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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령군 같던 미 정부효율부, “머스크 떠나자 힘 빠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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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령군 같던 미 정부효율부, “머스크 떠나자 힘 빠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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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가 지난 3월9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 도착한 뒤 마린 원에서 내려 백악관 남쪽 뜰을 걸으며 ‘정부효율부(DOGE)’라고 적힌 티셔츠를 선보이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일론 머스크가 지난 3월9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 도착한 뒤 마린 원에서 내려 백악관 남쪽 뜰을 걸으며 ‘정부효율부(DOGE)’라고 적힌 티셔츠를 선보이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를 떠난 뒤로 그가 이끌던 기관인 정부효율부(DOGE)의 영향력이 급속도로 줄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가 입수한 이메일과 복수의 소식통들에 따르면, 전날 연방정부 각 기관의 당국자들은 새로운 지원금 사업을 발표하기 전 정부효율부의 최종 승인을 받아야 했던 절차를 더 이상 거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의 지침을 받았다.



지난 4월 정부효율부는 각 정부 기관들이 지원금 사업을 진행하기 전에 검토를 받도록 만들었는데, 약 2달 만에 그 절차가 다시 사라지게 된 것이다. 미국의 정부 기관들은 지원금 사업 수혜자를 공개 모집할 때 ‘grant.gov’라는 공식 누리집에 그 내용을 고지한다.



지난 수년 간은 각 부처의 담당자들이 직접 이 누리집에 접속해 지원금 사업 내용을 공개했지만, 지난 4월 정부효율부는 해당 누리집 승인 절차를 변경해 모든 지원금 사업을 공개 전에 자신들이 검토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최소 30개의 지원 사업들이 정부효율부의 검토를 기다리는 채로 진행되지 못하고 쌓여갔으며, 지난 두달 간 트럼프 행정부가 고지한 지원금 사업 수는 크게 줄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이로 인해 홀로코스트 생존자 지원 사업부터 알츠하이머 환자 간병인 지원, 노인 낙상 사고 방지 등 수백만달러 규모의 정부 지원금 사업이 진행되지 못한 채 지연된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번에 정부효율부의 검토 절차가 삭제됐으나 수개월째 지연된 지원금 사업들이 다시 구제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조치는 이달 초 머스크가 트럼프 행정부와 공식적으로 결별한 이후로 행정부 내에서 정부효율부의 영향력이 줄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사례 중 하나라고 짚었다. 머스크가 떠난 직후 그와 연관된 몇몇 핵심 보좌관들도 연달아 행정부를 떠났으며, 정부효율부 관계자들도 다른 정부 상근직으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수개월간 정부효율부의 감원 및 예산 삭감 압박에 시달리던 당국자들은 머스크가 떠난 직후 해고됐던 직원들을 다시 채용하려 하는 등 정부효율부 ‘흔적 지우기’에 나서고 있다. 이후 머스크가 트럼프 대통령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요란한 공개 설전까지 벌이면서 트럼프 행정부 안에서 정부효율부의 입지는 더욱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한 논평 요청에 백악관은 정부효율부가 앞으로도 각 정부 기관의 지원금 사업을 계속 조율할 것이라면서 “강력한 통제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으며, 각 부처에는 정부효율부 인력이 배치되어 장관실을 도와 매일 보조금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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