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수 두 명(제임스 네일·아담 올러)이 차례로 휴식 및 재충전을 위해 엔트리에서 빠진 가운데 KIA는 2일 경기는 사실상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었다. 수많은 핵심 선수들의 부상 이탈에도 불구하고 6월 팀 승률 1위를 기록하며 최악의 상황에서는 벗어났고, 1일 경기에서도 일단 이기면서 한숨을 돌렸기 때문이다. 타선의 남은 주축 선수들, 불펜 투수들의 부하가 심한 것도 사실이었다.
이 때문에 퓨처스리그에서 가장 많은 투구 수를 던진 이도현을 올려 일단 경기 초반 상황을 보고, 이후 경기 양상이 여의치 않으면 사실상 경기를 던지고 3일 경기에 집중하겠다는 시나리오로 읽혔다. 이범호 KIA 감독이 직접 말한 것은 아니지만 모든 정황이 이를 가리키고 있었다.
초반은 쉽지 않았다. 이도현이 3회까지 4실점했다. 패스트볼의 움직임 자체는 나쁘지 않은데 아무래도 변화구 제구가 잘 되지 않은 게 발목을 잡았다. 긴장을 많이 할 수밖에 없었다. 4회 두 번째 투수로 오른 김민주도 1이닝 3실점으로 부진했다. 2-8까지 뒤졌다. 그러자 이범호 감독은 5회 이호민을 올려 길게 던지길 희망하면서, 이날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던 박찬호와 최형우를 차례로 교체했다.
그런데 KIA는 그대로 물러서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경기장에 남아 응원을 해준 팬들에게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는 경기력으로 끝까지 흥미진진한 경기를 연출했다.
5회 오른 이호민이 3이닝 1실점으로 분전하며 SSG의 도망가는 발걸음을 붙잡았다. 성영탁과 김대유가 2이닝을 합작해 막아내면서 SSG는 6회부터 9회까지 1점도 뽑지 못했다. 그러자 KIA가 야금야금 추격하기 시작했다.
KIA는 2-8로 뒤진 6회 선두 위즈덤의 2루타, 김석환의 좌전 안타로 기회를 만든 뒤 고종욱의 2루 땅볼 때 1점을 추격했다. 이어 오선우의 중전 안타로 다시 득점권 기회를 잡은 뒤 2사 후 한준수가 우중간을 가르는 2타점 2루타를 치고 김광현을 강판시켰다. KIA가 뭔가 이대로 물러서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 시점이었다. 오히려 비상이 걸린 건 SSG였다.
동점 주자까지 나간 상황으로 짜릿한 승부가 이어졌다. 물론 결과적으로는 KIA의 패배였다. 1사 만루에서 김석환이 삼진으로 물러났다. 하필이면 최형우 타석이었다. 이어 고종욱 또한 삼진으로 물러나며 1점도 내지 못한 채 그대로 5-8로 졌다.
그래도 선수들의 막판 분전은 칭찬할 수 있었다. “지명타자였던 최형우는 그대로 남겨두면 어땠을까”라는 가정도 있지만, 2-8로 뒤진 상황에 선수들의 체력이 떨어져 있는 사정을 고려하면 결과론적인 이야기로 코칭스태프의 탓을 하기는 어려웠다. 그런 가정을 만들어낼 정도로 끝까지 따라갔다는 게 오히려 대견한 경기였다. 물론 1패로 남기는 하겠지만, 성공과 실패가 공존한 이런 경험은 백업 선수들에게 또 좋은 자양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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