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샌드박스에 포함된 주요 조각투자·수익증권 플랫폼/그래픽=김현정 |
이재명 정부가 디지털자산 활성화를 국정과제로 본격화하면서 조각투자와 토큰증권(STO) 등 신종 금융상품이 자본시장의 차세대 성장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증권업계는 새로운 자금공급 파이프라인 확보와 20·30대 투자자 유입을 노릴 수 있어 관련 산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2월 '수익증권 투자중개업' 라이선스를 신설해 기존 금융 규제 샌드박스(혁신금융서비스)에서만 가능했던 조각투자 상품의 발행·유통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였다. 자본시장법 하위 제도를 개정해 오는 9월말부터 라이선스를 획득하면 수익증권을 공모나 사모 방식으로 발행하고 청약 등을 진행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샌드박스에 있던 기업들이 제도권에 들어올 수 있게 됐다. 카사, 펀블, 루센트블록 등이 예비인가 신청을 마쳤고 에이판다, 갤럭시아머니트리, 뮤직카우 등도 검토 중으로 알려졌다.
이들 기업은 아직 투자 여력이 충분치 않은 20·30대를 주력으로 사업을 운영 중이다. 주로 부동산, 빌딩, 항공기 등 직접 투자가 어려운 물건을 잘게 쪼개 투자를 유치하는 방식이다. 부동산 조각투자플랫폼인 카사는 60%, 음악 조각투자플랫폼 뮤직카우는 70%가 20·30대다. 특히 뮤직카우는 주요 소비층도 2030인 K팝 등 음원을 매개로 해 관심이 크다.
금융당국은 조각투자를 통한 자산 유동화의 제도화를 통해 시장 신뢰와 유동성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이다. 발행과 유통을 분리하는 원칙을 적용해 역할을 분담시킬 전망이다.
아울러 정부는 토큰증권(STO) 제도화도 본격화하고 있다. STO는 블록체인 기반으로 부동산·미술품·지식재산권 등 실물 자산을 디지털화해 거래할 수 있도록 한 차세대 증권시장 모델이다. 정부와 여당은 전자증권법 개정과 자본시장법 보완을 통해 법적 권리 부여와 투자자 보호 장치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조각투자 플랫폼이 토큰기술을 활용해 자산을 증권화할 경우 STO로 분류돼 본격적인 자본시장 상품으로 성장할 수 있다. 시장조사기관 퀸란앤어소시에이츠와 삼일PwC경영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STO 시장은 지난해 34조원에서 2030년 367조원 규모로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다.
상황이 이렇자 증권사들의 조각투자나 토큰증권 진출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MTS에 조각투자 전용 메뉴를 신설했고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하나증권 등은 전담 조직을 구성하거나 스타트업과의 협업 플랫폼을 추진 중이다. 대신증권은 아예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을 인수하며 선제 대응에 나섰다.
배경에는 신규시장 진출을 위한 포석과 함께 미래 세대 고객 확보가 있다. 증권사들은 그동안 실적을 떠받치던 위탁매매의 성장성이 저하되고 거래대금이 감소하자 2030 고객을 늘리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이 걸그룹 아이브 멤버 장원영을, 키움증권이 배우 고민시를, 메리츠증권이 배우 유인나를, KB증권이 배우 박은빈을 각각 모델로 내세우고 광고 경쟁을 벌이는 것도 이런 이유다.
조각투자 플랫폼 관계자는 "제도적 기반이 완비되고 소액 참여와 디지털 편의성이 결합된 투자 경험이 가능해지면 조각투자와 STO는 자본시장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지영호 기자 tell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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