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검찰청. 연합뉴스 |
가상계좌를 만들어 보이스피싱 운영조직 등에 제공하고 수수료를 챙긴 결제대행사(PG사) 대표가 재판에 넘겨졌다. 가상계좌 결제대행시가 범죄조직과 결탁했다가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동부지검은 3일 정부합동수사단(합수단)로 보이스피싱 운영조직에 가상계좌를 유통한 PG사를 적발한 뒤 그 대표 A씨 등을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해당 PG사의 실질 대표를 맡은 A씨와 영업전무 B씨, 대행사 직원 C씨는 보이스피싱 및 불법 도박 조직 등에 가상계좌 4565개를 만들어 제공한 혐의(전자금융거래법 위반)를 받는다. 이들과 공모한 D씨는 가상계좌 개설을 위한 대행사로 유령법인 4개를 설립한 혐의(공전자기록등불실기제, 불실기재공전자기록등행사)를 받는다.
온라인 거래에는 통상 PG사 계좌에 임시로 연결된 가상계좌가 쓰인다. 결제를 대행하는 PG사가 은행에서 가상계좌를 발급받아 판매대행사에 관리 권한을 부여한다. 대행사는 공급받은 가상계좌를 가맹점에 제공한다.
A씨 등은 범행을 위해 만든 유령 법인을 정상적인 대행사인 것처럼 속여 은행과 계약을 맺고 보이스피싱 조직 등을 가맹점으로 모집했다. B씨는 피해 신고로 은행계좌가 정지된 범죄조직을 물색했다.
범죄조직 가상계좌 공급 결제대행사 범죄 범행구조도. 서울동부지검 제공 |
이들은 이런 방식으로 총 4565개의 가상계좌를 유통했다. 여기로 송금받은 불법자금은 약 1조8000억원에 달한다. 송금받은 자금은 범죄조직이 지정한 ‘세탁계좌’로 이체하는 방법 등을 써 관리했다. 이들은 그 대가로 범죄조직에서 32억5400만원 상당의 수수료를 챙겼다. 이렇게 관리된 불법 자금에는 보이스피싱 피해자 14명의 돈 5억1200만원이 포함됐다.
검찰은 지난해 7월 합수단 금융수사협력팀으로부터 PG사별 지급정지내역 등 분석 결과를 제공받아 수사에 들어갔다. 지난해 12월 D씨를 구속기소했고 지난 3일 해당 PG사의 실질대표인 A씨를 구속, B씨와 C씨는 불구속기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적발된 PG사는 재정난을 타개할 목적으로 이런 범행을 벌였고, 이를 받아 실제 이용하는 가맹점들에 대한 관리·감독 또한 없었다”고 밝혔다.
검찰은 “가상계좌를 매수한 보이스피싱 운영 조직에 대하여는 합수단에서 계속 수사 중”이라며 “확인된 PG사의 가상계좌 불법유통 실태, 다수의 지급정지 이력이 있는 PG사에 대한 점검 등 관리·감독의 필요성을 금융당국과 공유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태욱 기자 woo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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