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에서의 성적이 그렇게 좋지 않아 트레이드 대가는 마이너리그 투수 하나였다. 다저스의 선택이 그렇게 나빠 보이지 않았던 이유다. 비지오는 메이저리그 통산 3060안타를 친 당대의 스타 크레이그 비지오의 아들로 유명세를 탔다. 한때 토론토 ‘블러드볼’의 주인공 중 하나로 유명세를 탔다. 다만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나, 보 비셋과 같이 팀의 확고한 주전으로 자리 잡지는 못했고 결국 트레이드됐다.
다만 비지오의 다저스 생활은 기대 이하였다. 두 달 남짓한 기간 동안 30경기라는 비교적 많은 출전 기회를 얻었지만 타율은 0.192에 그쳤다. 출루율과 장타율의 합인 OPS는 0.635였다. 결국 프레디 프리먼이 부상을 털고 돌아오자 그에게 자리를 비워주기 위해 8월 5일 양도선수지명(DFA)된 끝에 방출됐다. 다저스에서의 생활은 그렇게 끝났다.
비지오는 이후 샌프란시스코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했다가, 애틀랜타로 다시 트레이드되며 어지러운 시즌을 마쳤다. 지난해 별다른 성과를 보여주지 못한 결과 올해 메이저리그 보장 계약을 제안받지 못하며 캔자스시티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해 현역을 이어 가고 있다.
즉, 다저스로서는 더블A에 있는 그저 그런 유망주였다. 보호 우선 대상이 아니었다. 지난해 트리플A 8경기에서 평균자책점 6.94에 그쳤으니 트레이드 카드로 쓰는 데 별다른 주저함이 없었다. 토론토 이적 후에도 트리플A에만 머물렀다. 17경기에서 18⅓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6.38에 그쳤다.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그런데 그 피셔가 갑자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올해 트리플A 9경기에서 평균자책점 2.38로 선전한 피셔는 5월 8일(한국시간) 메이저리그로 승격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성적은 기대 이상이다. 피셔는 승격 이후 22경기에서 23⅔이닝을 던지며 2승3홀드 평균자책점 1.90의 호성적을 거두고 있다. 피안타율은 0.157, 이닝당출루허용수(WHIP) 0.76의 빼어난 세부 지표와 함께다.
기본적으로 패스트볼 구속이 조금 오르기는 했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커브와 슬라이더 커맨드의 발전이다. 올해 패스트볼 구사 비율은 20%가 채 안 된다. 커브와 슬라이더가 전체 구사 비율의 80%에 가깝다. 피셔는 “존 밖으로 공을 더 세게 던지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다. 차라리 존 안에 공을 천천히 던지는 게 낫다”라면서 깨달음을 이야기했다.
물론 지금 성적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 보장하기는 어렵고, 앞으로 몇 차례 고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아직 25세의 선수라는 점, 최근 필승조로 보직이 변경되고 있다는 점에서 토론토의 트레이드 대박을 기대케 한다. 비지오는 이미 다저스를 떠났지만, 피셔는 앞으로도 토론토에서 보낼 경력이 창창하다. 다저스로서는 속이 쓰린 트레이드로 남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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