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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저스 봐주지 말고 부숴버려” 로버츠 기행 역풍 맞나… 상대 전투력만 급상승, ‘공공의 적’ 됐다

스포티비뉴스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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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저스 봐주지 말고 부숴버려” 로버츠 기행 역풍 맞나… 상대 전투력만 급상승, ‘공공의 적’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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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메이저리그의 현역 로스터는 26명이다. 이것도 몇 년 전 1명이 늘어났다. KBO리그는 28명이다. 메이저리그가 KBO리그에 비해 훨씬 더 빡빡한 일정인데, 오히려 엔트리에서 활용할 수 있는 인원은 더 적다.

자연히 선수들의 체력적인 부담이 훨씬 더 크다. KBO리그나 일본프로야구는 월요일은 휴식이 보장되는 것에 반해, 메이저리그는 9연전, 12연전이 이어지기도 한다. 투수 운영이 어렵다. 한 경기에 많이 쓰면, 다음 경기에는 정말 쓸 투수가 없는 상황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간혹 점수 차가 큰 경기에서는 야수들을 올려 다음을 기약하는 문화가 있다.

보통 이런 전략은 큰 점수 차로 뒤져 해당 경기의 희망이 없는 팀이 쓴다. 어차피 질 경기, 투수 소모를 아끼자는 것이다. 팬들에게는 나름의 볼거리이기도 하다. 상대 팀도 그런 사정을 알기에 굳이 모질게 타격하지는 않는다. 어차피 백기를 든 팀인데, 시체에 매질을 하지 말자는 정서는 동양이나 서양이나 비슷하다.

대다수 타자들이 기를 쓰고 치지는 않는다. 야수가 마운드에 올라 왔기에 사실 치지 않으면 볼넷이 될 확률이 높다. 그렇게 기다리는 대신 대충 치고 마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그런데 올해 LA 다저스는 점점 타자들이 기를 쓰고 치는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어떻게 보면 전략이고, 어떻게 보면 기행이다.


올해 다저스는 야수들의 등판이 유독 많다. 등판 단골 손님은 베테랑 유틸리티 플레이어들인 엔리케 에르난데스와 미겔 로하스다. 에르난데스는 2023년까지 투수 등판이 딱 한 번, 그것도 아웃카운트 하나였다. 하지만 2024년 4경기로 늘어나더니, 올해는 이제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벌써 5경기에 등판했다. 2024년 4경기에서 평균자책점 4.15의 쏠쏠한 활약을 한 것이 배경인데, 실제 올해도 초반에는 선전했다.

베테랑 중의 베테랑 선수인 로하스는 다저스 입단 전까지는 야수로 단 한 번도 등판한 적이 없는 선수다. 그런데 2023년 3경기, 2024년 1경기에 이어 올해는 벌써 3경기에 나갔다. 두 선수의 등판은 이제 다저스에서 익숙한 광경이 됐다.


여기까지는 다른 팀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다저스가 특이한 것은 크게 이기는 경기에서도 야수를 낸다는 것이다. 사실 이는 이전까지는 상대에 대한 ‘예의’ 문제로 지양하는 편이었다. “야수를 등판시켜도 지금 상황에서 너희는 이길 수 있어”라는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데이브 로버츠 LA 다저스 감독은 투수들을 최대한 아끼기 위해 이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특히 에르난데스의 경우 올해 지는 경기보다 이기는 경기에서 더 많이 등판했다. 처음에는 눈요기 정도로 생각했지만, 이것이 거듭되자 메이저리그 전체의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가뜩이나 ‘돈을 많이 써’ 최강의 팀이 된 이미지가 있는 다저스는 요새 뉴욕 양키스에 이은 ‘제2의 악의 축’으로 인식되는 분위기다. 그런데 야수 등판까지 겹쳐 상대 팀 팬들에게 원성을 듣는다. “봐주지 말고 부숴버려라. 그래야 다음에 안 그런다”는 메시지가 도배되고 있다.

그런 분위기 탓인지 올해 두 선수의 투수 성적은 급락하고 있다. 에르난데스는 첫 세 번의 등판에서는 평균자책점 2.08로 대활약을 펼쳤다. 심지어 6월 11일 샌디에이고전에서는 2⅓이닝을 던지며 역투하기도 했다. 그러나 다저스의 야수 등판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확대되자 사정이 달라졌다. 6월 15일 샌프란시스코전에서 크게 이기고 있었던 9회 등판했다가 ⅔이닝 3피안타 3볼넷 5실점(4자책점)으로 무너졌다. 자칫 잘못하면 경기가 넘어갈 수 있겠다 판단한 다저스 벤치는 아끼려고 했던 앤서니 반다를 끝내 써야 했다.

23일 워싱턴과 경기에서도 팀이 크게 앞서고 있자 다시 9회 나섰지만 ⅓이닝 2피안타 3볼넷 4실점을 기록했다. 또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낀 다저스 벤치는 역시 아끼려고 했던 알렉스 베시아를 올려 경기를 마무리해야 했다. 비판도 받고, 실익도 못 챙긴 셈이다. 확실히 샌프란시스코·워싱턴 타자들이 봐주지 않고 더 진지하게 볼을 고르고 치는 경향이 있었다. 이게 민심일지 모른다. 다저스와 로버츠 감독이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이 전략을 밀어붙일지도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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