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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 행정 판단 시험대 올라… 도안 2-9지구, 아파트 허용 요구에 도시계획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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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 행정 판단 시험대 올라… 도안 2-9지구, 아파트 허용 요구에 도시계획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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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영 기자]

2-9지구(유성구 용계동) 위치도

2-9지구(유성구 용계동) 위치도


도시의 미래를 그리는 정밀한 설계도에 민간의 '수정 요구'가 던져지면서, 도안신도시의 계획 철학이 흔들리고 있다.

도안 2단계 도시개발사업의 중심축인 2-9지구(유성구 용계동)를 둘러싼 지구단위계획 변경 요청이 도안신도시 전체를 흔드는 쟁점으로 부상했다.

민간 시행사가 오피스텔 용지를 공동주택으로 바꿔달라고 제안하면서, 정주환경 개선과 랜드마크 조성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민간 수익성 강화를 위한 구조 변경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9지구는 도안 2단계 전체 구상의 중심에 배치된 핵심 상업·업무지구다. 2013년 수립된 지구단위계획에서는 자족기능과 지역 균형을 위해 공동주택을 배제하고, 업무·상업·문화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그런데도 아직 개발이 본격화되기 전부터 용도 변경을 요구하는 것은 도시계획의 일관성을 해치고, 전체 도시 구조를 왜곡시킬 위험이 크다. 도시계획은 단기간의 흐름에 휘둘리지 않도록 장기적 전망 아래 정교하게 수립된다. 일부 사업자의 논리에 따라 그 틀을 수정한다면, 도안신도시 전체가 연쇄적인 요구에 노출될 수 있다.


교육 인프라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오피스텔은 사실상 1인 가구 중심으로 학생 발생 비율이 매우 낮지만, 주상복합은 평균 세대당 0.3~0.5명의 학생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1600가구 주거지가 조성되면 약 800명의 학생 유입이 예상되지만, 해당 블록엔 학교 용지가 없고, 인근 교육기관도 이미 과밀 상태다. 이는 교실 부족, 과밀학급, 통학 불편 등의 문제로 직결된다.

형평성 논란도 확산되고 있다. 인근의 2-11, 2-12, 2-13지구 시행사들 역시 오피스텔 용도로 분양을 준비 중인데, 2-9지구에만 공동주택 전환이 허용될 경우 행정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해당 시행사들은 사전 협의 없이 특정 블록만 허용되는 상황이라면 법적 검토에 착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도시계획의 공정성과 행정의 투명성을 무너뜨릴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한다.


시행사가 제안한 공공기여 항목 또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작은도서관, 육아지원시설, 공공청사 설치 등은 일시적 설비 제공에 불과하며, 장기 운영계획과 실효성 확보 없이 단지 변경을 유도하는 수단으로만 작용한다면, 결국 '형식적 기여'로 전락할 수 있다.

이번 사안은 단지 아파트를 짓는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이는 도안신도시가 설계한 장기 전략의 철학과 행정이 지켜야 할 공공 원칙, 그리고 시민의 생활권과 직결된 핵심 가치에 대한 시험이다.

대전시는 개발 논리의 파고 속에서 도시계획의 기본 원칙을 지켜낼 것인지, 아니면 수익성 논리에 기반한 구조 변화를 받아들일 것인지 중대한 선택 앞에 서 있다.

지금 내리는 결정이, 향후 수십 년 동안 도시의 뼈대를 흔들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공공성은 지켜지는 순간에만 존재한다. /대전=이한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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