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머니투데이 언론사 이미지

소통은 유쾌·인사는 깐깐…이 대통령 한달로 본 국정운영 청사진

머니투데이 이원광기자
원문보기

소통은 유쾌·인사는 깐깐…이 대통령 한달로 본 국정운영 청사진

서울흐림 / 7.0 °
[MT리포트] '일하는 대통령' 이재명의 한 달 (下)

[편집자주]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한 달을 맞는다. "대통령의 1시간은 국민의 5200만시간"이라고 강조해온 이 대통령의 하루 하루는 긴박하게 흘러갔다. 이미 한 차례 해외 정상외교와 국회 시정연설, 여야 영수회동까지 마쳤다. 그 사이 약 30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도 마련했다. 코스피는 3000을 넘겼고, 국정지지율은 60%를 넘나든다. 지난 한 달을 돌아보며 이 대통령에 향한 국민들의 바람을 들어본다.



"형·오빠라고 생각하시고"…이재명 대통령의 '격식파괴' 소통법

'이재명 대통령 뇌구조'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6월 4일 이 대통령의 취임선서 △5일 1차 치안점검회의 모두발언 △10일 거래소 간담회 모두 및 마무리 발언 △20일 울산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 격려사 △22일 여야 지도부 회동 모두발언 △25일 광주 타운홀미팅 모두발언 △26일 국회 시정연설 등에서 가장 자주 언급된 단어들을 활용해 가상으로 구성한 것이다. '국민'이라는 키워드가 76차례로 가장 많이 언급됐고 이어 경제 44차례, 성장 38차례, AI 28차례, 위기 17차례, 민생·평화 15차례 순이었다. 실용(7차례), 통합(5차례), 소통(3차례)도 수차례 언급됐다. / 그래픽=김지영 디자인 기자

'이재명 대통령 뇌구조'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6월 4일 이 대통령의 취임선서 △5일 1차 치안점검회의 모두발언 △10일 거래소 간담회 모두 및 마무리 발언 △20일 울산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 격려사 △22일 여야 지도부 회동 모두발언 △25일 광주 타운홀미팅 모두발언 △26일 국회 시정연설 등에서 가장 자주 언급된 단어들을 활용해 가상으로 구성한 것이다. '국민'이라는 키워드가 76차례로 가장 많이 언급됐고 이어 경제 44차례, 성장 38차례, AI 28차례, 위기 17차례, 민생·평화 15차례 순이었다. 실용(7차례), 통합(5차례), 소통(3차례)도 수차례 언급됐다. / 그래픽=김지영 디자인 기자



# 6월11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갓 취임한 이재명 대통령이 방문한다는 소식에 거래소 직원들은 행사 전부터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첫 발언자인 A과장이 "영광스럽고 한편으로는 긴장된다"고 하자 이 대통령은 "편하게 하시라"며 무거운 분위기를 풀어보려 했다. 그러나 여전히 A과장이 굳은 모습을 보이자 이 대통령은 "형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하시라)"란 말로 A과장 뿐 아니라 좌중의 웃음을 끌어냈다.

이어 불공정거래 문제를 거론한 A 과장에게 대안을 묻던 이 대통령은 불공정거래가 의심되는 개별 계좌에 대한 거래 인출 금지권 부여를 대안으로 역제안하기도 했다.

# 6월25일 광주 동구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린 타운홀미팅. 행사 막판 한 중년 여성 B씨가 수줍게 손을 들고 이 대통령을 향해 "너무 떨린데 오빠라고 생각하고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오빠라고 생각하고 말씀하시라"고 화답하며 분위기를 풀었다.

이 여성이 서울-호남 간 고속열차 부족 문제를 꺼내자 이 대통령은 철도 용량 부족 등 문제의 원인을 파악한 뒤 참모들에게 "참고하라"고 당부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후 한 달 동안 특유의 '격식파괴' 소통법을 가감없이 선보였다. 때론 유머로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면서도 때론 날카롭게 디테일을 캐물으며 해법을 찾았다. 회의는 일방적인 보고가 아닌 상호 토론으로 채워졌다.

지난달 4일 이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열린 5차례 국무회의에서도 매번 난상토론이 벌어졌다. 내란·김건희 여사·채상병 특별검사 등 일명 '3대 특검법' 의결 때도 이 대통령은 전 정부 출신 국무위원들과 토론했다. 전 정부에서 임명된 한 국무회의 참석자는 "국무회의에서 처음으로 발언해봤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임기 첫날 열린 비상경제점검TF(태스크포스) 회의에선 실무자급에게 "직급과 무관하게 개인 전화나 소셜미디어로 언제든 제안해달라"며 자신의 휴대폰 번호를 알려줬다.

지난달 10일부터 사흘 동안은 점심 시간마다 기자들과 만나 각종 현안 및 애로사항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달 27일에는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설명을 위한 국회 시정연설 후 대통령실 인근 골목상권을 찾아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 예정에 없었으나 이 대통령의 즉흥적인 결정에 따라 진행된 일정이었다.

[서울=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의 골목 상권인 대구탕집을 찾아 시민과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2025.06.2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박영태

[서울=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의 골목 상권인 대구탕집을 찾아 시민과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2025.06.2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박영태



이 대통령의 이 같은 소통 스타일에는 성남시장과 경기지사 시절 몸소 겪은 행정가로서의 경험이 녹아있다. 이 대통령은 2019년 이른바 '계곡 정비' 사업 추진 당시 이해관계자들과 공개 토론을 벌였다. 생중계를 통해 전국민이 보는 가운데 감정은 최대한 배제하고 논리와 대안 중심으로 대화한 결과, 이해관계자들과 접점을 찾는 데 성공했다.


평소 이 대통령은 정책을 공급자(정부) 입장이 아닌 수요자(국민) 입장에서 설계하라고 강조한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문화·예술인과 만난 자리에서도 "(정책) 공급자가 주변에서 얘기를 잘 들어서 기획해도 한계가 있다"며 "정말 중요한 것은 수요자"라며 "(정책 수요자가 정부에) 무엇을 원하는지 물어보지 말고 이것을 하라고 요구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국민들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공직자가 주권자의 의사를 확인하고 이를 추진하는 것은 칭찬 받을 것이 아니라 의무를 이행하는 당연한 일이라는 게 이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25일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광주시민·전남도민과 타운홀미팅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2025.06.2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

[서울=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25일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광주시민·전남도민과 타운홀미팅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2025.06.2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




"쉬운 상사 아닙니다"···이재명 대통령이 선택한 '李의 사람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5.07.01. bjko@newsis.com /사진=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5.07.01. bjko@newsis.com /사진=



"이재명 대통령이 선호하는 인재상을 타일공에 빗댄다면 스스로 문제점을 발굴해서 타일을 가장 효율적으로, 멋지게 붙일 수 있는 사람입니다. 스스로 문제점을 알아내 개선점을 찾고 성과까지 만족스럽게 내야 한다는 건데 맞추기 쉬운 상사는 결코 아닙니다."

이재명 대통령을 경기도지사 시절 보좌하고 이번 대선에서도 이 대통령 캠프에서 활동한 인사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만나 한 말이다.

이 대통령이 발탁하고 있는 내각과 대통령실의 참모들은 대체로 이 대통령의 높은 기대치를 만족시킬 수 있는 능력이 검증된 인사들이란 설명이다. 이 대통령과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최측근 참모들은 말할 것도 없다.


대통령실의 김현지 총무비서관, 김남준 제1부속실장, 김락중 국정과제·정책조정 비서관 등은 모두 20년 넘게 이 대통령을 모셔왔다. 한 여권 관계자는 "김현지 비서관 등은 모두 이 대통령과 오랜 기간 함께 일해온 사이로 이 대통령의 의중을 누구보다 잘 안다"며 "이 대통령의 깐깐한 인사 검증을 오랜 시간에 걸쳐, 이미 통과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김현지 비서관은 2000년대 초반 이 대통령이 인권변호사로 시민운동을 할 당시 서로 인연이 닿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8년 경기도청 비서관을 지냈고 이 대통령이 국회의원에 당선된 후에는 의원실 보좌관으로 활동했다. 일처리가 꼼꼼하기로 정평이 나있다.

역대 대통령들의 최측근 인사들이 가는 자리로 알려진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에 일찌감치 내정되면서 이재명 정부의 '실세 중 실세'란 평가까지 나왔다. 언론 노출을 극도로 꺼리는 김 비서관에 대해 여당의 한 중진 의원은 "평범하고 친절한 인상"이라고 전했다.

김남준 실장은 당초 기자와 취재원 관계로 이 대통령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이 대통령이 재선 성남시장이 됐을 때 '성남시 대변인'으로 직을 옮겼고 이 때부터 이 대통령의 메시지를 담당하면서 '이재명의 입'으로도 불렸다.

김락중 비서관은 이재명 대통령의 정책 철학을 가장 잘 이해하는 인사로 통한다. 성남시청 비서관, 경기도 정책보좌관, 이재명 의원실 보좌관, 21대 대선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정책본부 전략기획팀 팀장을 거쳤다. 김 비서관 역시 다른 두 사람과 마찬가지로 본인을 드러내기보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묵묵히 수행하는 데 집중하는 인물이란 평가를 받는다.

대통령실 주요 참모진 인선/그래픽=이지혜

대통령실 주요 참모진 인선/그래픽=이지혜



이 대통령의 대통령실 고위 참모진 및 내각 인선 역시 실력을 우선순위에 두고 이뤄졌다. 특히 경제 분야에서는 전문성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실 정책실장에 관료 출신의 김용범 전 기획재정부 1차관을 기용했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김용범 실장에 대해 "경제정책 전반에 높은 이해력과 국제적 감각을 가졌다"며 "민생위기 극복을 위한 정책 집행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경제 전반에 대해 잘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함께 일할 공직 사회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곧장 성과를 낸 인선이었다는 평이다.

김용범 실장과 호흡을 맞출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에도 관료 출신인 구윤철 전 국무조정실장이 지명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김용범 정책실장을 보좌할 재정기획보좌관과 경제성장수석에는 각각 류덕현 전 중앙대 교수, 하준경 한양대 전 교수를 임명해 이론도 꼼꼼히 뒷받침할 수 있게 했다.

대통령실에 신설된 AI(인공지능)미래기획수석, 산업 혁신을 고민해야 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에는 기업인 출신을 기용하는 '파격'을 보여주기도 했다.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LG AI연구원장,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후보자는 두산에너빌리티 사장,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는 네이버 대표이사를 지냈다. 이 중 김정관 후보자는 행정고시 36회로 공직에 입문해 기재부 등에서 근무한 관료 출신이다.

한편 사회 분야 인선은 개혁 의지에 무게를 뒀다. 법무부 장관 후보에 '원조 친명(친이재명계)'으로 불리는 5선의 정성호 민주당 의원을 지명한 것은 빠른 시간 내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단 의지를 보여준 것이란 해석이다. 현재 여권에선 검찰청을 폐지하고 기소를 담당하는 기소청(혹은 공소청) 및 수사를 담당하는 중대범죄수사청을 설립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또 행안부 장관 후보인 윤호중 민주당 의원이 임명되면 검·경(검찰·검찰) 수사권 조정도 추진될 전망이다.

이재명 정부 1기 장관 후보자/그래픽=이지혜

이재명 정부 1기 장관 후보자/그래픽=이지혜



이원광 기자 demian@mt.co.kr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