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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수입 늘고, 대미 수출 쏠림”…한국 무역구조, 경제안보 위협 커진다

헤럴드경제 김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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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수입 늘고, 대미 수출 쏠림”…한국 무역구조, 경제안보 위협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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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자동차·반도체 집중 심화…CPTPP 가입·무역 다변화 서둘러야”
경기도 평택항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연합]

경기도 평택항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최근 한국의 무역구조가 중국 수입 확대와 미국 수출 집중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어 공급망 리스크와 고용 악화, 보호무역 대응 부담 등 다양한 경제안보 위협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경고가 국책연구기관으로부터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일 발표한 ‘KDI FOCUS’ 보고서에서 “미중 중심의 무역의존도 심화는 한국 경제의 불안정성을 높이고, 특히 대중 수입 경쟁으로 인한 제조업 고용 악화가 우려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를 집필한 정성훈 KDI 선임연구위원은 “대중 수입은 전방위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반면, 대미 수출은 소수 품목 위주로 확대되며 무역 집중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경제효율성과 경제안보 사이의 균형을 새롭게 설정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대중국 수입 증가, 대미국 수출 집중…무역 양극화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대 중반부터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은 1300억~1600억 달러 수준에서 정체된 반면, 수입은 한중 FTA 발효 이후 꾸준히 증가해 최근 무역수지는 적자로 돌아섰다. 반면 대미 수출은 2020년 이후 자동차와 반도체를 중심으로 급증하며 무역흑자 규모가 600억 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전체 무역흑자의 중심축이 2010년대에는 중국, 2020년대에는 미국으로 이동했다.

정 연구위원은 “자동차·반도체·가전 등 일부 품목 수출이 대미 무역흑자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수입은 중국산 중간재·자본재·소비재 등 전반으로 확대됐다”며 “한국 무역은 소수 국가·품목에 집중된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KDI 제공]

[KDI 제공]



중국 공급망 의존 심화…고용 타격도 본격화

KDI는 한국의 무역 집중도가 한국, 중국, 네덜란드, 일본, 독일, 프랑스 등 주요 6개국 중 가장 높다고 분석했다. 특히 국가 기준 수입 집중도는 대중 수입 확대 영향으로 가파르게 상승했고, 품목 기준 수출 집중도도 반도체·자동차 의존 탓에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정 연구위원은 “특히 전자·화학·1차 금속·이차전지 등 주력 및 미래산업 전반에서 중국 공급망 의존도가 커지고 있어, 기술통제나 외교 마찰 발생 시 국내 산업에 큰 충격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대중국 수입 증가에 따른 고용 악화 우려도 제기된다. 보고서는 미국의 ‘차이나 쇼크’ 사례를 인용하며, 한국 역시 임시직 증가, 저임금 서비스업 전환, 임금 하락 등 노동시장 질 악화를 겪고 있다고 경고했다.


정 연구위원은 “한국은 미국보다 노동시장 경직성이 높고, 대중 수입 확대 폭도 더 크기 때문에 실업과 고용 질 저하가 더 심화될 수 있다”며 “제조업 중심 지역의 쇠퇴와 인구 감소 문제와도 직결된다”고 설명했다.

美 관세정책의 ‘표적’ 될 우려도…자동차·반도체 주의보
대미 수출이 소수 품목에 쏠리면서 미국의 보호무역 정책에 타깃이 될 가능성도 커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미국의 10대 무역적자 품목 중 3개(자동차·반도체·가전)가 모두 한국의 주요 수출품이다.

정 연구위원은 “트럼프 행정부에 이어 미국 정부는 무역적자 축소를 명분으로 관세 부과를 강화할 수 있고, 한국 수출품이 집중된 품목이 제재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KDI는 경제안보 차원에서 무역구조 다변화와 공급망 내재화를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가입을 조속히 추진하고, 기존 FTA의 개방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 연구위원은 “중국은 미중 무역전쟁 이후 일대일로 국가들과의 교역 비중을 40.6%에서 49.8%로 확대했다”며 “우리도 남아시아, 동남아, 중남미, 아프리카 등 신흥국과의 경제외교를 강화해 교역국 다변화를 본격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출입 기업 맞춤형 지원 강화…무역 피해 근로자 보호도 필요
보고서는 정부가 공급망안정기금, 소재·부품·장비 종합지원사업 등 기업 대상 지원제도의 효과를 면밀히 검증하고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또 내수기업의 수출 진입을 돕는 무역통상진흥 시책은 수출국 수 확대와 수출 유지율을 높이는 데 효과적인 만큼 확대가 바람직하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중국산 수입 증가에 따른 국내 산업 피해에 대응해 반덤핑 제소, 무역위원회의 불공정무역 감시 기능을 강화하고, 피해 기업에는 운전자금보다 생산성 향상 지원 중심의 중장기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직 근로자에 대해서는 미국의 ‘무역조정지원제도(TAA)’처럼 직업훈련 및 소득보조 중심의 별도 프로그램 신설이 제안됐다.

정 연구위원은 “최근 정부의 대미 통상 대응이 신속하게 이뤄지는 점은 긍정적이나, 단기 대응에 그쳐선 안 된다”며 “무역구조 다변화와 경제안보 내실화는 통상협상이 마무리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