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보영. BH엔터테인먼트 제공 |
[파이낸셜뉴스] “드라마 명대사에 저도 위로받았죠.”
화제의 tvN 드라마 ‘미지의 서울’에서 1인 2역을 섬세하게 연기한 배우 박보영이 종영(29일)을 앞두고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 26일 서울 강남구 BH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위로와 공감을 줄 것 같아 선택한 작품이었다”며 “본방사수하며 봤는데 시청자 반응이 좋아 기뻤고 손가락 바쁘게 찾아봤다. 저 역시 많은 위로를 받았는데 몇몇 대사는 휴대폰에 저장해놓고 힘들 때마다 본다”며 웃었다.
은둔형 청년 소재, 쌍둥이 자매 인생 맞바꾸기로 새 인생 찾는 이야기
우리 사회 고립·은둔형 청년 문제를 우회적으로 다룬 ‘미지의 서울’은 얼굴 빼고 모든 게 다른 쌍둥이 자매가 잠시 서로의 삶을 맞바꿨다가 진짜 사랑과 인생을 찾게 되는 로맨틱 성장드라마. 최근 몇 주간 화제성 1위에 오르며 드라마 팬들 사이에서 ‘나의 아저씨’ ‘나의 해방일지’를 잇는 힐링 드라마로 손꼽혔다.
박보영은 고시 실패 후 공기업에 취직했으나 내부고발로 직장 내 왕따를 당하는 ‘미래’와 운동선수의 꿈이 좌절된 후 은둔형 외톨이로 살다 뒤늦게 병든 할머니를 돌보며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미지’를 연기했다.
박보영은 “1인 2역이 부담됐지만 대본이 너무 좋아 놓치고 싶지 않았다”며 “일단 지른 뒤 수습했다”고 출연 과정을 떠올렸다. “남의 인생이 더 좋아 보이지만, 사실 들여다보면 다 고충이 있기 마련이고, 그걸 서로 이해하는 게 이 드라마의 큰 메시지였다”며 “쌍둥이는 이를 효율적으로 보여주는 장치였다”고 부연했다.
실제 촬영 현장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1인 2역을 다시 하라면 못할 것 같다”고 혀를 내두를 정도. 특히 미래와 미지가 한 화면에 잡히는 장면을 찍을 때는 평소보다 공이 4배는 더 들었다. 그는 “미지와 미래 각각의 대역 배우가 있었다”며 “리허설 단계에서 제가 미래 연기를 먼저 시연해 대역이 이를 익히면, 이후 제가 미지로 분해 찍고, 다시 환복하고 세팅한 뒤 그 대역 배우가 한 미래 연기를 제가 재연하는 식으로 장면을 구성했다. 반대도 마찬가지였다”고 설명했다.
가장 힘들었던 장면을 물으니 1화에서 미래와 미지가 아파트에서 추락하는 신을 꼽았다. 혼자서 속앓이를 하던 미래가 아파트에서 뛰어내리려던 순간, 이를 발견한 미지가 함께 추락하는 신이다. 그는 “동시에 서로 다른 감정 폭발 연기로 두 캐릭터의 다름을 보여줘야 했다”며 “미래가 꾹꾹 참으면서 운다면 미지는 아이처럼 엉엉 울었다”고 비교했다.
설상가상 이 장면에선 미지의 머리 색깔이 노란색이라 검은 염색을 한 뒤 같은 장면을 1주일 뒤 다시 찍었다. 처음엔 미지를 연기하고 두 번째 미래를 연기한 식이다.
두 인물 중 누구에게 더 공감이 갔을까. 박보영은 “미래처럼 직장생활을 해본 적이 없어서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한 미지가 더 와 닿았다”고 답했다. “저 역시 데뷔 전후 실패와 낙담을 겪으며 ‘나 아무것도 안 되는 거 아냐’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고 돌이켰다. 다만 실제 성격은 ‘미래’에 좀 더 가깝다. “두 캐릭터의 목소리 톤이 다르다. 미래는 제가 혼자 있을 때, 사생활에서 쓰는 목소리 톤이다. 반면 미지는 연기할 때 제가 가장 편하게 사용하는 목소리 톤이자 실제 제가 사회 생활할 때 사용하는 목소리 톤과 비슷하다”고 비교했다.
미지의 서울 tvN 제공 |
미지의 서울 tvN 제공 |
미지의 서울 tvN 제공 |
그는 “미지가 미래인 척 회사에 출근할 때 가장 신경이 쓰였다. 헤어와 메이크업도 미세하게 차이를 뒀다. 모범생 미래가 머리를 깔끔하게 묶는다면, 미지는 늘 꼬랑지가 보이게 했다. 또 미래는 눈 화장도 점막을 다 채워 또렷하게 했다면 미지는 점막을 다 안채우고 꼬리만 살짝 빠지게 그렸다”고 설명했다. 박보영은 여성 시청자들이 이러한 차이를 알아봐줘 고마웠다고 웃었다.
"나의 가장 큰 천적은 나라는 걸...공감했죠"
드라마는 미래와 미지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유로 상처 입고 방황하다 제길을 찾는 미지의 첫사랑 호수와 미래의 동업자(?) 세진을 통해 공감과 위로의 메시지를 전한다.
박보영은 드라마 곳곳의 내레이션과 각 인물의 대사를 통해 자신 역시 위로를 받았다며 자신의 핸드폰을 꺼내 따로 메모해 둔 글귀를 공유했다.
그는 방구석에 처박힌 손녀 미지를 끝까지 믿어준 할머니의 대사를 언급하며 “사슴이 사자 피해서 도망치면 쓰레기야? 다 살려고 싸우는 거잖아. 암만 모냥 빠지고 추저분해보여도 살려고 하는 짓은 다 용감한 거야”를 언급했다.
또 “내가 나라는 이유로 누구보다 가혹했던 숱한 나날들. 남이 되어서야 알았다. 나의 가장 큰 천적은 나라는 걸”이라는 미지의 대사도 언급하며 “나 역시 내게 엄격한 편이었다”고 이유를 꼽았다.
박보영은 극중 한강 야경을 보고 아이처럼 좋아했던 미지처럼 자신에게도 ‘한강’은 특별한 공간이라고 말했다. “지방에서 올라와 서울에서 지내면서 울고 싶을 때면 늘 한강에 갔다”며 “저만의 비밀 장소가 있다. 거기서 엉엉 울고 나면 조금은 진정이 됐다”고 말했다. 또 한결같이 자신을 응원해 주는 팬들의 편지를 따로 모아두고, 힘들 때마다 꺼내본다고도 했다. 그는 “예전에 SNS 라이브 방송에서 팬 편지를 읽다가 운적이 있다”며 “그 편지는 아직도 제게 위로와 힘이 된다”고 말했다.
내년이면 데뷔 20주년을 맞는 박보영은 “처음엔 매일 혼나며 ‘이 길은 내 길이 아니구나’ 생각했었다”며 “그런데 정신 차려보니 여전히 이 일을 하고 있었다. 이제는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오랫동안 연기해오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 스스로 칭찬해 주고 싶다”고 한결 성숙해진 면모도 보였다. 또 “장르나 캐릭터는 달라질 수 있어도, 늘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작품 안에서 내가 느낀 감정을 관객도 함께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그 마음이 이 일을 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tvN '미지의 서울' 보도스틸 |
tvN '미지의 서울' 보도스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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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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