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글로벌 스타트업 서밋, IPI Singapore 현지 전문가 3인, 현지 협력 기회와 생태계 직접 소개
인천창조경제혁신센터·KILSA Global 등 국내외 협력 생태계 ‘주목’
오픈이노베이션 정보는 물론 아세안 AI·스마트 인프라 기술 수요, 바이오·헬스케어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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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세계 각국을 상대로 촉발한 관세 전쟁과 끝날 듯 끝나지 않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최근 이스라엘·이란 무력 충돌까지… 지속되는 불확실성은 글로벌 경제의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유독 동남아 지역만큼은 예외라 할 수 있다. 불안정한 글로벌 정세 속에서도 여전히 안정적인 성장을 지속하고 있고, 향후 잠재력 또한 높게 평가받고 있기 점에서 기업, 특히 스타트업들에게 동남아로 통칭되는 아세안 지역은 꽤 매력적이 대안으로 다가오고 있다.
싱가포르,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필리핀을 비롯해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 부르나이 등 10개국을 통칭해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으로 불리는 동남아는 전체 인구를 합치면 6억명이 넘어가는 거대 소비시장이자, 젊은 노동력이 넘쳐나는 생산기지라 할 수 있다.
그중 싱가포르는 홍콩의 중국 반환 이후 아시아 태평양 지역 무역과 금융의 대안으로 떠오르며 이미 지난 2022년 1인당 GDP가 8만달러를 넘어서는 부유한 국가로 부상했다. 그리고 이제는 중국과 미국의 자본이 몰리며 스타트업들에게 글로벌 혁신 허브이자 기회의 땅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간 동남아 진출의 교두보로서 싱가포르의 장점은 무수히 알려져 왔다. 그렇다면 이제는 ‘왜 싱가포르인가’를 넘어 ‘어떻게 진출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춘 접근이 필요하다. 최근 이와 같은 접근법으로 싱가포르 현지 파트너십 사례와 실질적인 진출 전략을 공유하는 자리로 마련 된 것이 지난달 말 서울 구글스타트업캠퍼스에서 개최된 ‘2025 글로벌 스타트업 서밋 2회차(How to Singapore)’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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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서밋은 KILSA Global, 인천창조경제혁신센터, 싱가포르 정부 산하 공공기관인 IPI Singapore가 공동으로 주관했다. 특히 AI, 바이오, 스마트 인프라 분야를 중심으로 싱가포르 현지에서 활동하는 IPI 전문가 3인이 직접 방한해 발표를 진행, 각 산업 분야별로 한국 기업에 필요한 실질적 정보와 협업 가능성을 소개했다.
IPI Singapore는 싱가포르 통상산업부 산하 Enterprise Singapore 소속 공공기관으로, 글로벌 기술 협력 및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 전문기관이다. 기술 채택, 공동개발(Co-development), 기술이전(Licensing), PoC 실증, 테스트베딩까지 스타트업의 전 주기를 포괄적으로 지원하는 기관으로, 테크이노베이션(TechInnovation) 같은 글로벌 매칭 행사를 통해 해외 스타트업의 자국 진출을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
이날 발표는 미셸 리(Michelle Lee) 시니어 매니저의 IPI 소개 및 한-싱가포르 협력 사례를 시작으로, 에릭 우(Eric Woo) 수석 매니저의 AI 및 스마트 인프라 수요 및 협력 기회 소개, 유니스 서(Eunice Soh) 시니어 매니저의 바이오·헬스케어 분야 수요 및 진출 전략 등으로 이어졌다.
IPI의 개방형 혁신 전략, 한국 스타트업에 길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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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리 IPI Singapore 시니어 매니저는 글로벌 오픈이노베이션과 전략 파트너십의 현장 전문가다. 글로벌 마케팅 및 비즈니스 개발 분야에서 15년 이상의 경력을 쌓았다. 싱가포르 국립대(NUS)에서 허브 사업연계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헬스케어, 유통, 재개발 등 다수의 산업군에서 실질적 조언과 네트워크 연결을 제공해온 그녀는 이날 발표에서 IPI가 제공하는 오픈이노베이션 플랫폼과 한국 스타트업의 싱가포르 진출 전략을 중점적으로 소개했다.
“IPI는 2011년 설립된 싱가포르 통상산업부 산하의 비영리 정부 지원 기관입니다. 기술 도입과 비즈니스 혁신을 통해 싱가포르 기업 성장을 돕는 것이 우리의 미션입니다. IPI에서 제공하는 핵심 서비스는 기술 스카우팅과 파트너 매칭을 위한 마켓플레이스가 있습니다. 기술 전문가 및 혁신 자문이라고 하는 외부 전문가 네트워크를 제공하기도 하죠. 특히 오늘 세션에서는 오픈이노베이션에 초점을 맞추고자 합니다.”
미셸 리 매니저에 따르면 IPI는 분야를 특정하지 않으며 의료·디지털·지속가능성·식품 혁신 등 경제 전반을 포괄한다. 특히 한국 기업과의 협력에서 눈에 띄는 활동은 테크이노베이션(TechInnovation)을 중심으로 한 기술 매칭 플랫폼과 사전 비즈니스 연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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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리 매니저는 “테크이노베이션은 사전 큐레이션된 기술만 참여할 수 있는 타깃형 B2B 매칭 행사”라며 “지난해엔 한국 스타트업 10곳을 킬사(KILSA)와 함께 소개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셸 리 매니저는 IPI의 오퍼 마켓플레이스를 통해 기술 공급자(한국 등)와 수요자(싱가포르 중소기업)를 연결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스타트업에게 특히 중요한 부분은 공동 R&D 기회다. 미셸 리 매니저는 싱가포르 정부와 한국 정부 간 진행되는 공동 기술개발 펀딩 프로그램을 언급하며, “공동 신청을 통해 프로젝트 예산의 최대 70%까지 지원받을 수 있으며, IPI는 기술 매칭 파트너로서 공동 신청서를 준비하는 데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IPI는 태국, 중국, 유럽 등에도 기술 매칭 거점을 확보하고 있으며, 싱가포르의 스타트업 인큐베이터인 ACE와의 협업, 싱가포르국립대(NUS)·난양공대(NTU) 등 대학의 기술이전팀과의 긴밀한 연계 등을 통해 기술 생태계 전반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싱가포르, 아세안 스마트 인프라의 전략적 허브로… “AI·지속가능 기술에 기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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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행사는 ‘싱가포르와 아세안 지역의 AI, 스마트 인프라 기술 수요와 협력 기회’르 주제로 IPI Singapore의 수석 매니저 에릭 우(Eric Woo)읠 발표로 이어졌다. 에릭 우 매니저는 스마트 인프라와 지속가능 기술 분야에서 25년 이상 활동해온 아시아 지역 비즈니스 전문가다. 해양 통신과 항법 엔지니어로 경력을 시작해 다국적 기업(MNC)에서 고위직을 거친 그는 현재 싱가포르를 중심으로 자동화·IoT·클라우드 기반 솔루션의 비즈니스 개발을 이끌고 있다. 이날 서밋에서 그는 싱가포르가 AI 및 스마트 인프라 분야의 글로벌 허브로 자리잡은 배경과 한국 스타트업의 진출 기회를 구체적으로 조명했다.
“싱가포르는 오랫동안 미래를 대비하고 지속 가능한 국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이는 단순히 기술을 채택하는 것 뿐 아니라 디지털과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탄력적인 사회를 지향하며 생활 방식을 변화시켜가고 있죠. 특히 정부의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제조업과 의료, 에너지, 도시 모빌리티 전반에서 디지털화가 추진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혁신의 중심에는 AI와 스마트 인프라가 있습니다. 이 기술은 공공 서비스의 혁신을 주도하고 생산성을 개선하며 보다 광범위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지원하는데 도움이 되고 있죠. 그 외에도 싱가포르는 초저탄소 및 넷제로 빌딩 등을 통해 친환경 건축 이미셔티브에도 앞장서고 있습니다. 이는 싱가포르의 ‘그린플랜 2030’과 맞물려 진행되고 있죠.”
이어 에릭 우 매니저는 이러한 기술 솔루션에 대한 현지 수요를 크게 세 가지로 요약했다. ▲전력과 에너지 부족 대응 ▲운영 효율성 제고 ▲지속가능성 규제 준수 등이다. 그러면서 그는 “싱가포르에는 약 7500개의 다국적 기업과 3만7000여 개의 외국계 석유기업이 지역 본부를 두고 있어 기술 기업이 결정권자와 빠르게 연결될 수 있는 환경”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에릭 우 매니저는 이날 싱가포르에서 실제 기술 수요가 존재하는 주요 분야로 ▲스마트 시티 솔루션 ▲AI·로보틱스 기반 제조 자동화 ▲친환경 빌딩 기술 ▲디지털 트윈 기반 공공 인프라 관리 ▲지속가능 해운·항만 기술 ▲노령 인구를 위한 스마트 진단 및 원격의료 솔루션 등을 꼽았다. 특히 “AI는 범용형 기술로, 센서·보안·3D 매핑 기술과 통합된 AI 솔루션이 시장에서 높은 수요를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세안 전역으로 확장되는 싱가포르의 허브 역할도 강조됐다. 에릭 우 매니저는 “아세안 지역은 6억 인구 규모에 빠른 도시화로 인해 지속 가능한 스마트 인프라 수요가 매우 크다”며 “싱가포르는 이들 국가로 솔루션을 확장하려는 기업에게 가장 안전하고 연결된 진출 플랫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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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스타트업을 위한 협업 기회도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그는 한국 스타트업과 싱가포르 기관의 협업 사례를 소개하며, “디지털 트윈 기술로 수도관을 검사하는 한국 로봇 스타트업이 싱가포르 공공기관과 PoC 협업을 진행했고, AI 기반 노인 돌봄 솔루션, 친환경 공기정화 기술을 가진 기업도 각각 현지 다국적 기업과 NDA(비밀유지계약)를 체결하며 협업을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
이 외에도 에릭 우 매니저는 리튬이온 배터리 재활용 기술을 보유한 해외 스타트업이 싱가포르의 전자폐기물 처리 기업과 협업한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에릭 우 매니저는 “이는 싱가포르 정부와 기업이 지속가능 기술에 대한 실질적 수요를 갖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강조했다.
IPI의 지원은 단순한 기술 매칭에 그치지 않고, 솔루션 큐레이션과 현지 테스트베드 연계, B2B 매칭 및 공동 R&D 파트너십으로까지 이어진다.
발표 말미 에릭 우 매니저는 “AI, IoT, 자동화, 친환경 기술을 보유한 한국 스타트업이라면 지금이 싱가포르 시장 진출을 위한 최적의 타이밍”이라며 “IPI와 함께라면 기술을 글로벌 협업으로 확장할 수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정밀의학·디지털헬스, 싱가포르로 진출할 최적의 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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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마지막 발표 주제는 ‘바이오·헬스케어 기술의 미래와 싱가포르 진출 전략’이었다. 발표자는 IPI Singapore 시니어 매니저 유니스 서(Eunice Soh)였다. 그녀는 바이오로직스와 글로벌 헬스케어 사업을 두루 경험한 바이오 전문가다. 싱가포르 제약사 츄아이에서 신약개발을 담당한 후 유럽에서 MBA를 수료하고 IPI에 합류한 그녀는 현재 싱가포르 의료 생태계와 해외 혁신 기술을 연결하는 자문 역할을 맡고 있다. 이번 발표에서 유니스 서 매니저는 정밀의학과 디지털헬스, 고부가가치 메드테크 분야에서 한국 기업이 주목해야 할 협력 기회와 사례를 소개했다.
유니스 서 매니저는 “의료기술은 지금 통합 진단과 예측 기반 개인 맞춤형 의료, 정밀 건강 관리로 진화하고 있다”며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의 핵심 키워드로 ▲디지털 트윈 기반 의료 모델 ▲정밀의학 및 바이오마커 기술 ▲만성질환 예방 ▲지속가능한 병원 인프라 등을 제시했다. 특히 디지털 트윈은 중환자실의 생체 신호 분석부터 복잡한 수술 시뮬레이션, 만성질환 관리까지 다양한 의료 환경에 적용되며 빠르게 확산 중이다.
유니스 서 매니저는 “싱가포르는 세 개의 공공 클러스터인 SGH(싱가포르 종합병원), NUH(국립대병원), NHG(국립건강관리그룹)를 중심으로 의료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며 “이들 모드 각자의 방식으로 디지털 전환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령 SGH는 싱가포르에서 처음이자 가장 오래된 병원이지만 디지털 퍼스트 스마트 병원이라는 목표를 설정하고 최근 새롭게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스마트 치료와 같은 다양한 디지털화를 적용하고 있고, 임상 결정에 대한 스마트 시스템도 적용 중이다. 한국의 몇몇 병원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기도 한 NUH는 5G 네트워크와 멀티엣지 컴퓨팅을 접목한 실시간 수술 지원 시스템을 도입해 수술 중 MRI·CT 영상 오버레이 등 정밀 수술을 구현하고 있다. 이 외에 NHG는 샌드박스를 통해 병원 내에 스마트월을 운영, 기술 테스트 및 임상 적용을 가속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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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유니스 서 매니저는 “싱가포르 정부는 고부가가치 의료기기 제조와 바이오테크 산업을 육성 중”이라며 “최근 3800만 달러가 투입된 메드테크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통해 클래스 3, 4급 의료기기 제조 생태계가 본격적으로 조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유니스 서 매니저는 “싱가포르는 (한국 기업들에게) 규제, 임상, 상용화를 일괄 지원하는 매우 구조화된 생태계를 갖추고 있다”며 “중앙화된 임상시험 플랫폼(CTSG), 마스터 임상 계약 제도, 규제기관 HSA 및 헬스 IT 전담 기관 SingHealth 등은 한국 스타트업의 초기 진입장벽을 크게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 스타트업의 실제 진출 사례도 다양하게 소개됐다. 자동화된 화장품 제조 솔루션 기업은 IPI의 지원을 받아 싱가포르 화장품 과학자 협회 워크숍에 초청돼 현지 에스테틱 브랜드와 유통 협의를 진행 중이다.
발표 말미, 유니스 서 매니저는 IPI에서 매달 발행하는 헬스케어 특화 뉴스레터를 소개하며, “IPI는 디지털헬스, 정밀의학, FMCG 등 다양한 분야의 글로벌 파트너들과 연결될 수 있는 기회를 계속 확장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황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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