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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도 쉴 수 없었던 일용노동자···‘서울형 입원생활비’가 삶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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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도 쉴 수 없었던 일용노동자···‘서울형 입원생활비’가 삶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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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3분기 성장률 4.3%…강한 소비로 전망 웃돌아
경제적 이유로 치료 미루는 노동취약계층
서울시, 2019년부터 입원생활비 지원
실질적 생계보장 위해 매년 지원액 늘려
연평균 5000명 안팎 노동자 혜택 받아
연도별 서울형 입원생활비 지원 현황. 서울시

연도별 서울형 입원생활비 지원 현황. 서울시


청소 일용직으로 일하며 두 딸을 홀로 키우고 있는 김기남씨(51·가명)는 최근 사고를 당해 입원했다. 다친 것도 걱정이지만 일용직인 김씨에겐 입원으로 인한 생계 부담이 더 큰 문제였다.

복지기관으로부터 ‘서울형 입원 생활비 지원’에 대한 정보를 들은 김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신청을 했고, 입원기간 동안 생활비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김씨는 “다친 것보다 수입이 끊기는 문제 때문에 막막했는데 입원 생활비 지원을 받아 감사했고, 좋았다”고 말했다.

프리랜서로 일하는 박지영씨(29·가명)는 서울형 입원 생활비 지원 덕분에 자궁경부이형성증을 조기에 발견했다.

박씨는 “프리랜서로 일하다 보니 건강검진 비용도 부담되고 시간을 할애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입원 생활비 지원으로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어 덕분에 병을 조기에 발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도가 더 많이 알려져 나 같은 프리랜서들이 평소에도 건강을 관리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서울시가 2019년부터 7년째 시행 중인 ‘서울형 입원 생활비 지원’ 사업이 유급휴가나 병가제도 혜택을 받지 못하는 노동취약계층에게 든든한 사회안전망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예기치 못한 질병이나 부상으로 입원을 할 경우 소득이 끊기는 일용직, 프리랜서, 1인 소상공인 등 노동약자들에게 실질적인 생계비 보장 기능을 하고 있는 것이다.


2일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부터는 방문판매원, 방문점검원, 방문강사, 방문요양보호사 등 ‘방문노동자’도 우선지원 대상자에 포함된다. 배달, 퀵서비스, 택배기사 등 이동노동자뿐만 아니라 방문노동자들도 우선적으로 입원 생활비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우선지원 대상자는 전체 지원금의 20%를 우선 지원받을 수 있다.

지원 예산도 대폭 늘렸다. 올해는 전년보다 6억7000만원 늘어난 총 46억3000만원을 지원금 예산으로 편성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우선지원 대상을 늘리고, 지원금도 늘린 만큼 더 많은 시민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1일 지원 금액도 실질적인 생계유지가 가능한 수준까지 점차 늘린다는 계획이다. 도입 첫해인 2019년 하루 8만1180원이던 지원액은 2020년 8만4180원, 2021년 8만5610원으로 계속 늘어났으며, 지난해 처음 9만원을 넘겼다.

“입원생활비, 실질적 생계지원 되도록”


올해 일일 지원액은 9만4230원이다. 이에 따라 신청자는 연 최대 14일 한도로 1인당 131만9220원까지 생계비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서울형 입원 생활비 지원을 받는 노동취약계층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2019년 2675명이던 지원 인원은 매년 늘어나 이제 한 해 평균 5100여명의 서울시민이 입원 생활비 지원을 받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에는 8061명이 지원을 받았다. 올해도 6월30일 기준 2524명이 지원을 받아 치료에 전념할 수 있었다.


서울시는 사업 효과 등을 분석해 노동취약계층을 보다 두껍게 보호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서울연구원이 발표한 ‘서울형 입원 생활비 지원 효과’ 자료에 따르면 수급자의 45.1%는 지원금을 의료비로 지출했으며, 주거비(27.2%). 식비(23.3%) 등 실질적인 생계비로 사용했다.

‘입원 생활비 지원이 질병치료에 도움이 됐다’는 응답도 54.8%에 달했다. 생활비 지원으로 건강검진을 받은 시민 중56.7%는 ‘건강 문제를 새롭게 알게 됐다’고 답해 건강검진 지원이 병의 조기치료와 시민건강권 보장에도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관계자는 “의료비 부담에 치료를 미루는 취약계층이 더는 없도록 더욱 세심하게 지원대상과 지원방식을 발굴·개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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