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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식 국회의장이 2025년 6월24일 한겨레21과 인터뷰하는 모습.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
☞ 우원식 국회의장 인터뷰 1부에서 이어지는 기사입니다. 우원식 국회의장 “민주주의 빈틈 메우려면 개헌 필요하다”https://h21.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57585.html
2024년 12월3일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로 시작된 내란은 꼭 6개월 뒤인 2025년 6월3일 대통령 선거를 치르고야 진압됐다. 내란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국회는 계엄 해제, 대통령 탄핵소추,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소추, 3대 특별검사법 처리 등 중대한 일을 해냈다. 맨 앞에 서서 그 일을 이끌고 시민들의 폭넓은 신뢰를 받은 우원식 국회의장을 한겨레21이 만났다. 우 의장은 “국회의 ‘로텐더홀’이란 잘못된 이름을 오는 9월 여의도 국회 개원 50주년에 맞춰 고치겠다”고 말했다. 또 “20석으로 너무 높은 원내 교섭단체 기준을 낮추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조금 더 발전시켜나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6월24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 스튜디오에서 이뤄졌다
국회 개혁
오랫동안 국회는 시민들에게 불신의 대상이었다. 한국행정연구원이 2015~2024년 16개 주요 기관의 신뢰도를 조사해보니 국회는 10년 내내 꼴찌였다. 그러나 윤석열의 내란 이후 국회에 대한 시민 인식이 개선됐다는 평가도 있다. 특히 우 의장은 계엄 해제 의결과 탄핵소추 의결 시기에 이뤄진 정치인 신뢰도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앞으로 국회가 시민의 신뢰를 지속적으로 높이려면 스스로 개혁해야 할 과제가 많다.
―국회의 원내 교섭단체 기준이 20석 이상이다. 제3공화국 때까지만 해도 10석이었는데, 유신 독재 때부터 20석으로 높아졌다. 다시 10석 정도로 낮출 수 있을까.
“원내 교섭단체 기준 20명은 좀 많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나라 중에서도 두 번째 정도로 기준이 높다. 문제는 교섭단체 기준을 낮추는 것도 현재의 교섭단체 간 합의로 국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내가 문재인 정부의 첫 원내대표로 일할 때 원내 교섭단체가 4개 있었다. 1 대 1이면 잘 안 풀리는데, 교섭단체가 4개이니 갈등이 심해도 결국은 문제가 풀렸다. 조금씩 스펙트럼이 다르고 생각이 달라서 오히려 문제가 해결되더라. 교섭단체가 여러 개 있는 게 좋다.”
교섭단체 여럿이면 갈등 해결에 유리
한겨레tv 영상 바로 보기 주소 : https://youtu.be/_y9J1IsBF4c
―세계의 정치 선진국 가운데 의회에 담장을 둘러친 경우는 거의 없다. 시민들이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다. 이제 한국 국회도 담장을 허물 수 없을까.
“내가 초선 때 국회 담장을 허물고 국회 마당을 국민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 주장을 했더니 당시 사무총장이 ‘국회 담장을 허무는 일은 국경을 허무는 일보다 더 어렵다’고 말하더라. 그런데 비상계엄을 겪으며 국민으로서 국회를 좀더 잘 지켜야 한다는 생각도 했다. 담장이 없었으면 계엄군들이 어떻게 했을까 생각도 해봤고. 국회 경비대가 경찰 소속이어서 오히려 국회의원들의 진입을 막았다. 지난 비상계엄 때 크게 놀라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지금 국회 중앙홀을 통상 ‘로텐더홀’이라고 부르는데 잘못된 이름이다. 우리 민주주의 역사를 반영한 이름을 새로 붙일 수는 없을까. 대한민국 최초의 의회인 임시의정원 첫 의장의 이름을 따서 ‘이동녕홀’이라고 하면 어떨까.
“이번에 9월1일 여의도 국회 개원 50주년을 맞아 그 논의를 하고 있다. 중앙홀을 로텐더홀이라고 부르는 것은 안 되겠다 싶다. 또 국회 본관 1층 계단 아래 통로가 있는데 그것을 ‘우천시’(비 올 때 사용하는 문)라고 부르고, 계단 위로 들어가는 문은 ‘정현관’(정문 현관)이라고 부른다. 제대로 된 이름을 붙여야겠다는 생각으로 사무처와 검토 중이다. ‘이동녕홀’도 검토해보겠다.”
국회 중앙홀을 말하는 ‘로텐더홀’은 건축에서 원형홀을 말하는 ‘로툰다’(영어로는 ‘로턴다’)가 와전된 이름이다. 2015년 국회는 이곳의 공식 이름을 ‘중앙홀’로 바꿨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이 ‘로텐더홀’이라는 잘못된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현재 중앙홀에는 임시의정원 초대 의장인 이동녕의 흉상, 국회 초대 의장인 이승만, 제2대 의장인 신익희의 동상이 설치돼 있다. 국회를 탄압하고 부정선거를 저질러 4·19혁명으로 쫓겨난 이승만의 동상을 중앙홀에 설치한 것에 대해선 논란이 많았다.
―현재 국회에서 세종시에 제2국회(국회 세종의사당)를 건립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 터 면적이 의회 민주주의를 만든 영국 의회의 16배다. 또 위치가 정부청사와 애매하게 떨어져 있고, 산과 강, 공원으로 둘러싸여 외진 곳에 있다. 이 규모와 위치를 재검토할 수 없나.
“위치가 그렇게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가장 가까운 정부기관인) 국무조정실과는 600m 정도 떨어져 있어서 걸어서 10분쯤 걸린다. 국회 위쪽으로는 대통령 집무실이 들어온다. 뒤로는 산이 있고 앞으로는 호수가 있어서 배산임수도 괜찮다. 터가 넓은 것은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한번 검토해보겠다. 여의도 국회도 50년 전에는 너무 크고 시내에서 떨어져 있어 유배 보낸다고 했는데, 지금은 여의도가 서울의 한 중심이 돼 있지 않나.”
―소셜미디어에서 보니 한남동 공관에서 국회까지 자전거로 출근하시던데, 다른 국회의원들도 자전거나 대중교통, 보행으로 출퇴근하면 안 될까. 유럽 국회의원들 보니 그렇게 다니는 사람이 많더라.
“내가 타고 다니니까 그것을 많이 홍보해달라. 한겨레21에서 내가 자전거 탄 사진을 1면에다 싣고 칭찬을 많이 해달라. 자전거 타는 훌륭한 국회의원이라고 하면 다들 자전거를 탈 것이다.(웃음)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문제는 거리 문제도 있고 또 본인 취향도 있으니까 일방적으로 하기는 어렵다. 국회의원 자전거 동호회가 활동하고 있다. 국회 안에서도 거리가 꽤 되니까 자전거를 쉽게 탈 수 있게 본청 앞과 의원회관 앞에 자전거 거치대를 만들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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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타고 출근하는 모습을 공개한 우원식 의장. 우원식 의장 페이스북 갈무리 |
정치 개혁
―정치 개혁 관련해서는 가장 중요한 이슈가 선거법 개혁이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도 도입했는데 위성정당으로 왜곡됐다. 중대선거구제도 논의를 많이 했지만, 도입된 적이 없다.
“아마 정치권에서 최대의, 영원한 화두가 선거법 개정이 아닐까 싶다. 정당마다 이해관계가 다 다르다. 또 게임의 룰이어서 누군가 동의하지 않으면 개정하기 어렵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위성정당 때문에 안착이 안 됐다. 그러나 조국혁신당처럼 비례대표 후보만 내는 정당이 성공한 성과도 있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조금 더 발전시켜나가면 좋겠다.”
―비례대표를 늘리려면 두 가지 방법밖에 없다. 비례대표를 순증시키거나 지역구를 줄여서 비례대표를 늘려야 한다. 앞엣것은 국민이 반대하고 뒤엣것은 국회의원들이 반대한다. 누가 양보해야 하나.
“국회의원 수를 늘리는 것에 국민의 거부감이 있다. 그래서 국회의원들은 국회의 총예산 범위 안에서 국회의원 수를 늘리자는 제안을 해왔다. 오랫동안 제안됐지만, 국민에게 충분히 전달되지는 못한 것 같다. 국민 입장에서도 국회의원 수를 늘려서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기능을 강화하는 게 오히려 이익이다. 당장은 쉽지 않더라도 이 방안을 한번 치열하고 활발하게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 이번 내란 과정에서 국회에 대한 신뢰도 좀더 커졌으니 해볼 수 있지 않을까?”
다당제·연정 논의, 아직 기반 못 갖춰
―한국의 정치 양극화가 아주 심각하다. 이것을 개선하려면 다당제와 연정(연합정치, 연합정부)으로 나아가야 한다. 한국에서도 다당제와 연정을 해볼 수 있을까.
“그러려면 먼저 선거법 개정을 통해 다당제가 만들어져야 한다. 또 다당제가 되더라도 한 당이 과반수 의석을 갖느냐 못 갖느냐가 중요하다. 그런 조건이 돼야 논의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 초기에 여당인 민주당이 과반수가 되지 않아 내가 탄핵에 참여한 정당들의 연대를 제안했는데, 잘 안 됐다. 지금은 민주당이 절대다수 의석을 갖고 있어서 연정 논의가 나올 기반이 안 된다.”
정치 개혁의 핵심은 선거법 개혁이지만, 현재 양대 정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소극적 태도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비례성을 높인 선거법 개혁을 하는 경우 양대 정당 체제가 무너지고 다당제가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다당제는 정치 양극화 완화와 정치적 다양성 보장이란 측면에서 바람직하지만, 양대 정당으로서는 기득권을 잃는 것이다. 다당제와 연정으로 가는 길은 아직 멀고도 험해 보였다.
―2023년 육군사관학교에서 홍범도 장군 흉상을 다른 곳으로 옮기려고 해서 큰 논란이 됐다. 당시 홍 장군 기념사업회 이사장으로서 많은 노력을 했다. 이제 홍 장군 흉상은 그대로 육사에 남게 된 것인가.
“아직 명백하게 결정된 건 아니다. 대선 과정에서 육사 교장을 불러서 이 문제를 매듭지으라고 이야기했다. 근데 확정된 거라고 보기는 좀 어려워서 육사를 한번 가려고 한다. 육사와 대조적인 것이 해군인데, 논란 당시 홍범도함이라는 잠수함의 이름을 바꾸라는 요구를 거부했다. 홍범도 장군 유해를 모셔왔던 공군도 당시 걸었던 태극기와 플래카드를 부대 가운데 붙여놓고 기리더라.”
―왜 육군만 저러나.
“1~21대 육군참모총장이 모두 일본군과 만주군 출신이다. 나라와 민족이 어떻게 되든지 상관없다는 사람들이 육군 선배들이었다. 그 사람들이 과거에 계엄도 했다. 이번 계엄에도 육군이 동원됐다. 우리 국군의 정통성이 독립군, 광복군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홍 장군 흉상 존치는 물론이고, 관련된 제도까지 바로잡아야 한다. 이번 기회에 나라와 국군의 정체성을 확실하게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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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된 2024년 12월4일 새벽 국회 본회의장 의장석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
―국회의장 임기를 마치면 다시 국회의원으로 돌아가 2년을 지내게 된다. 2028년 국회의원 선거에 다시 나오나. 또 2030년 대통령 선거에 나올 계획이 있나.
“지금은 국회의장으로서 주어진 일을 충실하게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내 역할을 다했다 싶으면 안 나올 것이다. 하늘에 맡기고 산다.”
―이제 국회의장 임기 절반을 지냈는데, 임기 전반은 내란을 겪고 민주주의를 지키느라 많은 일을 했다. 앞으로 남은 1년은 어떤 일에 주력할 건지.
“1년을 지냈는데 한 3~4년쯤 지낸 것 같다. 전반 6개월은 심한 여야 갈등을 겪었고, 그다음 6개월은 비상계엄부터 대통령 탄핵소추 등 숱한 일이 벌어졌다. 앞으로도 계속 국가 위기 상황이다. 대내외 여건이 좋지 않고, 국민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 또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보완하기 위해 개헌 문제도 다뤄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
“지난 1년 동안 국민이 민주주의를 지켜주시고 국회가 민주주의를 지키는 일을 지켜봐주셨다. 그 덕분에 국회도 일을 잘해낼 수 있었다. 이번 과정을 보면서 역시 모든 권력과 모든 길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점을 절감했다. 국민 여러분께 정말 감사드린다.”
애초 우원식 국회의장과의 인터뷰는 취임 초기인 2024년 7월께 처음 요청했다. 그러나 이런저런 사정으로 미뤄지다가 1년이 지나서야 성사됐다. 인터뷰가 어렵게 성사된 뒤 우 의장에게 유튜브도 찍으려 하니 한겨레신문사 스튜디오로 나와줄 수 있는지 물었다. 우 의장은 두말없이 선뜻 오겠다고 했다. 인터뷰를 추진한 기자나 한겨레 영상센터 직원들이 모두 놀랐다. 국가 의전 서열 2위가 이렇게 쉽게 섭외되다니! 스튜디오를 찾아온 우 의장에게 선뜻 찾아온 이유를 묻자 “꼭 회사로 오라는 줄 알고 왔다”고 싱겁게 답변했다. 우 의장은 의장이 된 뒤 처음 신문사를 방문했다고 말했다.
김규원 선임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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