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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의 ‘121분 대국민 국무회의’…비유·설득·단호 ‘실용 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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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의 ‘121분 대국민 국무회의’…비유·설득·단호 ‘실용 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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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3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첫 공식 기자회견 ‘대통령의 30일, 언론이 묻고 국민에게 답하다’에 참석해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첫 공식 기자회견 ‘대통령의 30일, 언론이 묻고 국민에게 답하다’에 참석해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 취임 30일을 맞아 3일 오전 121분 동안 진행된 ‘대통령의 30일, 언론이 묻고 국민에게 답하다’ 기자회견은, 이 대통령 특유의 달변과 토론형 화법이 가감 없이 드러난 자리였다. 요즘 참석자들의 진을 빼놓는다는 ‘김밥·도시락 국무회의’의 ’대국민 국무회의’ 버전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 대통령은 복잡하게 얽힌 국내외 현안에 대한 이해는 물론, 디테일한 지역 현안에 대해서도 막힘이 없었다. 하나의 질문에 예상되는 추가 질문까지 미리 연결해 답변의 완결성을 높이고, 어렵거나 논쟁적 주제는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비유를 동원했다.



이는 이 대통령의 오랜 변호사 경험과 시민운동, 다양한 민원을 해결해야 하는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이력에서 갈고닦은 ‘실용 화법’이다. 이 대통령은 과거 민원 현장에서 상대방 눈높이에 맞춰 제도와 정책에 대해 설명을 하면서도, 막연한 희망을 주는 빈말 대신 ‘가능한 것’과 ‘가능하지 않은 것’의 선을 명확히 긋곤 했다. 이날 취임 30일 기자회견에서도 이런 화법은 두드러졌다.





― 검찰 인사 등 논란과 관련해 이해를 구하며.



“시멘트, 자갈, 모래, 물을 섞어야 콘크리트가 된다. 그런데 시멘트만 잔뜩 모으면 그냥 시멘트 덩어리가 된다. 모래만 잔뜩 모으면 모래 덩어리만 될 뿐이다. 차이는 불편한 것이기도 하지만 시너지의 원천이기도 하다.”



“공직사회는 로봇 태권브이(V)와 비슷해서 그 자체로 엄청난 힘을 갖고 있다. 그런데 헤드 조종 칸에 철수가 타면 철수처럼 행동하고, 영이가 타면 영이처럼 행동한다. 철수나 영이가 아무것도 안 하면, 결국 공직사회 그 자체가 제자리에 주저앉아서 엉뚱한 행동을 하게 된다.”





― 여야 회담 정례화와 비공개 모임 조건을 설명하며.



“공식 비공개 모임 자주 할 수 있다. 이런 것은 대화 내용 보안을 지켜주는 게 좋다. 요즘 여러분도 그러실 수 있는데, 말하기 무섭죠? 녹음 당하지 않을까 해서. 실제 그렇다. 비공개 모임 같은 경우 만나는 건 공식적으로 만나지만, 마음속에 있는 할 얘기 다 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그중 일부를 떼어서 공격 소재로 쓰거나 하면 그다음에 만나기 어렵다.”



“설마 야당이 그런 주장을 하지 않을 것이라 믿지만, 극단적인 예를 들어 ‘이때까지 10개를 매년 훔쳐왔는데 앞으로는 8개만 훔치자, 아니면 2개 훔치는 것은 허용하자’ 이런 것은 양보할 수 없고, 양보라고 할 수도 없다. 그건 야합이다.”





― 접경지역 평화와 남북관계 개선 방안과 관련해.



“변호사 일을 하며 상담을 많이 했는데, 그중에 부부 갈등 상담을 많이 했다. 근본적 원인도 대충 알겠고, 헤어지는 게 해결책인가? 자세히 들여다보면 오해가 오해를 낳고, 갈등이 갈등을 낳고, 불신이 불신을 낳고, 미움이 미움을 낳아서, 사실 원래는 요만한 사안이었는데 감당 못 하게 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더라. 그래서 제가 ‘부부 클리닉 같은 데 가서 남녀 역할을 바꾸는 것 한번 해봐라. 이후에 다시 상담을 하자’고 한 경우가 많았다. 대개 부부상담실 갔다 온 부부는 다시 오지 않았다. 역할을 바꿔보니 이해하게 되는 거다. 사람 관계도, 여당과 야당의 관계도, 남과 북의 관계도, 진영과 진영의 관계도 비슷하다 생각한다. 대화와 소통 정말 중요하다 생각한다. 서로에게 득이 되는 길로 가자, 절멸하는 게 목표가 아니라면 가능하면 우리가 안전한 범주 내에서 서로에게 득이 되는 길로 가자. 그리고 공존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대통령의 30일, 언론이 묻고 국민에게 답하다’ 기자회견을 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대통령의 30일, 언론이 묻고 국민에게 답하다’ 기자회견을 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풀뿌리 지역언론 옥천신문 기자의 지역 소멸위기 질문에.



“지방 입장에서는 수도권 신도시는 ‘목마르다고 소금물 계속 마시는 것 아니냐’ ‘수도권 집중 불러오지 않느냐’, 맞는 말이지만 이미 하기로 한 것, 결정된 것은 바꿀 수는 없다. 추가로 새로 만들어지는 지방균형발전, 성장발전 전략 측면에서 검토해봐야 할 것 같다. 옥천에 갑자기 볕이 들지는 잘 모르겠다. 너무 급격한 수도권 집중 흐름은 일단 완화되지 않겠냐 기대해도 되겠지만, 옥천에 갑자기 볕이 들지, 옥천이 엄청 좋아질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옥천 포함한 소멸지역에 대한 각별한 대책은 계속 구상하고 집행해 나갈 생각이다.”





― 수사·기소 분리 등 검찰 개혁 방향과 속도를 설명하며.



“수십년간 저도 법조인으로 송사에 매달려서 먹고 살았다. 기소 자체를 목표로 수사하고, 기소에 맞춰 사건을 조작하는 것은 결코 있어선 안 된다. 법언에,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법률에 전해오는 금언에 이런 말이 있다. ‘10명 범인은 놓쳐도 한 명 억울한 사람 만들면 안 된다’.”





― 공공기관 지방이전 계획을 설명하며.



“해양수산부 이전 얘기를 하면 부산 상황은 사실 매우 심각하다. 수도권에서 거리가 멀면 멀 수록 심각하다. 충청지역은 그래도 수도권 내에서 출퇴근도 하고, 소위 (출퇴근) 남방한계선이라고 해서, 그 남방한계선이 점점 내려 오고 있기 때문에, 남방한계선을 완전히 벗어난 남도지방들, 호남, 영남, 강원, 경북 이런 데보다는 좀 낫다. 균형발전을 위해 대전, 세종 이런 쪽으로 공공기관이 집중 이전했는데, 우리 대전·충남 시민들이 (해수부) 하나를 부산으로 옮기는 거 ‘절대 안 돼’, 그러시지 않을 거라 본다.”



“(해양수산부가 부산으로 가니) 해사법원은 부산은 안 되고 인천에 해야 한다? 둘 다 하면 되지 않나? 수요가 있을 테니 둘 다 하면 된다. 인천에도 하고 부산에도 하고.”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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