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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 아버지는 못마땅해했는데... 최고 가수가 된 아들 [주말 뭐 볼까 O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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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 아버지는 못마땅해했는데... 최고 가수가 된 아들 [주말 뭐 볼까 O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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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영화 '라틴 블러드: 네이 마투그로수의 노래'

편집자주

※ 차고 넘치는 OTT 콘텐츠 무엇을 봐야 할까요. 무얼 볼까 고르다가 시간만 허비한다는 '넷플릭스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긴 시대입니다. 라제기 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가 당신이 주말에 함께 보낼 수 있는 OTT 콘텐츠를 2편씩 매주 토요일 오전 소개합니다.


네이는 아버지의 억압을 이겨내고 예술 다방면에서 재능을 꽃피운다. 30세에 가수로 데뷔하며 그는 브라질 대중의 뜨거운 사랑을 받는다.

네이는 아버지의 억압을 이겨내고 예술 다방면에서 재능을 꽃피운다. 30세에 가수로 데뷔하며 그는 브라질 대중의 뜨거운 사랑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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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직업군인이다. 매사 엄격하다. 남성성을 중시한다. 남자같이 행동하지 않는 아들을 종종 체벌한다. 아들은 매사 아버지와 부딪힌다. 아들이 10대 후반이 되어도 부자 관계는 여전하다. 폭력적이고 억압적인 아버지를 견디지 못하고 아들 네이(제주이타 바르보자)는 집을 뛰쳐나간다. 아이러니하게도 네이는 아버지가 바라던 대로 강인한 군인이 된다. 마치 오랫동안 밀린 빚을 갚기라도 하듯이.

①예술적 방랑의 귀착지, 노래


네이는 제대 후 예술계로 뛰어든다. 합창단 활동을 하고 극단에서 연기를 한다. 미술과 패션에 대한 재능이 극단에서 발현된다. 그의 손을 거치면 의상도 가발도 독특한 개성을 지닌 ‘작품’이 된다. 네이는 카운터테너처럼 여성 음역으로 노래한다. 그의 독특한 음성을 눈여겨본 동료가 데뷔를 준비 중인 밴드와 연결시켜 준다. 네이가 서른 살 때다. 훗날 브라질 최고 가수로 추앙받게 될 네이의 새 인생이 시작된다.

네이는 아버지 가운데 이름을 가져와 ‘네이 마투그로수’라는 예명으로 활동하게 된다. 그는 파격에 파격을 거듭한다. 음색이 유별나기도 하지만 의상과 분장과 무대 매너가 남다르다. 그는 하체만 거의 가린 복장에 얼굴은 전사처럼 색칠을 한다. 아마존 부족을 연상시키는 외관이다. 엉덩이를 씰룩거리거나 성행위를 연상케 하는 몸동작을 서슴지 않는다. 기성세대는 불편해 하나 젊은 세대는 열광한다.

②그에게 제약은 없다



네이는 파격적인 복장과 무대 매너로 대중의 환호를 이끌어낸다.

네이는 파격적인 복장과 무대 매너로 대중의 환호를 이끌어낸다.


영화는 네이의 예술 여정과 자유분방한 사랑에 초점을 맞춘다. 네이는 예술적 제약을 혐오한다. 검열에 맞서기도 한다. 동료와의 불화는 예정돼 있다.

네이가 가수로 활동을 시작한 1971년 브라질은 군사독재가 한창일 때다. 통제와 억압이 일상이던 시절이나 그는 어렸을 때 아버지에게 맞섰던 것처럼 시대에 개의치 않는다. 통념과 인습을 무너뜨리는 그의 행동은 기성사회에 대한 도발이자 군인 아버지로 상징되는 가부장제에 대한 반격으로 읽힌다.


③치열한 삶에 대한 세밀한 회고



네이는 1971년 데뷔한 이래 여든이 넘어서도 무대에 오르는 열정을 발휘한다.

네이는 1971년 데뷔한 이래 여든이 넘어서도 무대에 오르는 열정을 발휘한다.


네이의 삶은 남다르다. 그는 단지 타고난 재능만으로 브라질 대중을 수십 년 동안 사로잡은 건 아니다. 네이는 모든 억압과 통념에 두려워하지 않고 맞선다. 영화는 2020년대에 봐도 파격인 그의 삶을 2시간 10분 동안 세밀하게 묘사한다. 너무 당당해 검열관을 오히려 당황하게 하는 네이의 태도, 에이즈 감염 공포가 최고치에 달하던 때에도 아랑곳 않고 연인을 지키는 사랑 등이 눈길을 끈다.

여러 인상적인 장면 중에서도 가장 귀와 눈을 사로잡는 건 네이의 노래와 춤이다. 한국인 대다수는 그의 이름조차 낯설겠지만 금세 흥미를 느낄 만하다. 잘 몰랐으나 기억해 둘 만한 이에 대한 회고가 이 영화의 가장 가치 있는 점일 것이다.
뷰+포인트
네이는 오래도록 불화했던 아버지와 우회적으로 화해를 한다. 아버지가 네이의 예술세계를 이해하고 그의 삶을 받아들였으니까. 격동의 시기 브라질을 배경으로 했고, 성소수자가 이야기의 무게중심을 잡으나 정치적 색깔은 약하고 사회적 주장은 강하게 제기되지 않는다. 네이가 고뇌 어린 시간을 거쳐 자신의 길을 걷는 모습에 집중한다. 전위적이었던 네이의 삶을 실제처럼 묘사해내는 배우 제주이타 바르보자의 연기가 눈부시다. 영화 마지막 부분에 여든 살이 넘어서도 무대에 오른 실제 네이의 모습이 등장한다. 강렬이라는 표현이 적합한 모습이다. ***한국일보 권장 지수: ★★★☆(★ 5개 만점, ☆ 반 개)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