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헤럴드경제 언론사 이미지

IBK기업은행, 소기업 신평 새 모델 만든다

헤럴드경제 김은희
원문보기

IBK기업은행, 소기업 신평 새 모델 만든다

서울맑음 / -3.9 °
2008년부터 운영 낡은기준 재수립
익스포져 5억 미만 등 현 기준 상향
대상 소기업, 대출기회 확대될 듯
실질 리스크 따른 효율배분 기대


중소기업 대출을 주로 취급하는 IBK기업은행이 소상공인을 포함한 소기업 신용평가 모델을 새로 구축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자산이나 익스포져(위험노출액) 등의 기준을 변경함으로써 소기업 대출에 대한 리스크를 더 세밀하게 관리하겠다는 취지다.

은행으로서는 보다 정교한 신용평가를 바탕으로 위험가중자산(RWA)을 합리적으로 산정할 수 있어 자본 효율성이 개선될 수 있게 된다. 고객 입장에서는 신용평가의 포용성이 커지면서 과거 금융 접근이 어려웠던 소기업의 대출 기회가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비교적 손쉽게 필요한 자금을 빌릴 수 있는 비대면 대출 접근성은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기업은행 내규상 소기업의 기준은 총 자산 10억원 미만 또는 총 익스포져 5억원 미만이다.

이는 2008년부터 운영해 온 것으로 지난 17년간 비약적으로 성장한 현재 자본시장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기업은행은 보고 있다. 자산 10억원을 갓 넘은 자산 10억원 초반대 식당이나 카페 등을 100억~200억원대 자산을 가진 기업과 동등하게 평가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기업은행이 최근 소기업의 자산이나 익스포져 등 기준을 리스크 특성에 부합하게 재분류하는 작업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소기업, 중기업, 중견기업, 대기업 등 기업 규모에 따라 대출을 평가하는 모델이 다른데 소기업은 효율적이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위해 정량평가를 하고 있다”며 “현재 기준이 너무 오래돼 소기업의 자산 및 부채 성장 규모를 반영해 재설정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총 자산 10억원 미만 또는 총 익스포져 5억원 미만 기준이 상향될 전망이다.


기업은행은 소기업 익스포져 기준 신규 수립과 영향분석 등을 포함한 컨설팅을 거쳐 규정을 고칠 계획이다. 새로운 신용평가모델 적용은 금융당국의 승인이 필요한 사안으로 승인에 필요한 각종 제반업무도 함께 준비한다.

컨설팅 과정에서는 기업은행의 대출 현황 분석을 바탕으로 자본시장 규모와 국내외 감독당국의 규제방향에 맞는 분류 기준을 새롭게 도출하고 그에 따른 부도데이터 재구성 및 검증을 실시할 예정이다.

통상 은행은 기업에 대출을 내줄 때 해당 기업이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하고 부도(채무불이행)에 빠질 가능성을 예측하기 위해 자산·부채·매출·이익과 같은 재무 정보나 대출·상환 및 신용 정보 등을 수집해 정리하는데, 새 기준에 따라 정리된 데이터 테이블이 적정한지 살피는 것이다.


기업은행은 이를 통해 실질적인 리스크 수준에 맞는 자본을 산출해 더 효율적으로 자본을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스템 기반 평가체계 확대를 통한 객관성·전문성 강화와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도 도모할 것으로 보인다.

더 많은 기업이 소기업 대출 대상에 포함되면 은행으로서는 자산건전성 관리가 더 중요해질 수 있다.

통상 중소기업 대출은 다른 대출보다 위험도가 높은 데다 장기간 이어진 경기 침체로 연체율도 높은 편이다. 기업은행은 조달자금의 70% 이상을 중소기업 금융지원에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중소기업은행법 시행령에 따라 원화대출금의 80% 이상이 중소기업 대출로 구성돼 있다. 이에 고정이하여신비율이 지난 3월 말 기준 1.34%로 국내 은행 평균(0.59%, 잠정치)의 두 배가 넘는 등 자산건전성 지표가 다른 은행에 비해 취약한 편이다.


이에 기업은행은 새로운 소기업 기준 도출·적용 과정에서 대손충당금, 자기자본비율(BIS) 등의 영향 분석도 꼼꼼히 진행할 예정이다. 기준 확대로 위험가중자산이 늘 순 있지만 그만큼 자기자본을 추가로 확충함으로써 자산건전성이 강화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기업은행은 이번 조치가 비대면 기업대출의 신규 영업 기반을 마련하는 데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은행은 간편한 신청과 신속한 심사·실행으로 기업고객의 자금조달 편의성을 높인 i-ONE 소상공인대출 등 비대면 대출을 다양하게 운영하고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비대면 대출에서도 기업은행이 중소기업 지원은행으로서의 선도적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전했다. 김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