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기복 신앙…'방치된 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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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 성공한 외교, 실패한 외교 = 이하원 지음.
신문 기자로서 외교·안보 분야를 오래 취재하고 워싱턴과 도쿄 특파원으로 활동한 저자가 지면에 다 싣지 못한 외교·안보 현장의 이면을 들춘다.
책은 한미·한중·한러 외교 과정에서 벌어진 갈등과 대립, 남북 관계의 복잡성을 보여주는 사건 등을 하나씩 풀어놓는다.
한일 관계의 미래지향적인 이정표로 꼽히는 김대중-오부치 선언의 초안을 만든 박준우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사사에 겐이치로(佐佐江賢一郞) 전 외무성 사무차관이 들려준 뒷얘기를 통해 양국 관계의 미묘함을 느낄 수 있다.
책에 따르면 이들은 당시 각각 외교부 동북아1과장과 외무성 북동아시아과장으로서 자국 입장에 따라 줄다리기를 거듭했다. 박 전 수석은 잘못을 빌거나 사죄하는 것을 의미하는 일본어 '오와비'(お詫び)를 한국어로 어떻게 번역할지 신경을 많이 썼다고 회고했다. 반면 사사에 전 차관은 표현보다는 문서에 담는 내용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세계 최고 권력자가 흔들리는 순간을 엿볼 수 있는 일화도 실었다. 책은 1998년 11월 방한한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이 정상회담 등 주요 일정을 모두 끝낸 후 동생 로저를 불러 호텔에서 술을 마셨다며 "클린턴 형제가 술을 꽤 마신 것 같다. 빈 술병이 여러 병 나왔다"는 경찰과 호텔 측의 설명을 전한다.
당시 클린턴은 백악관 인턴(모니카 르윈스키)과의 성추문으로 코너에 몰려 있었고 스트레스가 가중된 가운데 술을 마셨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고 책은 소개한다.
저자는 외교에는 늘 상대국이 있기 때문에 정책을 펼치는 과정이 매우 복잡하며 그만큼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어떠한 경우에도 권력이 외교를 사유화해선 안 된다는 교훈을 전한다.
"책을 내면서 일관되게 가졌던 생각은 외교안보에 대한 정치권력의 과도한 개입, 통제에 대한 문제 제기였습니다. (중략) 새로운 집권 세력이 논란이 됐던 외교 사안으로부터 교훈을 얻기를 바랍니다."
박영사. 3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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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치된 믿음 = 이성원·손영하·이서현 지음.
무속 신앙이 한국 사회에서 어떻게 이어지고,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일간지 기자 3명이 무속 관련 범죄 사례를 토대로 추적했다.
저자들은 10년간 선고된 무속 관련 형사 판결문 320건을 토대로 무속인이 피해자를 가스라이팅(심리적 지배)하는 수법 등 범죄 유형을 분석하고 어렵게 피해자 중 일부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책은 평범한 사람들이 상식을 벗어난 무속인의 요구에 응하고 결국에는 복원하기 어려운 큰 피해를 보는 이유를 피해자의 시선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특히 법원이 무속인의 직업적 지위를 인정하기 때문에 터무니없이 비싼 대가를 받고 굿을 한 뒤에 효험이 없더라도 민간 신앙 행위의 특성 등을 고려할 때 사기죄로 처벌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며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책에 실린 한 사례를 보면 조상굿, 딸 내림굿 등 여러 명목의 굿 비용으로 2억5천만원을 지불한 한 남성은 굿이 효과가 없자 무속인을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결국 재판까지 갔지만 법원은 무속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남성이 굿값에 동의했고, 실제 굿이 이뤄졌으며, 굿값이 비싸기는 하지만 그 비용이 표준화돼 있지 않은 점 등을 무죄 이유로 판시했다.
책은 한국 사회의 가장 낮은 계층부터 상층부까지 무속 신앙이 두루 영향을 끼치고 때로는 폐해를 낳지만, 당국이 이를 제도적으로 관리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아 무속이 일종의 '방치된 믿음'이 됐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무속인을 관리하려면 최소한의 실태조사가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바다출판사. 204쪽.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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