의결권을 인정받는다.

복잡한 법조항도 문제였지만, 기업들이 이 틈을 타고 '지분쪼개기'로 3%룰을 무력화하는 부작용도 생겼다. 일부 기업이 정관을 통해 감사위원 전원을 사외이사로 바꾼 뒤, 계열사와 특수관계인들에게 오너의 지분을 쪼개 빌려주는 식으로 의결권 행사를 주도한 사례가 나타난 것이다.

이에 이번 상법 개정에서는 사외·사내이사에 구분을 두지 않고 감사위원 선임·해임 시에는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합쳐서 총 3%까지만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대주주의 '입김'을 줄인 것이다.

대주주의 독단적인 의사결정을 견제하기 위한 사외이사 제도도 개편된다. 사외이사를 '독립이사'로 변경하고, 상장사가 전체 이사 중 독립이사로 선임해야 하는 비율도 1/4에서 1/3로 확대했다.

"한국 기업 거버넌스 개선을 위한 첫걸음"

증권가에선 "한국의 거버넌스 개선을 위한 훌륭한 첫걸음"이란 평가가 나왔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기본적으로 자본주의에서 주주들은 투자를 하고 기업은 그 돈을 받아서 그걸 증식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인데 그간 전체 주주라기 보다는 지배주주 중심의 여러 의사결정이 내려졌다고 생각한다"며 "이 구조는 본질적으로 주주들을 통해서 바꿔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사회 충실 의무가 주주로 확대되는 것과 전자주총 의무화는 굉장히 유의미한 변화라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법적인 가이던스나 초기 판례 같은 것들이 중요할테지만 장기적으로는 법으로만 다 할 수는 없고 주주들이 기업과 잘 소통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조수홍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자본시장 활성화 위한 정책 첫 단추"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투자자들의 눈높이도 더 높아질 전망이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센터장은 "합병을 한다던가 주주가치가 제고되는 이벤트가 발생하는 기업은 주가가 긍정적으로 반응할 것이 명확하고 일종의 꼼수, 분할, 중복상장 이런 것들은 앞으로 더 객관적으로 볼 가능성이 높다"며 "예전에는 성장을 담보로 자회사 상장을 허용하고 받아들였다면 이제 시장은 그걸 용인할 분위기가 아니다"라고 내다봤다.

wh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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