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경향신문 언론사 이미지

핵 전문가들 “트럼프, 애초 이란 핵 합의 파기 안 했으면 공습할 핵 시설도 없었을 것”

경향신문
원문보기

핵 전문가들 “트럼프, 애초 이란 핵 합의 파기 안 했으면 공습할 핵 시설도 없었을 것”

서울흐림 / 2.2 °
2018년 트럼프 1기 때 일방적 탈퇴
핵 시설 건설 부추기는 결과 이어져
“공습으로 핵 시설 파괴” 내세우지만
실질적인 효과 놓고도 주장 엇갈려
27일(현지시간) 미국의 공습으로 피해를 입은 이란 포르도 핵 시설의 위성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27일(현지시간) 미국의 공습으로 피해를 입은 이란 포르도 핵 시설의 위성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미군의 이란 핵시설 폭격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 핵 시설을 완전히 파괴했다”며 성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과거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 합의(JCPOA) 파기로 이란의 핵 시설 건설을 촉진하는 결과를 불러온 후, 이제 와서 문제를 해결한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뉴욕타임스는 28일(현지시간) 핵 전문가들을 인용해 2018년 트럼프 대통령이 JCPOA를 일방적으로 탈퇴하지 않았다면 이번 공습으로 파괴한 이란의 핵 시설도 없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과거 트럼프 대통령의 JCPOA 탈퇴로 이번 공습에서 파괴한 이란의 핵 프로그램 고도화가 가속화됐다고 봤다. 마이클 루벨 뉴욕시립대 물리학 교수는 “JCPOA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협정을 파기하고 엉망으로 만든 뒤 이제 와 ‘내가 구세주’라고 말하고 있다”고 했다.

JCPOA에는 이란이 최소 15년간 핵폭탄 연료로 사용될 수 있는 금속 우라늄 생산을 금지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금속 우라늄은 핵무기 개발에 필수적인 물질로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우라늄 금속화 공정을 엄격한 감시 대상으로 분류하고 있다. 맥스 부트 미국 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을 통해 “이란이 합의를 준수하고, 그 준수를 보장하기 위한 국제 사찰이 이뤄졌다면 최소 15년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 속도를 늦췄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당시 JCPOA에 관해 “끔찍하고 일방적인 합의”라며 탈퇴를 선언하고 대이란 제재를 복원했다. 미국의 JCPOA 탈퇴 후 이란은 합의를 단계적으로 위반하며 핵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IAEA의 사찰을 제한하며 우라늄 농축 수준을 높여왔으며 2021년 2월에는 이란 이스파한 핵 시설에서 금속 우라늄 생산이 시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로버트 아인혼 브루킹스 연구소 수석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협정에서 탈퇴하지 않았다면 오늘날 우리가 금속 우라늄 생산 시설을 폭격해야 했을 가능성은 낮다”고 했다.

지난 13일 이스라엘군은 이란 나탄즈 지역의 핵 시설을 공습했다고 밝히며 이 핵 시설에서 우라늄을 무기용으로 농축하는 데에 필요한 인프라가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 엑스 캡처

지난 13일 이스라엘군은 이란 나탄즈 지역의 핵 시설을 공습했다고 밝히며 이 핵 시설에서 우라늄을 무기용으로 농축하는 데에 필요한 인프라가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 엑스 캡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이란의 핵 시설 3곳을 공습한 후 “이란의 핵 위협을 제거하기 위한 것”이라며 정당성을 주장했다. 애나 켈리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대통령들이 말만 하던 것을 실제로 실행했다”며 “이란의 핵 프로그램은 완전히 폐기되었고 역사적 휴전이 성사됐으며, 전 세계는 더욱 안전해졌다”고 했다.


한편 미국 공습의 실질적인 효과를 두고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언론에 이란의 농축 우라늄 재고가 파괴되지 않았다는 내용이 담긴 미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A)의 초기 평가 보고서 내용이 알려지자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은 기자회견을 열어 “매우 성공적인 공습이었다”며 반박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공습으로 일정 기간은 이란이 핵폭탄을 제조하는 것에는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봤다. 특히 금속 우라늄을 생산하는 장비와 농축 우라늄을 핵무기로 만드는 인프라가 파괴되었기 때문에 무기화는 우선 제지됐다는 것이다.

다만 이란이 농축 우라늄 400㎏을 어디에 보유하고 있는지는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지난 27일 인터뷰를 통해 “고농축 우라늄이 어디에 있을지 모른다”며 “이란이 몇 달 안에 농축 우라늄 생산을 재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배시은 기자 sieunb@kyunghyang.com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주 3일 10분 뉴스 완전 정복! 내 메일함에 점선면 구독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