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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합니다” 부르짖던 짐승의 인간적인 눈물, 하지만 아직 ‘엔딩’이라 말하지 않았다

스포티비뉴스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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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합니다” 부르짖던 짐승의 인간적인 눈물, 하지만 아직 ‘엔딩’이라 말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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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연출된 타구는 인천SSG랜더스필드의 좌측 담장을 향해 불꽃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정들었던 문학의 내야를, 많은 생각을 하며 한 바퀴 돌았다. 3년 전 그 장면을 인위적으로 다시 연출하는 것은 어색했지만, 많은 팬들에게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것은 충분했다. 모든 동료들은 야구 인생의 베이스를 돌아 ‘홈인’하는 김강민(43)을 기다리고 있었다.

2001년 SSG(당시 SK)의 지명을 받고 입단한 김강민은 팀 왕조 역사의 산증인이다. 한국시리즈 우승만 5번을 경험했다. 2000년대, 2010년대, 그리고 2020년대 모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몇 안 되는 선수이기도 하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우승으로는 첫 번째인 2007년, 그리고 마지막인 2022년을 뽑는다. 선배들에게 업혀 첫 우승을 경험한 20대의 김강민은, 2022년 그 선배의 몫을 하며 후배들을 업어줬다.

28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김강민의 은퇴식 대미를 장식한 세리머니는 2022년 한국시리즈 5차전의 극적인 대타 끝내기 3점 홈런을 모티브로 했다. 2018년 우승 당시 준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터뜨린 극적인 연장 동점 홈런도 많은 팬들에게 각인되어 있지만, 김강민은 두 홈런 중 “나에게는 2022년 한국시리즈 5차전 홈런이 더 의미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을 재현하며, 김강민은 그렇게 현역의 페이지에서 사라졌다.

‘원클럽맨’ 이미지가 강하지만 사실 마지막이 순탄치가 않았다. 2023년 시즌 뒤 열린 2차 드래프트에서 한화의 지명을 받았다. 2022년 우승 뒤 1년 정도 은퇴 후 지도자 연수 등에 대해 구단과 이야기를 할 시간이 있었지만 잘 진척되지 않았고, 이는 현역 신분으로 2차 드래프트에 나가는 빌미가 됐다. 한화의 지명에 김강민은 결국 현역을 연장하기로 했다. SSG 팬들에게는 큰 충격이었고, 이는 구단의 흑역사로 남아있다.


SSG 팬들은 김강민이 다른 팀 유니폼을 입고 뛰는 것에 허탈했고, 결국 현역 마지막 팀이 한화로 남는 것에 대해 괴로워했다. 하지만 고민하던 김강민이 끝내 특별 엔트리에 들어오며 결국 경력의 마지막 팀은 SSG로 공식 표기됐다. 허탈했던 SSG 팬들의 마음을 그나마 달래주는 하루였고, 김강민은 SSG의 역사이자 산증인으로 공인되는 하루이기도 했다.

김강민은 마지막 과정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미 다 지난 일이라며 “행복하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문학에 다시 돌아온 것을 즐기는 느낌이었다. 경기 시작 전부터 팬 사인회, 구단 방송 등으로 정신없는 하루를 보냈지만 표정은 들떠 있었다. 마치 집으로 돌아온 사람 같았다. 그리고 그 집이 주는 느낌은 역시 특별했다. 은퇴식 전 “울지 않겠다고 지금부터 마인드컨트롤을 하고 있다”고 웃었던 김강민은 막상 경기장에 서자 당장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처럼 감정이 벅차 올랐다.


마지막 1년을 함께 하지는 못했지만 어색한 것은 전혀 없었다. 경기장이 있었고, 동료들이 있었고, 또 팬들이 있었다. 김강민은 “사인회를 하는데 나 신인 때 파란색 유니폼을 가져오신 분도 계셨다”라고 할 정도로, 전국에서 모인 각양각색의 '0번 유니폼'이 수를 놓았다. 스타팅 라인업이 발표되고, 흙을 밟지 않고 내야를 돌아 중견수 자리로 나가는 모습도 그대로였다. 비록 경기에 실제 뛰지는 않았지만, 더그아웃 계단에 앉아 경기를 지켜보는 모습까지도 그대로였다. 어색함이 없었다. 마치 지난해에도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 같았다.


끝내 참았던 눈물을 은퇴식에서 터뜨린 김강민은 SSG가 정말 좋은 팀이었고, 앞으로도 그렇게 될 것이라 자신했다.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많은 것을 주고, 또 그 후배들이 밑에 들어올 후배들에게 많은 것을 물려주는 선순환의 구조가 잘 되어 있는 팀이라고 자신하고 확신했다. 김강민은 “2018년 한국시리즈 당시에는 시리즈를 처음 경험하는 젊은 선수들이 많았다. 그 선수들이 2022년 주축이 됐다. 그리고 2022년 우승을 경험한 최지훈이나 박성한 같은 선수들이 앞으로 팀을 잘 이끌 것이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남성미 넘치는 모습으로 그라운드에서 부르짖던 짐승의 현역은 이제 끝났다. 김강민도 점점 민간인의 몸이 되어 가고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나 ‘엔딩’을 이야기하지는 않았다. 공부도 많이 하고 있고, 추후 지도자로서의 가능성도 열어 놨다. 당분간은 하고 싶었지만 치열한 전쟁 속에 잠시 미뤘던 공부를 하면서 지낼 계획이지만, 친정팀으로 돌아올 여지를 닫지 않았다.

좋은 지도자가 될 수 있는 여지도 큰 선수다. 모두가 화려했던 현역의 모습을 기억하지만, 사실 김강민처럼 부침이 많았던 선수도 별로 없다. 김강민은 “2010년 야구가 잘 된 이후 그게 계속 될 줄 알았지만 그 다음 해 부상으로 바로 떨어졌다”고 돌아봤다. “프리에이전트 계약을 한 뒤 못한 것도 사실이다”고 인정했다. 부상이 길었던 시절도 있었고, 부진 때문에 2군에 내려갔던 시절도 있다. 많이 아파도 봤고, 나이가 들어서 어떻게 야구를 해야 하는지도 경험했다. 좋은 경험, 나쁜 경험을 모두 해봤기에 오히려 더 폭넓은 스펙트럼을 가졌다. 야구 인생의 제2막이 어떻게 흘러갈지 주목되는 가운데, 인천 하늘에서 계속 오르내리는 이름이 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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