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은 총재 "올해 0%대 성장률 전망, 부양책 필요"
규제 없는 스테이블코인 우려 표명 "자본유출 부추길 것"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25년 BOK 국제컨퍼런스에서 크리스토퍼 월러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와 미국 경제 전망과 다양한 통화정책 이슈에 대해 대담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일 "앞으로 금리인하의 속도와 시기를 결정할 때 금융안정 리스크를 주의 깊게 볼 것"이라고 밝혔다. 주요 리스크 요인으로는 수도권 집값과 가계부채 비율 등을 꼽았고 성장률 제고를 위해 재정측면의 부양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공개된 외신 CNBC와의 인터뷰에서 "저성장 기조 속에서 추가 금리인하는 필요하겠지만, 인하 시기와 폭은 데이터에 기반해 결정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총재는 통화정책 운용에 가계부채를 고려하는지 묻는 말에 "한국의 가계부채는 GDP(국내총생산) 대비 약 90% 수준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통화정책의 가장 큰 우려 요소"라고 답했다.
이 총재는 "저성장과 잠재 GDP 성장률 둔화를 고려해 지난해 10월부터 기준금리를 100bp 인하해 완화기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최근 금융안정 리스크가 급속히 커지고 있다"며 "수도권 집값 상승과 높은 가계부채 비율 등이 그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앞으로 금리인하 속도와 시기를 결정할 때 이 금융안정 리스크를 주의 깊게 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2차 추가경정예산안 등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정부 부채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는지에 대해서는 "지금으로서는 재정에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저성장·고령화로 장기적으로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올해 성장률 전망(0.8%)이 잠재성장률(2%)에 크게 못 미치기 때문에 재정 측면에서 일시적인 부양이 필요하다"며 "정부는 이미 추경을 발표했고, 추경으로 성장률을 0.2%p 정도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이 총재는 1일(현지시각) 포르투갈 신트라에서 열린 유럽중앙은행(ECB) 주최 연례 통화정책 포럼의 패널토론에서 "규제되지 않은 스테이블코인을 허용하면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의 교환을 가속화하고, 자본 유출과 통화정책 유효성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민간 주도의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관련한 자본규제 회피와 통화정책 유효성 약화 가능성을 우려한 것이다. 이 총재도 참서간 토론에는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과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 앤드루 베일리 영란은행 총재, 카즈오 우에다 일본은행 총재 등이 참석했다.
이 총재는 "최근 미국에서 지니어스법이 통과하면서 많은 핀테크 회사들이 정부에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비은행 금융기관의 스테이블코인 발행은 한은의 권한을 넘어서 정부 기관과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주현 기자 nar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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