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사진 제공 업체인 맥사 테크놀로지스가 22일 촬영한 이란 이스파한 핵기술 연구센터 터널 입구. 미국의 공습으로 터널 입구가 손상돼 있다. AFP 연합뉴스 |
미군이 지난 22일 이란의 핵시설 3곳을 직접 공격할 당시 1곳에는 벙커버스터 폭탄을 쓰지 않았다고 공식 확인하면서 그 이유로 “시설이 (땅속에) 너무 깊이 있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 이란의 핵시설을 얼마나 파괴했는지를 둘러싼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27일(현지시각) 미국 시엔엔(CNN) 방송에 따르면, 댄 케인 미군 합참의장은 전날 상원의원들을 대상으로 이란 핵시설 공습 효과를 설명하는 정보 브리핑을 하면서 미군이 이란 핵시설 3곳 중 하나에는 벙커버스터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브리핑 참석자 등의 전언에 따르면 케인 합참의장은 해당 시설이 지하에 너무 깊숙이 존재해 벙커버스터를 사용해도 효과가 없을 것 같았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미군은 지난 22일 이란의 주요 핵농축 시설을 파괴하기 위해 이란의 포르도, 나탄즈, 이스파한에 있는 핵시설 3곳을 타격했다.
당시 케인 합참의장은 미군이 당시 B-2 폭격기를 동원해 벙커버스터로 불리는 공중투하용 초대형 관통 폭탄(MOP) 'GBU-57' 14발을 투하했다고 밝혔는데, 포르도 시설에 12발, 나탄즈 시설에 2발이 떨어진 것으로 관측됐다. 이스파한 핵시설은 벙커버스터가 아닌 중동 지역에 배치된 미 잠수함이 발사한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의 공격을 받았는데, 그 이유가 이번 브리핑에서 언급된 것이다.
이스파한 핵시설은 이란이 그간 생산한 농축 우라늄의 약 60%가 저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농축 우라늄은 핵탄두의 원료로 이란은 단시간에 무기급으로 가공할 수 있는 수준으로 농축된 우라늄을 보유하고 있다. 이란은 준무기급 농축 우라늄을 미국의 폭격 전에 몰래 안전한 곳으로 옮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존 랫클리프 중앙정보국(CIA) 국장도 이번 브리핑에서 이란의 농축 핵물질 대부분이 이스파한과 포르도에 매장된 것으로 평가했다고 시엔엔은 전했다.
이스파한 핵시설이 벙커버스터도 뚫을 수 없는 지하 깊숙이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이란 핵시설 폭격 성과에 대한 논란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크리스 머피(민주·코네티컷) 상원의원은 브리핑을 받은 뒤, 시엔엔과 한 인터뷰에서 “이란의 핵시설 중 일부는 지하에 너무 깊이 있어 우리가 결코 접근할 수 없다”면서 “따라서 이란은 비축된 것의 상당량을 미국의 폭격 능력이 닿지 않는 지역으로 이동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군과 정보당국이 상원의원들에게 브리핑한 뒤, 공화당에서도 미군의 공격이 이란의 핵물질을 완전히 제거하는데 이르지는 못했다는 언급이 나왔다. 마이클 매콜(공화·텍사스) 하원의원은 “이번 임무의 목적은 핵 프로그램의 어떤 부분을 제거하는 것이었고 그 부분은 제거되었다”며 “핵물질을 제거하는 것은 (군)임무의 일부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린지 그레이엄(공화·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은 “3곳에서 핵 프로그램이 완전히 폐기됐다”면서도 “900파운드(약 408㎏)의 고농축 우라늄이 어디에 있는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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