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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2 전차, 폴란드로 2차 진격…'9조' 축포

머니투데이 김인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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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2 전차, 폴란드로 2차 진격…'9조' 축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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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산 단일계약' 사상 최대
현대로템 개량형 180대 공급
현지업체와 생산시설도 구축
"유럽국가에 추가 수출 기대"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이 2022년 12월 폴란드 그디니아항에서 열린 한국산 K9 자주포와 K2 전차 입고식에 참석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AP=뉴시스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이 2022년 12월 폴란드 그디니아항에서 열린 한국산 K9 자주포와 K2 전차 입고식에 참석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AP=뉴시스



65억달러(약 8조8000억원) 수준의 사상 최대 규모 방산 수출 계약이 진행된다. 한국산 K2 전차 180대가 폴란드로 다시 한번 수출된다. 한국과 폴란드 정부는 최근 계약 협상을 완료했고 추후 양국 고위급 인사가 참석한 가운데 계약서에 서명할 예정이다.

2일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브와디스와프 코시니악-카미슈 폴란드 국방부 장관은 이날 오후 현대로템으로부터 K2 전차 180대를 공급받는 '2차 계약'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K2 전차는 120㎜ 활강포를 장착했음에도 분당 10발의 신속한 사격이 가능하며 최신형 엔진을 장착해 시속 70㎞로 질주할 수 있다. 이번 계약에선 폴란드군의 요구 성능에 맞춰 '개량형 K2 전차'(K2PL)를 공급하기로 했다.

폴란드의 K2 전차 도입은 2022년 12월 180대에 이어 두 번째다. 당시 폴란드는 K2 전차를 도입하며 약 4조5000억원을 지급했다. 이번에 계약 규모가 2배 가까이 커진 것은 폴란드 K2 전차의 개량형을 현지에서 생산하기 때문이다. 또 폴란드에 기술이전과 무기체계의 유지·보수·운영(MRO) 지원, 구난·교량 전차 공급 등도 이뤄진다. 현대로템은 폴란드 방산업체와 협력해 현지 생산시설을 구축할 예정이다.

폴란드는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각종 무기체계 도입을 서둘렀다. 당시 무기체계의 신속 납기는 물론 가격 경쟁력이 우수한 한국에 도움을 요청했고, 양국은 2022년 8월 포괄적 합의 성격의 무기 총괄 계약을 체결했다. 총괄 계약에는 K2 전차 최대 1000대 도입 등의 내용이 담겼고, 1차 계약을 통해 K2 전차 180대, K9 자주포 212문, FA50 경공격기 48대 등 공급이 이뤄졌다. 이후 한국산 무기체계에 만족한 폴란드는 한국과 K2 전차 180대를 추가 도입하는 계약을 추진했다.

방사청 관계자는 "이번 계약은 지난 3월 유럽연합(EU)이 발표한 '유럽 재무장 계획'에도 부합하는 방산 협력모델"이라며 "K방산의 강점인 성능과 생산 경쟁력, 맞춤형 개량 등이 결합된 계약으로 유럽 국가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에도 새로운 수출 기회를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9조 잭팟은 신호탄?…'신뢰' 장착 현대로템, 폴란드 넘어 유럽 진격

K2전차가 지난 2월 UAE(아랍에미리트)에 훈련에 참여한 모습. / 사진=육군

K2전차가 지난 2월 UAE(아랍에미리트)에 훈련에 참여한 모습. / 사진=육군



약 9조원 규모의 현대로템 K2 전차 폴란드 2차 수출 계약 확정의 뒷심은 빠른 납기와 안정적 유지보수 능력이었단게 방산업계 시각이다. 단일 계약 기준 방산 수출 규모 최대 기록을 경신한 K2는 여세를 몰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국방비 증액 등을 바탕으로 추가 수출을 노린다.

K2 첫 수출 성과는 2008년이었다. 당시 독일을 제치고 튀르키예에 K2 기술수출이 성사됐다. 이어 2022년 폴란드와 K2전차 1차 인도분 180대에 대한 수출계약을 맺으며 국산 전차 완성품을 최초로 해외에 수출했다. 이번 폴란드 2차 계약 물량 역시 180대로 1차 계약과 동일하지만 계약 금액은 당시의 두배인 9조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2차 계약을 통해 공급하게 될 물량엔 성능 개량형인 K2PL 모델이 포함돼서다. 기술이전, MRO(유지·보수·정비) 등도 계약조건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수출 계약 확정을 기점으로 국내 3대 신용평가사인 NICE신용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현대로템의 신용등급을 기존 A0에서 A+로 상향 조정했다. 한국기업평가는 현대로템의 단기 신용등급을 기존 A2에서 A2+로 상향 조정했다. 국내 3대 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 상향은 2023년 이후 약 2년만이다.


디지털 기반으로 개발된 K2 전차는 전술 확장성을 기반으로 성능 강화 등 수요처의 요구사항에 최적화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 강력한 화력을 발휘하는 120㎜ 활강포를 탑재하고 자동장전장치를 채택해 기존보다 1명이 줄어든 3명의 승무원으로도 완벽하게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유기압 현수장치 적용으로 다양한 사격 각도를 확보할 수 있는 자세제어가 가능하며 수심 4.1m를 잠수도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무엇보다 빠른 납기와 확실한 유지 보수 능력을 기반으로 한 '신뢰'가 K2 수출 잭팟을 이끈 핵심 경쟁력이었단게 방산업계 시각이다. 과거 K2 폴란드 수출 경쟁모델로 꼽힌 독일 레오파르트 전차의 연간 생산력은 약 50대이지만 K2는 100대 생산체제여서 빠른 제조·공급이 가능하다. 현대로템은 추가적 공장 증설 없이도 200대 생산이 가능한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번 계약하면 장기간 대규모 물량을 공급하는 만큼 제때 납품 가능한 생산, 품질유지 능력이 최근 글로벌 방산시장 재계약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폴란드 외 국가로의 추가 수출을 위한 여건도 나쁘지 않다. 루마니아와 K2 수출 논의가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진 상태다. 슬로바키아로는 폴란드에서 생산한 모델을 수출하는 방안이 논의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나토 국방비 증액이 K2 추가 수출과 관련된 호재다. 나토는 GDP의 2% 수준인 기존 국방비를 5% 수준으로 올리기로 합의한 상태다. 나토는 방위비의 20%를 무기 도입에 쓰도록 권고하고 있어 K2를 비롯한 국산 무기 수출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등 중동으로의 수출 전망도 나쁘지 않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갈등은 일단 완화됐지만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감과 안보 위기가 높아져 지역 국가들의 전차 교체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단 관측이 나온다.


엄효식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총장은 "이번 계약에서 주목할 점은 한국과 폴란드가 현지 생산시설을 만들어 협력한다는 것"이라며 "유럽 국가들은 그 지역에서 생산한 무기체계를 도입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만큼 폴란드 수출을 계기로 K2 전차가 다른 유럽 국가로 추가 수출될 수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안정준 기자 7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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