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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미 관세 인하 카드 없는 한국..."제조업 협력 가능성 강조하며 접근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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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미 관세 인하 카드 없는 한국..."제조업 협력 가능성 강조하며 접근 중"

속보
트럼프 "韓 한화와 협력해 해군 신형 프리깃함 건조"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첫 통상 고위급 회담·협상
1·2차서 요구 확인... 3차 협의에선 카드 주고받아
제조업 르네상스 파트너십도 협상 카드로 제시
줄라이 패키지는 시간 내 마련 못 할 듯... "유예 노력"


한미 고위급 통상 협상을 마친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9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한미 고위급 통상 협상을 마친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9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첫 한미 관세 협상에서 우리 측은 '제조업 르네상스 파트너십'으로 부르는 제조업 협력 가능성을 강조하며 미국의 관세 조치 완화를 이끌어내는 전략을 구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우리는 미국 상품에 0%에 가까운 관세를 내게 하다보니 나온 자구책이다. 미국은 무역수지 균형 정도에 따라 상호관세뿐만 아니라 품목별 관세 인하 가능성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통상자원부 고위관계자는 20일 기자단을 만나 "이 협상은 호혜적 개방이 목적이 아니라 미국의 무역수지 불균형 해소를 위해 흑자국들이 어떤 조치를 할 수 있을지에 무게를 뒀다"며 "한국은 FTA로 관세·비관세 장벽이 낮아 제조 협력의 가능성을 강조하고 왔다"고 밝혔다. 앞서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이끈 협상단은 22~27일 미국에서 고위급 협상 및 3차 기술협의를 실시했다.

미국 요구에 내줄 것 살피는 한국... 제조업 파트너십 강조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3일 미국 워싱턴 D.C 상무부 회의실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3일 미국 워싱턴 D.C 상무부 회의실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이번 협의로 우리 측은 미국의 요구를 좀 더 구체적으로 알 수 있게 됐다. 논의가 비관세 장벽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보니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NTE 보고서) 내용 대부분이 다뤄졌다고 한다. 이 보고서에는 수입 소고기 월령 제한·구글 정밀 지도 반출 등이 언급됐다.

이 고위 관계자는 "1, 2차 협의에서 미국의 요구 수준을 파악하는 수준이었다면 이번에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을 주고받고 왔다"며 "미국이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어디서 접점을 만들 수 있을지 많이 명확해졌다"고 전했다. 정권 교체 전에는 우리가 카드를 제시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면 이젠 어느 정도 해소된 모습이다.

산업부 고위관계자는 "미국의 관세 부과는 역내 투자를 유도해 일자리 창출과 제조업 부흥을 이끌기 위함이기도 하다"며 "제조업 협력에 한국이 유력한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30일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모습. 뉴시스

30일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모습. 뉴시스


특히 미국 측은 협상 결과에 따라 상호관세(15%)뿐만 아니라 품목별 관세 인하 가능성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10%의 기본 관세를 낮추기는 어려운 분위기다. 이 고위관계자는 "무역 수지 적자를 줄이는 방안이 명확하면 품목별 관세 인하를 고려해 주겠다는 입장"이라며 "(그렇지만) 아무리 잘해도 관세 부과 전으로 돌아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전했다.


양국 간 협의에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관세로 인한 피해는 당분간 계속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상호관세 유예 기한(7월 8일)까지 마련하기로 했던 관세 협상 패키지(줄라이 패키지) 마련도 불가능에 가까운 데다가 유예 연장을 받아내지 못했다. 산업부 고위관계자는 "7월 내에 (미국 측과) 통화는 하겠지만 8일 전에 (대대적인 규모의) 4차 협의는 어렵다"며 "최대한 유예 조치를 받아내고 협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오지혜 기자 5g@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