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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지급여력비율 추이/그래픽=김지영 |
금융당국이 보험 자산-부채 실질만기(듀레이션) 차이가 많이 벌어진 보험사에 대해 자산-부채관리(ALM)를 강제하는 규제를 새롭게 도입한다. 대신 보험사 부채를 평가 할 때 적용하는 할인율인 최종관찰만기 30년 규제 도입은 유예하거나 재검토한다. 지난 3월말 기준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능력을 보여주는 킥스(K-ICS)가 제도 도입 이래 200%가 붕괴된 데 따른 조치다.
이와 함께 금융당국은 MG손해보험을 비롯해 부실 보험사 정리를 위한 보험사 정리 방안도 처음으로 공론화 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1일 유관기관, 보험사, 보험협회 등이 참석한 가운데 '보험산업 건전성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1차 회의를 개최했다고 2일 밝혔다. 이번 회의는 IFRS17 시행경과 및 보험산업 리스크 관리방향, 보험부채 할인율 현실화 계획 이행방안 등을 논의하는 자리다.
금융당국은 TF첫 주제로 최종관찰만기 확대 일정 등 보험부채 평가 할인율 현실화 방안을 논의했다. 보험사의 부채를 현재 가치로 환산해 평가할 때 일정 할인율을 적용하고 있는데 국고채 수익률 등을 바탕으로 그동안에는 20년까지를 평가했다. 금융당국은 이를 2025년까지 30년으로 확대키로 했다가 지난해 2027년까지로 연기했다. 이에 따라 올해는 최종관찰만기 23년을 단계 적용 중이다.
국고채 수익률에 연동해 보험부채를 30년까지 평가하면 금리 하락기에 보험 부채가 단기에 대폭 늘어나 보험사 자본비율은 급락한다. 실제 보험사의 킥스 비율은 지난 3월말 기준으로 200%가 첫 붕괴됐다.
금융당국은 보험사 건전성 관리 부담 완화를 위해 최종관찰만기 확대 시행 일정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현행 계획을 유지하는 방안 △매년 금융위-금감원 논의를 통해 최종관찰만기 확대 여부를 결정하는 방안△최종관찰만기 확대 계획을 사전에 확정하되 시행 일정을 현재(3년 분산)보다 장기화하는 방안 등 3가지를 놓고 검토한다.
업계에서는 국고채 30년물 금리가 10년~20년물보다 낮게 형성되는 등 시장 금리가 왜곡된 만큼 제도 시행에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국고채 장기물은 대부분 보험사가 사들이고 있다보니 수요 대비 공급 물량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할인율 규제를 완화하는 대신 자산-부채 관리는 강화된다. 최근 금리 하락으로 보험사 건전성이 크게 영향을 받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보험사의 자산-부채 실질 만기(듀레이션) 구조에 취약성이 있기 때문이다. 듀레이션이란 금리 1%포인트(P) 변동시 자산과 부채의 가치가 얼마나 변하는지 나타내는 민감도다. 자산 대비 부채 만기가 길어 갭이 많이 벌어지만 금리하락기에 자본이 줄고 자본적정성은 악화될 수 있다.
실제 손해보험사 중 현대해상 등의 갭이 1년 이상으로 길고 생명보험사도 대형사를 포함해 대부분이 부채 만기가 길어 금리 하락기 자본 감소폭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IFRS17에서는 자산, 부채를 모두 시가로 평가해 자산-부채 듀레이션이 일치하는 경우 시장금리 변동이 건전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야한다"며 "해외 주요 보험 알리안츠, 다이이치 등은 듀레이션 갭을 0.1년 수준으로 관리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보험사에 허용하는 듀레이션 갭 범위를 감독규정에서 정하고 이에 대한 준수 의무를 부과하는 방안, 킥스 제도 또는 경영실태평가상 자산-부채 관리(ALM)에 대한 평가항목을 도입·강화하는 방안 등을 검토한다.
듀레이션 갭이 1년 이상으로 벌어진 회사들의 경우 '100세 만기' 등의 장기 보험상품 판매가 앞으로 어려워질 전망이다. 아울러 만기가 긴 자산으로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해야 한다. 보장성보험 위주로 판매 경쟁이 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과열경쟁이 완화될 수도 있다.
보험사 정리제도는 이번에 첫 공론화 했다. MG손해보험 등 부실보험사 정리를 위한 체계적인 제도 마련을 위해서다. 현재 저축은행의 경우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예보한도(1억원으로 상향 예정)까지는 보호하고 나머지는 가교저축은행에 넘겨 처리하는 방법이 일반적이다. 반면 보험의 경우 해약환급금 기준으로 예보 한도만큼 보호한다. 하지만 보험은 해약환급금 못지 않게 보장 내용도 보호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런오프 보험사나 계약이전 방식 등 다양한 대안들이 제시되고 있는데,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계약자를 보호하는 방법으로 부실 보험사를 정리하는 방안에 대해 의견을 주고 받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또 기본자본 규제 도입, 계리가정 선진화, 보험회사 정리제도 등의 과제를 세부적으로 검토해 나갈 예정이다. 1차 회의에서 논의된 할인율 현실화 시행일정 및 자산-부채관리 강화방안은 의견 수렴을 거쳐 세부방안을 조율할 예정이다. 8월 중 최종 방안을 공개할 계획이다. 이어 기본자본 규제 도입 방안과 정리제도 개선 방안, 계리가정 선진화 등을 TF를 통해 순차적으로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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