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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미지의 서울’ 박보영 “‘살자고 하는 짓은 용감한거야’라는 말 위로 받았다”

스포츠W 노이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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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미지의 서울’ 박보영 “‘살자고 하는 짓은 용감한거야’라는 말 위로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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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슬]

[SWTV 스포츠W 노이슬 기자] “’버티지마. 대신 해줄게.”

우리는 가끔 삶이 너무 힘들 때 내가 둘이었으면 바라기도 한다. 드라마 ‘미지의 서울’은 일란성 쌍둥이라는 설정으로 타인의 삶을 대신 살아보는 모습을 통해, 겉으로 보기에는 좋아 보였던 타인의 삶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코 녹록치 않고, 그만의 고충이 있다는 것을 서로 이해하고 보듬어줄 수 있는 시간을 갖게 하며 힐링과 응원을 선사했다.

지난 29일 방송된 ‘미지의 서울’ 최종회는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8.4%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 유종의 미를 거뒀다. ‘미지의 서울’은 얼굴 빼고 모든 게 다른 쌍둥이 자매가 인생을 맞바꾸는 거짓말로 진짜 사랑과 인생을 찾아가는 로맨틱 성장 드라마로, 박보영이 극 중 쌍둥이 자매인 유미래와 유미지, 그리고 유미지인 척하는 유미래와 유미래인 척하는 유미지까지 총 1인 4역에 도전해 방영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특히 ‘내가 너로 살게, 너는 나로 살아’라는 포스터 속 멘트는 이들만의 특별한 비밀 약속을 예감케 했다.


▲tvN 토일드라마 ‘미지의 서울’ 유미래, 유미지 역의 박보영/BH엔터테인먼트


종영에 앞서 박보영은 BH엔터테인먼트 본사에서 스포츠W와 만났다. 박보영은 “매주 시청하면서 제가 처음 작가님의 글을 봤을 때보다 많은 사람들이 노력한 만큼 더 풍부하게 나온 것 같아서 매번 본방을 보면서 행복함과 뿌듯함을 많이 느꼈다. 너무 힘들었는데 많은 분들이 생각보다 많이 사랑해주시고 응원해주셔서 행복했다. 모든 것이 만족스럽다”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박보영에게 ‘유미래’와 ‘유미지’로 1인 2역을 소화하는 것은 도전이었다. 하지만 더 나아가 두 사람은 비밀 약속을 위해 서로 바꿔 살면서도 서로인 척을 해야했다. 덕분에 박보영은 1인 4역이라는 한국 드라마 최초의 도전에 나섰다. “드라마 전에도 1인 2역에 대해서 고민이 많았다. 생각보다 촬영하는게 녹록치 않더라. 대역을 해주시는 분들이 상대 역을 해주셨다. 리허설 할 때 제가 했던 연기를 봐주시고 대화를 통해서 디테일을 같이 설명한다. 대역 배우들이 저랑 똑같이 연기해주 주셔야 리액션을 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제가 지금까지 연기를 생각보다 계산적으로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상대도 저니까, 그걸 다 계산하면서 연기하는게 너무 많이 어려웠다. 혼자 어느 타이밍에서 대사를 하고 결과적으로 도착하는 속도를 계산해야 하는게 쉽지 않더라. 많이 발전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된 것 같다.”

방영에 앞서 박보영은 스스로에 대한 고민과 의심을 멈출 수 없었다. 그는 방영 전 편집본 1화를 먼저 봤다. “감독님께서 저한테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 보여주신 것 같은데 저는 그걸 보고 오히려 자신감이 떨어졌다. 저한테는 미지와 미래가 아니라 그냥 박보영1, 박보영2가 보이는게 더 컸다. 송출되서 나오는 톤도 제 생각과는 달라서 당황했다. 제가 생각했던 갭 차이가 덜 나 보여서 당황했다. 1화를 먼저 본 게 좋았던 것 같다. 나중에 미지와 미래가 따로 보인다는 말이 저한테는 큰 칭찬이었다.”



▲tvN 토일드라마 ‘미지의 서울’ 메인 포스터/tvN



‘미지의 서울’에서 미래와 미지의 모친은 쌍둥이를 구분하지 못한다. 반면, 할머니와 동창 이호수*(박진영 분)는 확실하게 구분 지었다. 시청자들 역시 미래와 미지의 다른 점을 찾는 것이 관전 포인트 중 하나였다. “감독님이 원하신 것은 1인 2역이라고 해서 너무 다른 사람으로 보이지 말자고 하셨다. 두 사람이 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디테일을 잡고자 하셨다. 폭을 많이 두지 않은 상태에서 차이점을 두려면, 일단 미래는 서울에 살고 미지는 시골에 사는 것부터 다르다. 미지는 매번 머리 묶을 때 꽁지 머리가 나오고, 미래는 눈 점막도 채워서 더 또렷하게 만든다. 미지는 화장을 잘 하지 못하니까 따라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눈꼬리만 살짝 그리는 정도로 디테일을 뒀다. 미지는 주근깨가 있는데, 서울 올라와서도 씻으면 생긴다. 호수랑 데이트할 때는 미지가 이 주근깨를 가릴까 안 가릴까에 대한 디테일을 엄청 챙겼다. 단발도 가발이 다르다. 미지의 단발은 탈색했던 가발을 염색했다. 미지는 조금 샤기 스타일이다.”

드라마에 80% 이상의 분량을 미래와 미지가 차지하는 가운데 쌍둥이 자매 씬은 대사를 따로 외워야 했다. 박보영은 “매번 촬영할 때 이걸 내가 다 외울 수 있을까 생각했다. 작가님 대사들이 생각보다 입에 잘 붙는 말들이 많아서, 양에 비해서는 수월한 편이었다. 대사는 미지랑 미래가 대화할 때가 많았다. 통으로 외우면 될 줄 알았는데 그게 안되더라. 그래서 다 따로 외웠다.”

‘미지의 서울’ 초반부터 미래가 회사에서의 성추문 사건으로 힘들어하면서 미지가 대신 살아주겠다며 둘이 역할을 바꾼다. 또 미래인 척 하는 미지가 칠달 지사 일을 맡으며 건물주 김로사(원미경 분)와 연을 맺는다. 또한 극 후반부에는 건물주 김로사가 사실은 친구 ‘현상월’이었다는 이야기가 풀어진다. 안타깝고 가슴 먹먹하고 감동적인 이야기였지만 박보영은 분량에 대한 잠깐의 희망도 가졌었다고 털어놨다. “김로사 할머니 이야기가 언제 나오는지 궁금했던 부분이다. 시청자 입장으로 대본을 기다렸다. 그게 흑백화면으로 표시가 되어있는데 저는 그 대본을 너무 재밌게 읽었다. 드디어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에 대한 반가움과 사연이 너무 슬퍼서 대본 볼때도 울었다. 그러면서 순간 ‘이번 화 찍을 때 나 그럼 좀 쉬나?’라고 생각했다. 근데 아니었다. 미지는 탄원서도 받고, 이야기도 들어줘야 한다. 몽타주 씬이 많았다. 김로사 과거 분량은 A, B팀으로 나눠서 촬영이 끝났다고 하더라. 저는 그렇게 쉬지 못했다(웃음).”




박보영이 밝힌 미지와 미래의 싱크로율은 60대 40이다. 극 중 미지는 세상과 소통을 단절하는 방법으로 사춘기 시절을 보냈다. 박보영은 사춘기 시절 어떤 반항을 해봤을까 궁금했다. 그는 “저는 어릴 때는 말을 잘 들었다. 근데 스무살에 집 나갔다”고 말해 놀라움을 안겼다. “항상 엄마 말을 거역한 적이 없었는데 서울에 올라와서 일을 하면서 예민했던 시기다. 엄마가 저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엄청 싸우고 집 나갔다. 4일 버텼다. 아빠가 없었던 일로 해줄 테니까 사과라하고 했다. 제 인생에서 제일 큰 반항이었다. 그때 집 나와서 강릉으로 바다를 보러 갔다. 갈 수 있는 기차표 중 제일 빠른 시간이었다. 근데 혼자 있는데 너무 힘들더라. 30분만에 정리가 되서 첫날에 돌아가고 싶었다. 미지의 대사가 좋은 게 ‘엄마 혼자 있잖아’, ‘마음이 이런 걸 어떡해’라고 한다. 그리고 엄마가 우니까 화냈던 게 무너지는게 모녀로서의 모습을 제일 잘 보여준 것 같다. 그때 바다를 보면서 30분만에 정리는 됐다. 거기까지 온 것과, 반항하자는 마음에 4일 버텼다. 저는 미래를 보면서 저희 언니가 엄청 생각났다. 시니컬한데 책임감은 엄청 있다. 이성적으로 얘기하는 편이다. 그래서 언니 생각도 많이 났다. 그래서 미지를 더 이해하기 수월했던 것 같다.

또 박보영은 “저는 직장 생활도 안해봐서 미래의 모습을 어떻게 표현할 지 직장인들이 이해할 지고민이었다. 제 친구가 1화를 같이 봐줬는데 미래에 엄청 몰입해서 PTSD가 올 것 같다고 하더라. 그때 ‘엇? 됐다’는 마음이었다. 사람들이 많이 공감하겠다 안심했다. 미지는 제가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는데 미래는 걱정한 부분들이 있다. 미지는 저랑 닮은 구석도 있으니까 스스로 돌아보게 되는 것들도 있었다. 연기적인 부분도 경험하지 못했던 부분도 경험해보면서 지금은 한 단계 올라서지 않았나 생각했다. 장소별로 몰아서 찍어야 했다. 탈바꿈 할 때 리액션이 미지처럼 나오면 감독님께서 ‘아직 미래가 덜 온 것 같다’면서 디테일을 잡아주시면서 저도 많이 성장한 것 같다. 나중에는 옷을 입으면 마음을 다르게 했다. 미래일 때는 현장에서 장난도 안 쳤다”고 덧붙였다.

‘미지의 서울’ 속 등장인물은 모두가 핸디캡이나 결핍을 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최선의 선택을 응원하고, 괜찮다고 위로하며 힐링을 안겼다. 박보영은 드라마가 주는 메시지에 깊이 공감했다. “드라마 기획 의도가 타인의 삶은 나아보이지만, 들여다보면 녹록치 않다는 것이다. 그게 드라마로 많이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서로 몸을 바꾸면서 ‘너는 그렇게 사니까 편하지?’가 막상 겪어보니까 아니라는 것을 직접적으로 경험하는 것이다. 옛말에 밤에 손톱, 발톱 깎지 말라고 하지 않나. 쥐가 먹어서 사람이 된다고,. 근데 저는 요즘에 밤에 깎는다. 다른 내가 나왔으면 해서(웃음). 근데 그러다가도 나름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tvN 토일드라마 ‘미지의 서울’ 유미래, 유미지 역의 박보영/BH엔터테인먼트



호수 역의 박진영과 세진 역의 류경수는 미지와 미래로 각각 몰입할 수 있게 도와줬다. 박보영은 “한 드라마에서 합법적으로 양쪽 모두와 사랑을 했다”며 웃었다. “박진영씨는 두 세 번 인사한 사이로, 많이 보지 못한 상태였다. 진영이가 누나가 둘이 있는데, 누나 이름이 제 이름이랑 똑같더라. 그래서 저를 누나 같다고 생각하면서 엄청 친근하게 잘 대해줘서 어렵지 않았다. 류경수씨는 동생이다. 경수는 극중 어른 같은 느낌이 있어야 한다. 성격도 장난기가 있지만, 에너지가 까불거리는 장난이 아니라 세진이처럼 한마디 한마디 웃기게 하는 편이다. 목소리 톤도 낮다. 엄청 동생 같은 느낌이 있다. 인사할 때도 저음으로 ‘뽀블리, 밥 먹었어?’라고 부른다.”

육상 대회에서 부상을 입고 실의에 빠진 미지는 3년간 방밖을 나오지를 못한다. 3년만에 방문을 열고 나온 미지는 엄마의 곁을 떠나지 않는다. 박보영은 장영남과 ‘늑대소년’(2012년) 이후 13년만에 재회했다. “제가 생각보다 낯을 많이 가리는데, 두번째 만남이라 너무 편안하게 생각했다. 그 전에 ‘늑대소년’ 때는 제가 조심스러운 딸이었다. 이번에는 정말 현실적인 모녀로 만나서 투닥거리는 씬이 많았다. 연기할 때 그렇게 신나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너무 잘되서 오히려 감정을 눌러야 할 때가 많은 경험을 했다. 자꾸 눈물이 차오르고, 짜증을 덜 냈어야 하는 정도로 엄마처럼 대했던 것 같다.”

‘미지의 서울’에서 미지가 문을 열고 닫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또한 미지가 문을 열수 있게 위로를 주는 사람들은 가족과 친구들이다. 특히 외할머니 강월순(차미경)의 대사는 세상을 통하는 문을 닫은 모든 이들에게 힐링을 안긴다. 박보영은 “할머니가 ‘얼마나 나비가 되려고 이렇게 힘드나’, ‘다 살자고 하는 짓은 용감한거야”이라고 할 때 너무 큰 위로를 받았다”고 말했다. “살면서 후회하는 것들이나 잘못했다고 생각한 선택들이 그 당시에는 최선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걸 후회만 하는 게 맞나. 나는 살고자 했던 최선의 선택이었는데. 그게 엄청 크게 와 닿았다. 내레이션도 그렇고 너무 좋은 게 많았다고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그렇게 살아도 괜찮다고 하는 것 같다. 누군가에게는 별로로 보일 수 있어도 그래도 나만 그런 게 아니다. 쟤도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었더라.”

그러면서 박보영은 “엔딩이 작가님 스타일의 엔딩이라고 생각했다. 나아가고 있는 과정에서 마침표보다는 열린 느낌이다. 미지가 할머니를 꿈에서 보내드리는 장면은 촬영하면서 너무 울어서 힘들었다. 그 장면 찍고 너무 슬퍼서 주체가 안됐다. 몸을 바들바들 떨 정도여서 다시 눌러서 촬영했을 정도다. 근데 그 장면 찍으면서 이렇게도 보내줄 수 있구나, 내가 보냈던 사람 중 인사를 못했던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도 이렇게 한번 보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 좋았다”고 했다.

대중에게는 ‘뽀블리’로 통하며 동안 스타의 대명사로 불리는 박보영이지만, 최근 그는 넷플릭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멜로무비’, 디즈니+ ‘조명가게’까지 기존의 모습과는 달리 한층 톤이 다운된 캐릭터들로 시청자들을 만났다. “최근 2년 정도는 어두운 느낌의 캐릭터를 하려고 ‘콘트리트’,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캐릭터도 마냥 밝기만한 친구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갈증을 채우려고 선택했던 작품이다. ‘미지의 서울’도 미지가 밝기는 하나 아픔이 있었다. 미래는 처음부터 힘들고 지쳐있는 친구였다. 제 바운더리 안에서 맞는 것을 하려고 했던 것 같다. 나름 갈증이 많이 채워졌다고 생각해서 다시 밝은 것을 하려고 한다. 기본적인 텐션이 스스로 내려갔다는 느낌이 들기도 해서 다시 밝은 것을 하려고 한다. 메시지를 너무 많이 드린 것 같아서 가벼이 볼 수 있는 것을 하려고 한다. ‘골드랜드’는 했던 것 중 제일 어두운 것 같다. 그걸 하게 되면 밝은 것을 꼭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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