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가 껍질이 벗겨진 후박나무에 황토칠을 하는 응급치료를 실시했다. 제주자치경찰 제공 |
제주의 한 임야에서 후박나무 100여 그루의 껍질을 벗겨 산림을 훼손한 50대가 붙잡혔다.
제주자치경찰단은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50대 남성 A씨를 검거해 조사 중이라고 2일 밝혔다.
A씨는 지난달초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 임야에서 후박나무 100여 그루의 껍질을 무차별적으로 벗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건은 지난달 17일 환경단체인 제주자연의벗이 후박나무 수십그루의 껍질이 벗겨진 것을 발견하면서 알려졌다. 껍질이 벗겨진 나무는 둘레 70~280cm, 높이 최대 10~15m에 달하는 거목이 여러 그루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수령은 최소 70년에서 100년 이상으로 추정됐다.
제주자치경찰은 사건 현장 주변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 영상을 분석하고 주변 토지주 등을 상대로 탐문 수사를 벌인 결과 지난달 27일 A씨를 검거했다.
A씨는 1차 조사에서 혐의사실을 일부 인정했다. A씨는 범행 동기로 “자신이 먹기 위해 껍질을 벗겼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후박나무의 껍질, 잎 등은 민간요법에서 약재로도 쓰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치경찰은 A씨를 상대로 구체적인 범죄 동기, A씨와 함께 범행에 가담한 나머지 3명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자치경찰 관계자는 “후박나무 껍질을 판매하려고 했는지 여부, 동원된 인력 3명의 공범 여부 등을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서귀포시 공원녹지과는 지난달 말 껍질이 벗겨진 부위에 황토를 바르는 응급치료를 실시했다. 서귀포시 제공 |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74조에 따르면 허가 없이 임산물을 굴취 및 채취하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산림 안에서 입목을 손상시키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한편 서귀포시 공원녹지과는 지난달 말 껍질이 벗겨진 부위에 황토를 바르는 응급치료를 실시했다. 다만 박피된 후박나무들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나무의 껍질이 벗겨지면 제대로 된 영양분의 공급이 어려워져 고사할 가능성이 크다.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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