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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는 '슈퍼 여당' 힘으로 밀어붙이는 독주에 협치 퇴색 우려도[이 대통령 취임 1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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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는 '슈퍼 여당' 힘으로 밀어붙이는 독주에 협치 퇴색 우려도[이 대통령 취임 1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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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특검·상임위원장 선출 단독 처리
野 수차례 만나 대화에도 협상 난망
"독주 반복되면 민심 떠날 위험"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현재 공석인 상임위원장 선출을 위한 본회의 개의를 앞두고 본회의장을 나가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현재 공석인 상임위원장 선출을 위한 본회의 개의를 앞두고 본회의장을 나가고 있다. 뉴스1


이재명 정부 출범으로 '슈퍼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의 지난 한 달은 거침없었다. 167석이란 거대 의석을 점유하고도 번번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에 가로막혔던 과거를 한풀이하듯, 입법 속도전이 한창이다. 반발하는 야당을 향해 협치의 손을 내밀지만, 사실상 양보는 없다. 단독 개헌 빼고는 다 할 수 있는 압도적 의회 권력에 소수 야당은 대여 투쟁의 의지도 잃은 듯하다. 다만 '힘에 의한 일방적 평화'는 바람직하지 않은 만큼, 여야 협치의 정신을 복원하는 데 슈퍼 여당이 앞장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선 다음 날 3특검 처리 슈퍼 여당 선전포고


대선 승리 직후 여의도 국회는 민주당의 스케줄에 맞춰 착착 움직이고 있다. 다수 의석을 움켜쥐고 있는 만큼 본회의 개최도, 법안 단독 처리도 속전속결이었다. 이 대통령 취임 다음날인 지난달 5일 본회의부터 지난 정부가 수차례 반려해 좌초됐던 '3대 특별검사법'(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 상병 특검법)을 한꺼번에 처리했다. 사실상 민주당의 시대가 왔음을 알리는 선전포고였다.

여야의 공수가 바뀐 만큼 야당은 국회 본회의 수문장 역할을 하는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내달라고 요청했지만, 민주당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여야는 협상을 이어갔지만 진척은 없었다. 결국 민주당은 지난달 27일 본회의에서 여당 단독으로 상임위원장 선출을 통보하며 원구성을 마무리 지었다.

독주는 진행형이다. 민주당은 3일 본회의에서 김민석 국무총리 인준안과 상법 개정안 등 안건을 주도해 처리할 방침이다. 국민의힘이 김 후보자의 지명 철회를 촉구하고 있어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조차 못한 상황이지만, 민주당은 원활한 국정 운영을 위해 더 이상 총리 임명을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이 반대하더라도 민주당(167석)과 범여권 의석수로 인준안을 표결해 단독으로 통과시킬 수 있는 상황이다. 또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심사 중인 추가경정예산(추경)안도 6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4일까지 처리할 방침이다.

야당에 손짓하지만…양보는 없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원내지도부가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원구성 협상 관련 오찬 회동을 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원내지도부가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원구성 협상 관련 오찬 회동을 하고 있다. 뉴스1


협치 노력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다. 여야는 새 원내 지도부 출범 후 지난달 17일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의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 예방을 시작으로 5차례나 마주 앉았다. 문진석(민주당)·유상범(국민의힘) 원내운영수석부대표도 현안이 있을 때마다 수시로 만나 대화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의 법제사법위원장 요구는 일축했고, 추경안과 김민석 후보자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도 '경청'만 할 뿐, 추가적인 양보는 없었다.

여당이 '힘에 의한 협상'을 이끌어내며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다는 평가도 있다. 국민의힘이 입장을 선회해 상법 개정안 합의 처리에 응하게 된 것이 대표적이다. 민주당이 당초 "국민의힘과 합의에 연연하지 않고 6월 임시국회 내 처리하겠다"며 의지를 드러냈지만, 막판 협상으로 '협치' 모양까지 갖추게 됐다. 다만 앞으로 각 부처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양곡관리법을 비롯한 농업 4법과 노란봉투법, 방송 3법 등 여야가 대립할 수밖에 없는 쟁점 법안이 산적해 있다.


야당이 사실상 견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거대 여당의 자정 능력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여당이 계속해서 독주하는 모습만 보이게 되면 단기적인 성과를 이룰 수 있어도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심이 떠날 위험이 있다"며 "너무 앞서 나가기보다 내부 정비와 우선순위를 정하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무조건적인 일방통행보단 힘이 있는 쪽에서 먼저 손을 내밀고 양보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소희 기자 kimsh@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