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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사에 에어컨 틀어도…” 이른 폭염에 가축 10만 마리 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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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사에 에어컨 틀어도…” 이른 폭염에 가축 10만 마리 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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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전남 장성 성산종돈장 축사에 축사 온도를 낮추려고 에어컨을 가동하고 있다. 성산종돈장 제공

3일 전남 장성 성산종돈장 축사에 축사 온도를 낮추려고 에어컨을 가동하고 있다. 성산종돈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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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는 땀샘이 없어서 더위를 많이 타요. 낮에도 일어나질 않고 눈만 껌벅껌벅하고 있어요.”



전남 장성 성산종돈장 오재곤 대표(대한한돈협회 전남도협의회 회장)는 3일 “지난해 여름보다 폭염이 너무 빨리 찾아와 가축들의 고온 스트레스가 크다”고 말했다. 성산종돈장은 축사 온도를 30도 이하까지 떨어뜨리기 위해, ‘쿨링팬’을 가동하고 새끼를 밴 모돈이 있는 분만사 2개동엔 대형 에어컨에 연결된 실내기 23개를 가동하고 있다. 오 대표는 “전기료가 평년보다 50%는 더 나올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올해 폭염이 빨라지면서 무더운 날씨에 가축들이 폐사하고 있다. 특히 역대급 ‘마른장마’로 땅에 물이 부족해 농작물이 타들어 가면서 농민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3일 제주시 애월읍 신엄리의 수박밭에 상품성 없는 수박이 버려져 있다. 서보미 기자

3일 제주시 애월읍 신엄리의 수박밭에 상품성 없는 수박이 버려져 있다. 서보미 기자


닭·오리 등 떼죽음 농림축산식품부 집계 결과, 2일 기준 폭염으로 폐사한 가축은 10만2985마리에 이른다. 이 가운데 닭이 8만5748마리로 가장 많았고, 오리 1만420마리, 돼지 6817마리 등의 순이다. 지역별로는 전남(3만4674마리), 전북(2만5547마리), 경북(1만6381마리) 등의 순이며 전국 12개 시·도에서 가축 폐사 피해가 발생했다.



가축 폐사가 예년보다 일찍 발생한 것은 기후변화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해안을 제외한 전국에 지난달 27일부터 폭염 특보가 일주일째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 본격적인 폭염 특보는 7월20일 발령됐다. 이두규 전남도 축산정책팀장은 “마른장마로 비가 오지 않고 폭염도 일찍 찾아왔다. 기후변화 속도가 빨라 가축들도 힘들어한다”고 말했다.



전남도는 186억원을 들여 가축재해보험 가입비와 가축용 고온 스트레스 완화제 등을 지원하고 있다. 윤순성 전국한우협회 광주전남도지회장은 “농민들이 축사에 에어컨과 시원한 물을 뿌려주는 ‘에어쿨’과 팬, 환풍기 등을 가동하고, 고온 스트레스 완화제와 비타민 등을 사료에 섞여 먹이고 있다”고 말했다.



농작물 피해 지난해보다 닷새 이른 지난달 28일 폭염이 시작된 제주에서는 농작물이 타들어 가고 있다. 특히 올해는 역대급 ‘마른장마’로 땅에 물이 부족해 농민의 시름이 더 깊다. 장마는 지난달 26일 역대 가장 빨리 끝났고, 강수량은 117.8㎜로 역대 4번째로 적었다.



폭염특보가 내린 3일 하성엽 애월농협 공동선별출하회장이 제주시 애월읍 신엄리의 밭에서 수박을 신문지로 감싸고 있다. 서보미 기자

폭염특보가 내린 3일 하성엽 애월농협 공동선별출하회장이 제주시 애월읍 신엄리의 밭에서 수박을 신문지로 감싸고 있다. 서보미 기자


제주시 애월읍 신엄리 3만3천㎡(1만평)의 밭에서 수박농사를 짓는 하성엽 애월농협 공동선별출하회장은 이날 쩍쩍 갈라진 땅에 고무호스로 물을 한 두 방울씩 흘려보내고 있었다. 하 회장은 “수박은 물에 민감해 자연스럽게 비만 맞게 했지만, 올해는 이파리가 바짝 말라 어쩔 수 없이 전날 밤부터 ‘응급조치’를 시작했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열흘 뒤에도 수확할 수 없을 만큼 작은 수박들은 혹시라도 땅의 물과 양분을 빨아들이지 않게 가차 없이 솎아냈다. 6㎏ 이상으로 상품성이 있는 수박들은 불볕더위에 녹아내리지 않게 하나씩 신문지로 감쌌다. 하 회장은 “지난해엔 비가 너무 많이 와 수박이 병에 걸려 50%밖에 수확을 못 했다”며 “올해는 (작황이) 좋았는데 비가 안 온 지 열흘이 넘어서 수확까지가 걱정이다. 한 번만이라도 비가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허영길 제주도 농업기술원 농업재해대응팀장은 “7월 중순까지 비 소식이 없기 때문에 노지 밭작물은 이른 아침과 해질 녘에 물을 공급해주고, 시설 하우스 작물은 토양피복자재를 이용해 토양 수분 증발을 줄이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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