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한시적 비대위지만 과제 산적…안철수 혁신위원장 인선 '삼고초려' 공들여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오른쪽)와 혁신위원장으로 내정된 안철수 의원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원내대표실에서 회동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7.2/사진=뉴스1 /사진=(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송언석 국민의힘 신임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이 2일 수도권 4선 중진인 안철수 의원을 혁신위원장에 내정했다. 새 비대위에 친윤석열계 인사들이 다수 포진하며 개혁 의지를 의심받은 가운데 각종 특별검사법 본회의 표결에서 소수의견을 표하고 계엄·탄핵에 반대해온 안 의원에게 혁신의 주도권을 맡기는 파격적 인선을 단행한 것이다.
송 위원장은 이날 취임 기자회견에서 "먼저 작년 12·3 불법 비상계엄과 이로 인한 대통령 탄핵 대선 패배에 이르기까지 국민 여러분께 많은 실망을 끼쳐드렸다"며 "국민의 뜻을 온전히 받들지못한 책임을 통감하면서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거듭 밝혔다. 이어 "오로지 국민의 뜻을 기준으로 국민의 마음을 푯대로 삼아서 나아가겠다"고 했다.
그는 비대위의 3대 활동 방향으로 △혁신안 마련 △ 야당다운 야당으로 거듭날 것 △유능한 정책정당으로 거듭날 것 등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우리 국민의힘은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고 배수진을 쳤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5.07.02. /사진=뉴시스 /사진=조성봉 |
송 위원장은 비대위 출범에 있어 혁신위원장 인선에 가장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 의원을 세 차례 따로 만나 혁신위원장 수락을 설득했다고 한다. 그야말로 '삼고초려'를 한 것이다.
당내에선 안 의원이 유력한 혁신위원장 후보군으로 거론됐으나 실제 지명은 의외란 평가도 많다. 안 의원의 그간 행보를 볼 때 당내 주류의 눈치를 보지 않고 메스를 들이밀 수 있단 점에서다.
박수민 원내대표 비서실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안철수 의원님을 내정하기까지 상당히 어려움이 많았다"며 "혁신의 아이콘이면서 중립적이고 묵묵히 외롭게 정치의 길을 걸어오신 안철수 (혁신위원장) 내정자를 결코 놓칠 수 없다는 판단 하에 송 위원장의 굉장한 노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안철수 내정자도 지금이 얼마나 엄중한 시기인지 잘 이해하시기에 엄청난 고민을 하셨다"며 "안 내정자가 아주 중립적이고 객관적이고 독보적인 혁신의 길을 가실 것이란 점에서 물밑의 우려도 있었지만 보수 정당의 새로운 리셋은 반드시 진짜 혁신, 쇄신으로 시작돼야 한단 마음으로 저희가 모시게 됐다"고 후일담을 전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2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현충탑 참배를 마친 뒤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순국선열의 넋을 기리며 本立道生(본립도생)의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겠습니다'라고 적혀있다. 2025.7.2/사진=뉴스1 /사진=(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문제는 비대위가 안철수 혁신위에 전권을 주느냐 여부다. 과거 당내 최재형·인요한 혁신위가 가동돼 각종 개혁안을 내놨지만 충분한 권한을 갖지 못해 권고에 그친 바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송언석 비대위의 과제는 혁신위에 전권을 주는 것"이라며 "친윤 비대위란 얘기를 듣는 상황에서 인적 쇄신 없는 혁신이란 건 없다. 살신성인하는 자세로 국민 눈높이와 맞지 않았던 부분을 과감히 고쳐나가야 한다"고 했다. 신 교수는 "계엄·탄핵 국면에서 당내 책임 있는 인물은 최소한 지도부에선 축출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비대위가 안철수 위원장을 얼굴마담으로 앉힐 생각이었다면 오산"이라며 "본인의 정치생명이 걸려 있기 때문에 역할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안건으로 열린 제419회 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탄핵안 투표를 하고 있다. 2024.12.14. /사진=뉴시스 /사진=고승민 |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안철수 의원을 혁신위원장에 앉힌 것 자체로 긍정적 메시지가 될 수 있다"며 "다만 전향적인 혁신안을 만든다 해도 비대위에서 추인을 받거나, 차기 당대표가 수용하지 않으면 실제 이뤄질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고 했다.
송언석 비대위는 8월 전당대회 개최를 위한 선거관리위원장 인선과 전대 룰 설계 등에도 폭넓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당내에서 현행 단일지도체제에 대한 회의론이 나오면서 집단지도체제 등으로의 변화를 논의하고 결정권을 쥘 수도 있어 역할이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7월 내내 이재명 정부 초대 국무위원 인사청문회가 이어질 예정인 가운데 청문 정국 대응도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국민의힘은 17명에 이르는 장관 후보자에 대한 검증을 통해 야당으로서 결기를 보이는 한편 민주당의 입법 폭주도 견제한다는 계획이다.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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